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의 여행> 라스칼 지음, 루이 조스 그림
<감각>
상쾌한 여름 저녁이 되면 나는 들길을 가리라.
보리 이삭에 찔리고, 가느다락 풀을 밟으며
꿈꾸듯이, 나는 발자국마다 신선함을 느끼며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맨 머리카락이 날리는구나!
말하지 않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리.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끝없는 사랑만이 솟아오르네.
나는 가리라. 멀리 저 멀리. 방랑자처럼.
자연 속으로, 연인과 가는 것처럼 행복하게.
-아르튀르 랭보 (1870년 3월)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방랑자처럼 살고 싶다. 말과 생각은 불필요한 것, 에고가 끊임없이 지껄이는 마음의 소리들이다. 내가 그 소리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생겨났다 사라진다. 그 모양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올 정도다. 가끔은 그 시끄러운 소리들에 해방되어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누워 편히 쉬고 싶다. 망상과 마음의 지껄임에서 해방된 텅 빈 공간에서 푹 쉬는 것은 천국에서 쉬는 것과 같으리라.
그러나 사람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생각하고 있을 때 생각하고 있는 줄 알고 의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생각에 장악되지 않고 빠지지 않고, 그 생각이 일어나는 작용을 가만히 의식하는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아니다. 나는 생각을 의식하는 의식이다. 나는 의식 그 자체이다. 마치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흰 스크린처럼 의식은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비출 뿐 그 생각에 오염되거나 물들지 않는다.
또한 망상에 빠지지 않는다. 망상이란 과거와 미래에 빠져있는 생각이다. 과거에 이랬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 과거의 일을 곱씹는 쓸데없는 생각, 미래에 이것을 하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것이 이루어지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어 천국이 될 거야 하는 헛된 생각. 이 모든 생각들이 망상이다.
망상이 아닌 생각은 현재에 깨어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이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신작용이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는 의식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정신작용이다. 거기에는 그 어떤 후회, 욕심, 바람, 평가, 판단도 없다. 그저 눈앞의 일에 충실할 뿐이다.
헛된 망상과 말, 쓸데없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사랑'이다. 생각과 말에 뒤덮여 보이지 않던 순수한 사랑, 기쁨이 드러난다. 그저 살아있음의 순수한 기쁨, 우주만물 전체가 결국 나라는 자각에서 오는 사랑, 그것들만이 남는다.
빨간 코 광대 듀크와 서커스 곰 오리건이 먼 여행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는 결국 근원(고향)으로 돌아가는 영혼들의 이야기다. 근원(고향)이란 말과 생각, 망상과 감정에 오염되지 않고 물들지 않는 순수한 빛, 의식 그 자체, 사랑이다. 인생은 순수한 빛, 의식에서 태어나 온갖 것들을 만나는 여행이다. 그 여행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결국은 원래의 자리, 순수한 의식의 빛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아니 우리는 항상 순수한 의식의 빛이었다.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하는 멋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