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벨과 신기한 털실>
어느 추운 오후, 어디를 보아도 새하얀 눈과 굴뚝에서 나온 까만 검댕밖에 보이지 않는 작고 추운 마을에서, 애너벨은 조그만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에는 갖가지 색깔의 신기한 털실이 들어있었다. 애너벨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입을 스웨터 한 벌을 다 뜨고 강아지 마스에게도 스웨터를 떠 준다. 애너벨과 마스가 산책을 하는데 네이트가 손가락질하며 낄낄 거린다. 애너벨이 "너 부러워서 그러지?"라고 말하자 네이트는 아니라고 소리치지만 애너벨이 떠 준 스웨터를 입은 걸 보니 사실은 부러워서 그런 거였다. 애너벨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마을 사람들, 동물들, 물건들에게도 스웨터를 떠 준다. 금방 실이 다 떨어질 거라고 모두 생각하지만 신기한 털실은 아직도 남아 있다. 어느 날 먼 나라의 부자 귀족이 배를 타고 건너와 100억을 줄 테니 신기한 털실을 자신에게 팔라고 하지만 애너벨은 말한다.
"안 팔 거예요. 이 털실은 절대 안 팔아요."
그날 밤 귀족은 도둑 세명에게 시켜 털실상자를 훔쳐오게 한다. 그리고 상자를 연다.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에는 신기한 털실을 가진 애너벨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에 푹 빠져 몰입하는 즐거움이 줄지 않고 계속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신기한 털실로 세상 모든 것에 스웨터를 입혀도 털실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처럼 무언가에 빠져 몰입하는 즐거움이 줄지 않고 계속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어도 그 즐거움은 빼앗을 수 없다. 애초에 그 즐거움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해 책만 있으면 어디서든 상상의 세계,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걷기를 좋아해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두 다리를 행복하게 움직이며 산책을 즐기는 사람, 영화를 좋아해 하루 종일 영화만 봐도 행복한 사람, 정원 가꾸기를 좋아해 하루종일 흙밭에서 놀며 지내는 사람, 나무와 숲을 좋아해 사계절을 숲 속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사람. 그들은 모두 신기한 털실을 가지고 재미나는 시간을 뜨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신기한 털실이 없는 네이트나 귀족 같은 사람들은 그들을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행복한 얼굴로 무언가에 빠져 몰입하는 사람들의 신기한 털실을.
나에게는 그런 신기한 털실이 있을까? 100억을 줘도 팔고 싶지 않을 만큼 특별하고 소중한 무엇. 그것만 있으면 온 세상이 휘황 찬란 오색빛깔로 물드는 신기한 무엇. 그 무엇이 있다면 100억이 없어도 당신의 삶은 매일매일 두근두근 설레는 새로운 하루로 가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