2021.11.29
To. 하늘너머 별자리에서 올 엔탈피가 없는 너에게
반갑구나 아가야!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있니?
오늘은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몇 장 찍었단다. 아빠가 어릴 때, 필름 카메라로 직접 사진을 찍곤 했단다.
요즘은 사진관에 가는 일이 드물어. 사진이라는 것이 나의 인생의 자취를 남기는 책갈피같이 남아있곤 하단다. 네가 가능하다면 필름 사진으로 직접 현상된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찍어보는 것을 추천해보고 싶구나!
아가야, 아빠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말이 있단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야!
네가 태어나고 어른이 되어 직장을 다닐때면 어떨런지 모르겠다.
아빠가 직업상담을 하며 분석해보니 현재 2021년 41%~65% 정도가 통계 및 사무처리 업무 직종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논문을 쓰면서 SPSS라는 통계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을 배웠단다. Excel도 배우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익숙하지 않더구나. 문서작업 및 서류작업을 할 줄 안다면 아빠시대에서는 굶어죽을 일은 없단다.
통계에 대하여 네가 어느정도 익숙해진다면, 너는 인생의 대부분의 것이 전부 함수값과 확률싸움인 것을 느낄 수 있단다. 숫자들과 친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수학을 어느 정도까지 깨우친다면 남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엄청난 정보들이 너에게 많은 지식을 속삭이는 것을 듣게 될 거란다.
최근에는 정보를 찾고 파악하는 것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른단다. 아빠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며 대한민국이 컴퓨터 및 IT산업이 발달하면서 '정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단다. 2021년인 지금도 정보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보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단다. 그래서 정보를 많이 모으기보다 네가 정보를 꼭꼭 씹어서 너만의 것으로 흡수를 잘 하기를 바란다.
아빠는 촌에서 자라고 촌놈소리를 듣고 살았단다.
시산과 쌍치쪽으로 초등학교를 다녔고 순창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밟았단다.
지금은 지리산 본가에 머무르며 지내고 있어.
아빠는 22살에 서울에 처음으로 올라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단다.
사람은 미어지게 많고, 냄새는 매연으로 목이 따갑고, 높디 높은 건물들이 줄을 서 있는거야!
간판은 따개비마냥 따닥따닥 붙어있는데 그 때 내 자신이 동화에 나오는 시골쥐가 된 기분이었어.
서울은 얼마나 편하던지!
지하철도 사방에 널려있어 어디든지 몇 분 내로 갈 수 있어서 놀랐어.
멋진 옷을 입고 키 큰 사람들이 많았어.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수두룩 하더라!
그 이후로 서울에서 꼭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 같아. 지금도 30대가 넘어서 언젠가는 꼭 서울이 아니더라도 경기도 쪽에서 직장을 가지는 것이 아빠의 바램이란다.
서울사람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촌놈이라 무시를 은연중에 당한적이 꽤 있단다.
차별을 당하는 것은 좋은 기분이 아니거든. 과거에 무시당했던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인지 보란듯이 서울에서 출세하고 싶은 뜨거운 열정이 가끔씩 솓구치곤 한단다.
아가야, 오늘은 너에게 인생을 쉽게 사는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해보마.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개똥철학'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하지?
어째서 지식이 개똥이 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이론적 배경'이 없기 때문이야.
아빠는 인생을 요리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단다. 아가야, 너는 어떤 요리를 좋아하니?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종류의 요리가 있지?
요리하는 도구도 각자 나라마다 다르고 요리 기술이 요리사마다 다르단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를 요리사에 비유하고 삶의 경험과 지식을 요리로 치환해 생각해보렴.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여러가지 재료들을 가지게 되는데, 내가 원하는대로, 그리고 손에 잡히는대로 요리를 내본다고 쳐보자. 그리고 이 질문을 던져 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어떤 요리기술을 썼나요?"
"어떤 나라의 조미료를 썼나요?"
"요리의 맛이 어떻게 나도록 의도하셨죠?"
전문적인 공부를 한 요리사라면 위의 질문에 대하여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거야. 심지어 분식집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도 말이야! 분식집이 되었던지, 고급 레스토랑의 메인 오너가 되었던지 돈을 받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프로야. 프로는 전문성을 가지고 기술을 발휘해야 한단다. 만약 어떠한 지식적인 부분과 기술적 요소가 없다면 그 사람은 사기꾼이거나 멍청이에 불과해.
본론으로 돌아와서, 흔히 말하는 '개똥철학'들은 어떤 전문성이 있니? 이것에 대하여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거란다.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추어라"가 아닌 "허접한 아마추어와 전문적인 프로를 구별하라"는 것이란다.
'개똥철학'은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집어넣은 잡탕에 불과해. 그 요리가 맛있다면 멋진 일이겠지. 다만 그 잡탕이 프로페셔널하진 못하므로 타인에게 가치를 가지지 못한단다.
