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열
9월 2일
기나긴 여정 끝에 살던 자취방에서 무사히(?) 나오게 되었고 2주간 잠깐 관사에서 지내다가 드디어 우리의 신혼집에 전입신고하는 날이 다가왔다.
아직 혼인신고를 한 것은 아니기에 오빠는 세대주, 나는 동거인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기분이 아주 묘하군..
17년 정도 된 아파트 단지에 자리 잡은 아파텔 라인으로 이사 오게 된 우리..! 입주 첫날은 사실 많이 당황했다. 이 정도로 낡았었나..? 아직 고칠 것이 정말 많았다.
아파텔은 사실 아파트와 큰 차이를 모르겠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편안한 느낌에 20평의 아기자기한 공간이지만 그에 맞게 아기자기한 3칸의 방이 좋았다.
지내고 보니 원룸에서만 지내던 나에게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 것은 공간 분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공간이 확실하게 분리되니 퇴근하고 누워만 있던 일상에도 활기가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9월 4일
신혼집 거실에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었다. 커다란 서랍장과 빨간색 벽지였다.
나는 미적 감각은 정말 없지만, 희한하게 조명과 톤에 예민한 편이었던 터라 오빠에게 전셋집이지만 우리 돈을 들여서라도 도배를 하자고 말했다. (다행히 오빠도 공감해줌)
도배하는 동안 저 삐뚤어진 조명도 사비로 다시 달고자 떼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입주 청소도 완료했다.
그동안 입주 준비를 하며 우리는 소형가전을 몇 개 사두었는데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발뮤다 토스터기와 네스프레소 크리 아티스타 플러스! 아이고 예뻐라.
입맛이 정말 다른 예비부부 우리.
집 근처에서 원하는 메뉴를 골라 가위바위보를 했고 나의 승리로 삿포로 느낌이 나는 일본식 수프 카레집에 방문했다. 결과는 대성공!
9월 6일
나는 차가 없어서 관사에 있는 청소기를 분해해서 운서에서 삼각지까지 이고 가느라 팔에 울긋불긋한 멍이 들었다.
나 자신 고생했다..ㅜㅜ 오늘은 휴무를 내고 주문한 가전과 가구를 몇 개 받는 날
가전은 엘지라는 오래된 공식이 있지만 나는 요놈의 세리프 티브이 때문에 삼성 가전에 꽂히기 시작했다.
설치하고 사용해보니 정말 대! 만족! 사길 정말 잘했어
에어 드레서는 앞면이 더 예쁜데 옷방 구조상 옆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
햇살 맑은 방 침실 하하 남자 친구는 해가 너무 잘 든다며 잠이 잘 안 온다 하지만 그래도 해가 든다는 것은 좋은 것 같은.. 괜한 마음
우리는 씰리 EK사이즈로 구매했는데 크기 정말 맘에 쏙 든다! 더욱이 우리는 키가 아담한 커플인데 광활한 침대를 선택했으니 너무너무 편하고 천국 같다.
첫날 가전 가구 받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밤...
밝고 예쁜 야경이 좋은 우리 동네. 우리 동네.
곧 이곳에서 신혼이라니 설레는 마음이 가득했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