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에 진심입니다

딴짓 욕망과 사이드 프로젝트

by 여행하는 그리니

딴짓 :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에 그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을 함. 또는 그런 행동.

사이드 프로젝트 : 본업과 상관없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흥미있는 일을 구체적인 목적과 계획을 세우고 진심으로 해보는 것


나는 딴짓을 좋아한다. 내가 말하는 딴짓이란 국어사전의 정의된 딴짓이 아니다. 물론 그 딴짓도 종종 하지만 내가 말하는 딴짓은 내 호기심과 흥미가 동하는 일을 본업이나 현재 내가 해야 하는 의무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아닌 자유시간에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세간에서 말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일은 어려워하는 전형적인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인 나는 이렇다할 만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은 없었다. 최재원 님이 쓰신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크리스 길아보의 <사이드 프로젝트 100>을 읽어보고, 유튜브에 부캐를 가진 사이드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영상도 찾아봤다. 그러나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문화센터나 프립, 탈잉을 통해 이것저것 해본 적은 있었다. 향수 만들기 클래스나 마카 드로잉 클래스, 플라워 레슨, 필름 카메라 촬영, 프랑스 자수 클래스, 탱고 클래스, 일본어 공부, 와인 클래스, 쥬얼리 만들기 클래스, 도자기 만들기 클래스, 유튜브 운영, 명상 수업, 보이스 트레이닝까지. 나는 사람들이 취미라고 소개할 만한 것 들 중 흥미가 당기는 것은 거의 다 도전해보았다. 나중에는 타로카드까지 사서 타로 클래스에 신청했다. 신청자가 너무 적어 폐강이 되는 바람에 타로카드는 당근마켓행이 되었지만.

그러나 모두 1회성 체험이나 길어야 3달간의 수업을 마치고 나면 그뿐. 내 삶에 일부가 될 정도로 푹 빠지거나 진심으로 빠져 인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일은 없었다. 구체적인 목적과 계획을 세우고 진심으로 임하여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많은 클래스나 취미 수업에 도전했던 이유는 나의 딴짓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자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사람들에게 통상적으로 소개하는 내 직업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한다. 이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 이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는 욕망. 이 알 수 없는 욕망이 항상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했다. 현재 직업이나 본업이 삶의 전부가 되는 삶은 아쉽고 재미없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 내 안에 있는 가능성을 펼쳐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보고 싶다는 욕망. 내가 가진 가능성과 능력, 재능을 있는 대로 다 꺼내서 마구 분출해보고 싶다는 욕망. 없는 재능이라도 발굴해서 계발하고 키워보고 싶다는 욕망. 지금의 직업을 가진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내가 되어 보고 싶다는 욕망. 지금의 평범한 일상을 두근거리는 무언가 새로운 이벤트로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망. 그런 욕망들이 쌓이고 쌓여 더이상 그 욕망을 누를 수 없을 정도로 넘쳐 마음이 분주하던 3월의 어느 날.


이 욕망을 무엇으로 분출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시에서 운영하는 미디어 센터의 '다큐멘터리제작 워크숍'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나는 '이거다!'하고 뭐에 홀린듯 바로 신청접수를 눌렀다. 나름 경쟁률이 쎄서 1차 지원서 심사, 2차 면접 심사를 치르고 합격문자를 받고 다큐멘터리제작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다큐 제작 과정 이야기이자 나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도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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