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orld's most boring television
오늘의 TED 영상은 이것이다.
Thomas Hellum: The world's most boring television ... and why it's hilariously addictive
노르웨이를 동서로 횡단하는 베르겐 철도.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철도를 타고 노르웨이를 횡단하는 데는 장장 7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한 방송국은 7시간 동안 그저 기차가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한다. 열차의 맨 앞 운전실에 고정시킨 카메라는 그저 눈 덮인 풍경과 아찔한 교각, 컴컴한 터널을 고스란히 화면에 담는다. 이른바 슬로 TV의 탄생이었다.
시간(timeline)을 편집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내기. 그것이 슬로 TV가 다른 평범한 TV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었다. 편집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시청자들은 경험하고, 자신들이 실제 촬영되는 그곳에 있다고 느끼는 착각을 한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노르웨이 국민들의 인기를 얻어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게 된다.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화, 드라마 등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영상 프로그램들은 모두 시간편집의 과정을 거쳐 축소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간을 보여준다. 우리는 자극적이고 감각을 마비시키는 영상들에 익숙해있다. 카메라가 10초 이상 무언가를 계속 비추면 지루함을 느끼고,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워 보이는 것을 찾아 리모콘을 돌린다. 이런 습관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계속된다. 무언가 새로운 것,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비어있는 시간을 끊임없이 무언가로 채우려고 하고, 뇌는 쉽게 싫증을 내고 더 자극적인 새로운 것을 찾아 방황한다.
무언가에 몰입하는 것과 중독되는 것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몰입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충분히 깨어있는 것이다. 깨어있는 정신으로 아무 목적없이 지금 이 순간 하는 일에 온전히 존재할 때 우리는 몰입의 기쁨을 느낀다. '나'라는 존재도 잊고,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잊고, 그저 지금 이 순간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깨어있다. 중독은 지금 이 순간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도피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계속 함으로써 현재 이 순간, 지금 이 순간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현재 이 순간에 깨어 몰입하고 있는가. 아니면 빈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에 중독되있는가. 하루를 살면서 틈틈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텅빈 시간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노르웨이에 가서 7시간이 걸리는 베르겐 철도를 타고 기차가 달리는 차창 밖 풍경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고 싶다. 노르웨이를 가는 것은 아직 요원하니 당장 다음 주말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여행을 가보자. 아무 목적없이 기차에 앉아 하염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