반대로 말하면 네가 이론과 기술을 숙지하기 시작하면 너는 그 순간부터 전문가가 된단다.
타인에게 맛이 없더라도 당당하게 프로의식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고 너라는 사람의 가치를 내세울 수 있단다. 이 말을 압축해보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구나.
너를 사랑하기 위해 타인을 사랑하지 말으렴. 그것은 선해보일 수 있지만 멍청하고 이기적인 선택이란다.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너를 먼저 사랑하렴. 이것은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너를 발전시키는 일이 된단다.
이 말이 어렵게 다가오겠구나! 어렵다면 "힘들다고 주변의 잡히는 아무것이나 잡지말아라"정도로 해석해도 좋단다. 이 말은 Maslow의 욕구위계론에 기반한 인지행동 이론적 해설이란다. 아빠가 생각하기에 충분히 가치있는 말이니 네가 마음속에 가져가도 좋을 듯 하구나.
아가야, 네가 세상을 살아가며 혼란스러울 때 이론은 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 된단다.
고지식하더라도 이론이 있다면 너라는 함선이 파도에 난항을 겪을지언정 길을 잃지 않는단다.
네 삶의 이론을 만들어보렴. 그것도 너만의 이론을 말이야.
지식은 양질의 음식이란다. 다양한 이론들에서 찾을 수 있는 이론을 네가 이해하고 소화시켜야만 비로소 지혜가 된단다. 지혜를 겸비한 사람은 세상을 넓게 보기 시작한단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Insight(통찰)를 가졌다고 표현하고, 영미권에서는 구어적으로 "Got a Twenty-twenty vision"이라고 표현한단다. 조금 더 어렵게 설명하자면 Seligman이 말하는 '조망수용' 능력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구나.
서론이 길었구나.
아빠는 오늘 너에게 한 가지 과학적 이론을 알려주려고 한다.
내가 유일하게 너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지식이란다.
이 것을 꼭꼭 씹어 너의 것으로 만들길 기원하는 마음에 적는단다.
아가야, 네가 과학자가 꿈이 아니라면 모든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단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단다. 과학이라는 분야가 꼭 이해를 하고 몸에 익어야 스스로 머리에 받아들여진다고 생각들 하는데, 그것은 착각에 불과해.
대부분의 과학적인 이론은 먼저 암기를 한 후, 그 다음에 이해를 하면 편한 부분이 많단다.
간단히 말해보마. 그냥 외우렴!
머리가 좋지 않다면 암기식으로 주입해보는 것도 방법이란다. 주입식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뇌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암기를 한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은 꽤나 뿌듯하단다.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엔트로피 법칙이야.
이것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너무나도 길고 방대해진단다. 흔히 무질서도라고 알고있는 이 법칙은 꽤나 복잡하지만, 간단한 지식을 꺼내서 소화하면 유용하게 쓰인단다.
엔트로피 법칙은 이렇게 보면 좋단다.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리긴 힘들다. 허나 쓰러트리는 건 훨씬 쉽다."
예를 들어보마.
네가 만약 의사와 킬러 중 한 명과 같이 살아야 한다고 해보자.
너는 누구를 선택하겠니?
아빠는 엔트로피 법칙에 기반해 골라보도록 하마.
의사가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은 돌을 쌓아올리는 과정일까? 무너트리는 과정일까?
킬러가 사람을 죽이는 과정은 돌을 쌓아올리는 과정일까? 무너트리는 과정일까?
어느정도 감이 잡혔니? 만약 이해되지 않거나 어렵다면 이 질문도 읽어보렴.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전문가이지? 그리고 킬러는 사람을 죽이는 전문가야.
과연 사람을 죽이기만 했던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법을 알까?
알 수도 있겠지. 다만 의사에 비하면 의사의 발꿈치에도 도달하지도 못할 정도의 얄팍한 지식일거야.
반대로 의사는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까?
대답은 "당연히 알고있다"란다.
의학에 대해 조금만 공부한 아빠조차 그 방법을 쉽게 알고 있단다.
아빠는 대한민국의 사람이 죽고나서 어떻게 사후처리를 하며 살인이 일어났을 때, 부검하는 과정을 안단다. 만약 타살에 의한 죽음이라면 부검과정에서 어떤 증거들이 나오는지를 공부했단다. 그래서 사람을 몰래 죽이기 위해 (불법이라 말할 수 없지만) 약국에서 특정 약물을 구입해서 어떻게 제조해야 부검과정에서 타살흔적이 나오지 않는지를 알고 있단다.
아빠는 대한민국의 범죄에 대한 조사과정 및 사법절차와 법정진술에 대해 공부했단다. 그래서 사람을 죽였을 때 어떤 방식으로 내가 대처해야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고 도망칠 수 있을지, 그리고 책임을 지우고 범죄에 대한 형량을 피해갈 방안을 안단다.
