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제작 워크숍 첫날 울뻔하다
2021년 3월 3일
다큐멘터리 제작 워크숍 첫날. 우리는 줌으로 첫만남을 가졌다.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사람들과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것이다. 우리는 어색한 첫인사를 나누고, 선생님의 진행에 따라 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지, 다큐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를 돌아가며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 살고 있는 삶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초기 치매 증세를 겪고 계신 아버지와 가족의 역사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야기, 유기견과 그 유기견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30대 젊은이들의 꿈과 현실 사이 줄다리기를 하는 고민,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주공아파트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 소음 방음벽으로 인해 죽게 되는 새들과 그 죽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 등. 사람들은 각자의 삶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풀어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서 이 워크숍을 신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왜 이 다큐 제작 워크숍을 신청하게 되었을까. 내가 다큐 제작 워크숍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첫번째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 특히 다큐라는 형식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과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비건과 관련된 다큐를 보고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큐가 가진 힘을 느끼게 되었다. 허구적인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삶을 다룬 다큐가 가진 날것 그대로의 느낌과 생동하는 느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큐라는 형식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두번째는 다큐 제작 워크숍이라는 장치를 통해 내 삶에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 딴짓 욕망에서 비롯된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개인적인 과업이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바랐다.
혼자 한다면 분명 그 욕망은 본업과 의무, 중요하지는 않지만 단기적인 흥미를 당기는 그저그런 일들에 묻혀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다큐 제작이라는 의무 아닌 의무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4달간의 워크숍을 마치고 우리는 최종적으로 자신이 제작한 다큐를 상영해야 한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승점을 향해 나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과정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행동력은 떨어지지만 한번 시작한 것은 어쨌든 끝을 보는 지구력은 뛰어난 나이기에 과감하게 다큐 제작 워크숍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내가 왜 다큐 제작 워크숍을 신청하게 되었고, 다큐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끌어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정이 소란해졌다. 아니 왜 갑자기? 슬프거나 울만한 일이 전혀 아닌데 나는 왜 그런 감정이 갑자기 찾아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