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 동물을 의인화한 그림책은 많지만 개의 목소리로 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새롭고 재미있다. 이 책의 제목은 '나는 개다'이다. 사람들은 가끔 몹쓸 짓을 하는 사람에게 개를 붙여서 욕을 하기도 한다. 개에게 무슨 죄가 있길래 개보다 못한 사람에게 개를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책의 제목은 직설적이다. 나는 개다라고 선언하는 이 얼룩무늬 개는 어떤 인생을 우리에게 들려줄까. 궁금하게 만든다.
슈퍼집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나 가족들에게 구슬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주인공 개 구슬이의 인생은 단순하고 무해하다. 오히려 나약한 인간들을 지켜주는 존재다. 나약한 자주 넘어지는 '인간의 아이' 다섯 살 동동이를 애잔하고 가엾게 바라보는 우리의 개 구슬이. 떼쟁이, 울보에 아직도 똥오줌을 못 가려서 가끔 실수하는 동동이를 보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끝까지 보살펴 줘야지.' 라며 챙기는 우리의 개 구슬이.
너무나 따뜻하고 그리운 냄새가 나는 그림책이다. 어딘가에 구슬이 같은 개가 정말 있을 것 같고, 동동이 같은 인간의 아이와 포근하게 잠들어 있을 것 같다. 그림이 아닌 실제 모형 작품을 촬영하여 만들었기 때문일까. 이 그림책은 정말 강아지의 냄새와 동동이의 숨결과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바로 근처에 있는 듯하다. 삶의 애틋한 촉감과 향수가 페이지마다 배어 있어서 따뜻하고 그리운 감정이 든다.
세상의 수많은 구슬이들에게 인간의 아이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 땡칠이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