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다
<소비단식 일기> 실험
나는 지금부터 1년 동안 물건을 사지 않기로 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지 고민하고 있었고, 마침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정리해야 했다. 그리고 짐을 정리하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것들에 나의 시간과 공간, 즉 나의 인생 전체를 바쳤는지 깨달았다. 힘들게 일하며 나의 시간을 바쳐 번 돈으로 나는 쓰레기를 사서 쌓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쓰레기를 보관하고 수납할 또 다른 쓰레기 수납함을 샀다. 겉 껍데기는 세련된 취향의 가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시 보니 쓸데없는 잡동사니들을 보이지 않게 가려주는 눈속임용 상자였다. 그 상자를 사려고 내 아까운 시간과 노동을 또 돈으로 태워버렸다.
<내가 이걸 왜 샀을까? 물건들 list>
- 화장실 전자동 청소기
- 망치 고데기
- 수많은 가방가방가방
- 수많은 옷옷옷
- 모자. 모자. 모자
- 그것들을 보관하기 위한 옷서랍장
- 탁구채 (한달만에 그만두었다. 20만원 넘게 주고 샀는데)
- 다이소에서 싸니까 산 것들(구르프, 액자, 이불 먼지제거기)
- 핸드폰 보조 배터리 (있었는데 없는 줄 알고 또 샀다)
- 미술관 엽서들
- 약탕기 (수족냉증에 좋다는 한방차 끓여 먹으려고 샀는데 2번 썼다)
- 신기한 채칼 (요리한다고 샀는데 1번 쓰고 처박아두었다)
- 쓸데없는 그릇들
- 덩치가 너무 커서 가져가기 곤란한 쇼파
- 책책책
- 책을 꽂아두기 위한 책장
나는 저것들을 왜 샀을까?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사는 행위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사기 위해 내가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는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며 삶 속에서 실험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 속에서 떠오른 어떤 의문이나 질문을 파고들어 실험을 해보는 것은 언제나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그래서 나의 질문은 바로 이것들이다.
"나는 1년 동안 무언가를 사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살 수 있을까?"
"만약 살 수 있다면 그 삶은 어떤 삶일까?"
"지금과 무엇이 다를까? "
"무언가를 사기 위해 나의 인생(노동력과 돈을 벌기 위해 바쳐야 하는 시간)을 태워버리지 않아도 되니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오롯이 내 시간과 공간,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꿈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왜 나는 물건을 사고 싶어할까? 사지 않으면 살 수 없을까? 말도 안되게 불행해질까? 아니면 반대로 말도 안되게 행복해질까?"
글쎄 답은 일단 해봐야 알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한 가지는 머릿속으로 생각해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 일단 해보는 게 좋다는 것이니까.
그래서 내가 오늘 지금 당장 할 일은?
바로 <소비단식 일기> 라는 책을 읽고 나만의 소비단식 실험을 시작하는 것!
밀리의 서재에 있으니 사지 말고 지금 당장 읽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