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꿈으로 건나가는 다리

<새벽> 유리 슐레비츠 그림. 글

by 여행하는 그리니




새벽이 오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고요하고 어두운 밤을 보내고 어스름한 새벽이 오는 것을.


새벽은 신비로운 시간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는 잠들지 않은 것들만이 깨어나 그 고요한 시간을 즐긴다. 조용하고 고요하며 싸늘하고 축축한 새벽. 모두가 이불속에서 웅크리고 잠을 잘 때, 오직 달빛만이 세상을 비추고 이따금 나무 위로 부서진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다가 가느다란 실바람 하나가 풀을 흔들고 호수는 살며시 몸을 떤다.


느릿하고 나른한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조금씩 생명들이 활동을 시작한다. 박쥐, 개구리, 새... 그들은 새벽이 물러가고 아침이 오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기지개를 켠다.


새벽은 깨끗한 시간이다.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은 정갈한 시간이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모험도 떠날 수 있는 백지의 시간. 새벽은 삶을 언제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을 매일 우리에게 선물해준다. 삶이 꿈의 연속이라면 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꿈으로 건나가는 것뿐이라면 새벽은 그 꿈과 꿈 사이의 다리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다리 위에 서서 자신이 꾸고 있는 꿈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 새벽이 오면 우리는 어제의 실수와 과거의 잔재를 깨끗이 청소하고 새로운 백지의 오늘을 맞이한다. 아주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오늘을 맞이하는 설렘. 매일매일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깨우고 둘은 낡은 배를 타고 호수로 나아간다. 호수로 나아간다는 것은 그들이 세상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산과 호수는 자연인 동시에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들은 어제의 꿈을 호수에 흘려보내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난다. 산과 호수가 초록이 된다. 눈부시고 따뜻한 해가 산 뒤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그들은 새벽을 보내고 아침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온갖 아름다운 색깔들이 산과 호수, 하늘, 세상을 물들이는 순간. 새벽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펼쳐지며 그림책은 끝이 난다.

새벽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을 이렇게 신비롭게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있을까? 어떨 땐 세상에 일어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해석이나 과장 없이 순수하게 표현하는 것이 더 깊은 감동과 새로움을 준다. 이 그림책에는 생각이나 해석, 작가의 의견이나 인위적인 설정이 전혀 없다. 그저 새벽이라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만이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냄새 맡는 순수한 지각 행위만이 있다. 그냥 작가의 눈으로 어느 호수에 앉아 새벽이 오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럼으로써 독자는 더 많은 상상과 해석의 여유를 선물 받는다. 각자의 새벽을 떠올리며 각자의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어른이 되면서 나는 세상을 어떤 여과도 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수시로 느낀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내 안에 겹겹이 쌓인 수많은 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듣고, 느끼며, 냄새 맡는 새벽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깨끗하고 텅 빈 몸과 마음으로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완전히 새로운 하루가 펼쳐지는 새로운 새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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