아빠는 살인자의 심리에 대해 깊게 공부했단다. 그래서 경찰이 나에게 들이닥쳤을 때, 어떤 식으로 말해야 혐의를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경찰들이 나에게 심문을 할 때 무슨 반응을 해야할지, 취조를 받으며 심리검사지를 받을 때 어떤 항목에 체크를 해야 정상인으로 나오는 지를 알 수 있단다.
너무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기분을 무겁게 했다면 미안하구나. 아빠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자랑하려는 건 아냐. 아빠가 원하는 것은 과하게 비유를 해서 네가 이해를 쉽게 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쓴 거란다.
의사라면 당연히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알 것이란다. 의사가 사람을 죽이는 킬러만큼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야. 많은 의사, 특히 Vital에 종사하는 전문의들은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기에 열심히 공부하고, 사람 한명에 진심으로 대한단다. 그들이 살인에 능숙하지 않을 수 있겠지. 많은 전문의가 사람을 죽여볼 생각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실력의 정도란다.
네가 살인을 하고자 한다면 속된 말로 손에 짚히는 대로 사람을 복날 두들겨 패듯 힘껏 두들기면 그만이란다.
그러다 보면 너는 어떤 특정 부위를 때리면 사람이 쉽게 죽는 것을 깨닫게 될 거란다.
반대로 네가 한 사람을 살리고자 한다면 수 십권, 수 백권에 달하는 책들을 읽고 실제로 병을 앓는 사람들을 눈으로 보며 시술과 수술을 참여해봐야 해. 그러다 보면 임상장면에서 같은 질환을 겪는 환자라도 똑같은 치료가 먹히지 않을 때가 있을 거야. 잡히는대로 그 질환에 관련된 최신 논문과 학술지를 뒤져보며 밤을 지새야하고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수 많은 전문가가 힘을 쏟아야 해.
다시 한번 돌아가보자꾸나.
사람을 살리는 사람과 사람을 죽이는 사람 중 누구를 고를거니?
이 과정을 엔트로피 법칙이라고 부른단다.
폭포수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단다. 아래에서 위로 솓아오르게 하려면 엄청난 기술과 돈이 필요해
날계란은 뜨거우면 맛있는 계란후라이가 된단다. 계란후라이를 날달걀로 되돌리려면 현재의 기술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과학기술이 필요해.
사진을 찢어버리는 건 참 쉽단다. 사진을 원래대로 깔끔히 붙이려면 너는 꽤나 정성을 쏟아야 할 거야.
아빠는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만나곤 했단다.
그 과정에서 사람은 단 한 단어로도 쓰러지지만, 그 사람의 기운을 북돋으려면 수 백번 칭찬과 위로를 해주어야 했어.
그래서 아빠는 말 한마디에 담긴 힘을 충분히 깨닫고 있단다. 말을 얼마나 조심히, 그리고 정교하게 해야하는지를 알아. 하지만 반대로 말을 어떻게 해야 사람을 죽일듯이 후벼팔지 또한 안단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픈 것이 싫듯이, 타인이 아프지 않길 바래. 그러한 이유로 나는 나쁜 말을 특정 상황이 아니면 하지 않을 거야.
조금만 더 깊게 말해볼게. 아가야, 네가 사람을 살리는 방법을 안다고 해서 사람을 살리기만 할 필요는 없어. 너를 위해서, 그리고 네가 옳다고 여겨지는 방향을 위해서 사람을 살리는 사람일지언정 사람을 죽이기도 해야 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은 좋은 기분은 아니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치는 걸 보는 것은 끔찍한 일이란다.
너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로 나에게 나타날지 모르겠구나.
세상의 흐름에 맡기며 자연스럽게 운명을 따라가는 사람은 행복하단다.
하지만 강가를 거슬러 올라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세상을 거스르는 사람은 멋진 영웅이 되기도 한단다. 세상이 너를 무너트리려 할 지라도 너라는 소중한 존재가 다치게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말이 상당히 추상적인 것 같아 난해하게 다가오지 않니? 조금은 낯 부끄러운 말들도 있는 것 같아.
아가야, 하늘은 사람들에게 이겨낼 수 시련만 내려준단다. 너라는 사람은 이 세상을 멋지게 걸어갈 한 명의 떠돌이꾼이야. 인생이 힘들면 무조건 목적지까지 달려가지 말고 가끔은 휴게실에 들러 마음의 안정을 취해 보고 다른 사람들과 잡담도 해보려무나. 인생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으렴! 그저 세상은 갓난아기들의 놀이판에 불과하단다. 너도, 그리고 나도 세상에서 재밌게 다른 아기들과 놀다가 여행을 마치겠지?
그 여정이 고되더라도 즐겁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치마.
From. 지구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