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검은 새> 이수지 지음

by 여행하는 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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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 설움이 복받칠 때, 세상이 무섭고 두려울 때,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보고 화가 날 때, 분노가 끓어오를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할 때, 이해 안 되는 상황에 어이가 없을 때, 세상이 내 뜻대로 안 돼서 화가 날 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힘이 들 때, 그럴 때가 한 번이라도 있는가.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그 모든 감정들을 가만히 앉아 바라본다. 그러면 그것들은 나의 생각이 멋대로 만들어낸 허상의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설움이 뭘까? 이 두려움이 뭐지? 이 분노는 어디서 왔을까? 이 답답함과 화는 무엇이지? 이 싫음은 왜 생겼을까? 질문하다 보면 그 감정들이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말'(단어)뿐 인 것임을 저절로 알게 된다. 두려움이라는 말이라는 껍질 속을 들여다보면 그 안은 공갈빵처럼 공기방울처럼 텅 비어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감정들을 만들어낸 것은 '생각'이다. 그리고 그 생각 또한 내가 의지를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동안의 잠재의식에 쌓인 것들과 나라는 에고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반응해 저절로 생각이 일어나고 그 생각이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일 뿐. 그 생각도 사실은 허상이다.


서럽다는 것은 '나'라는 존재가 더욱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 무서움이나 두려움은 '나'라는 존재가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 화나 분노는 내가 정한 법대로 내가 바라는 대로 상대나 세상이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어이없음은 내 상식대로 세상이 굴러가야 한다는 생각,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 때는 나와 세상이 분리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파생되는 감정들이다. 모든 것에는 '나'라는 자아, 분리된 에고가 있고, 그 자아를 지켜야 한다는 또는 그 자아가 너무나 소중해서 보호해야 한다는 에고 중심의 작은 '나'가 있다.


그 작은 '나'로 살고 싶지 않다. 빈 배가 되어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를 신조로 살고 싶다. 그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살고 싶다. 모든 것은 '나'라는 에고가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무의식에서 나온 허상과 같은 생각, 감정이라는 것을 깨닫자. 보호하고 지켜야 하는 '나'라는 것은 없다. 그것은 허상이다.


나는 존재의 거대한 인식, 지켜보는 의식이다. 모든 것을 밝게 비추는 빛과 같은 의식. 그러므로 의식은 보호하거나 지켜야 할 필요가 애초에 없다. 그 자체로 모든 것이고, 완결된 의식. 고요한 그 자리에 무엇을 더하거나 빼거나 지켜야 할 것이 있겠는가. 그저 검은 새가 하늘을 날아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가듯 삶을 날아다니면 된다.


무엇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엇에도 대답 없는 텅 빈 배처럼

모든 것을 그저 밝게 비추는 빛과 같은 의식이 되어

지금 여기 그냥 존재하면 된다.

저절로 숨 쉬어지고 살려지고 있는 기적에 감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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