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 가려고 조치원 가는 기차를 타고 가는 중에 밀리의 서재에서 안드레아스 모리츠의 책 <몸과 마음의 비밀>을 읽었다. 완전히 빨려 들어가 읽었다. 나는 여행하거나 이동할 때 버스나 기차 안에서 하는 독서가 몰입도가 높다. 그리고 너무 재밌다.
오봉산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지 않아 한적하다. 정상에 살고 계신 고양이 님을 만나러 갈 생각이 가슴이 설렌다. 바람에 사사삭 거리는 나무들의 춤 소리가 들린다. 사사삭. 사사삭.
‘ 너희도 나처럼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오두막 정자에 도시락이랑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양말과 신발도 벗고 홀가분하게 숲을 걷기로 한다. 트레일러닝백팩에 물과 핸드폰, 조그만 수첩과 볼펜만 넣고 가뿐하게 출발! 두 손과 두 발이 가벼우니 마음도 날아갈 듯 가볍고 행복하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지만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은 아끼고 아껴서 잘 사용한다.
산을 오르다 보니 간간히 사람들을 마주친다.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속삭인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언젠가 책에서 읽은 이 행동이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어 모르는 누군가를 산에서 스치면 그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습관은 정말 효과가 좋다. 나도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말이 되어 지구에 긍정적 에너지를 더한다.
사실 아침에 오봉산을 올지 말지 조금 망설였다. 집 근처에 버스를 타면 30분 이면 가는 산이 하나 있는데 그곳을 갈지 아니면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조치원에 가서 또 택시를 타고 오봉산까지 갈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오봉산이 훨씬 더 멀다. 나는 뭔가 망설여지거나 선택의 순간 고민이 될 때는 룰렛을 돌린다. 룰렛 앱에 두 가지 선택지를 입력하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평화와 행복의 상태에 있는 나를 상상하며 룰렛을 돌린다. 그리고 오늘의 화살표가 가리킨 곳은 오봉산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봉산을 오면서부터 쭉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오봉산을 오르는 지금도 천국에 이는 듯 몸과 마음이 평화롭고 행복했다. 오봉산이 가진 에너지의 진동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둘 다이지 않을까.
어쨌든 영혼의 목소리를 따르는 방법으로 룰렛을 돌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나의 파장, 에너지, 진동 주파수에 영향을 받아 룰렛의 화살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행복과 감사, 평화와 즐거움 상태에 있다면 룰렛도 그 에너지장의 영향을 받아 그와 어울리는 선택지를 가리키게 된다. 만약 여러 가지 선택지에서 고민이 되는 일이 있다면 내가 되고자 하는 상태,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룰렛을 돌려보라. 영혼은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나는 그 목소리를 그저 아무 계산 없이 따라가면 된다. 영혼의 목소리를 제대로 따르면 세포가 살아 뛰는 느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고, 좋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어린아이로 돌아가 아무 근심걱정 욕심 없이 행복한 느낌이 바로 제대로 영혼의 목소리를 따르고 있다는 신호다.
나는 오봉산에 오면 천국에 오른 듯 행복의 에너지가 온몸에 퍼진다. 오봉산의 기운이 나를 그렇게 만든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나무들과 교감하고,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행복하게 걷는다. ‘너무 좋아!’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온몸의 세포들이 기뻐하며 춤추는 것이 느껴진다.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 마음은 생동생동 춤춘다. 나는 아름다운 자연 속을 맨발로 걸을 때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이곳은 천국이다. 나는 이곳을 매일 맨발 걷기하고 싶어서 여기로 이사를 올까 진지하게 고민까지 했다. 이곳을 걷고 나면 이상하게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져 하루 종일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오봉산의 장점은 매우 많지만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조치원역에서 택시로 10분 이면 도착. 뚜벅이도 접근이 쉽다!
산의 기운이 좋아 맨발 걷기하고 나면 온몸의 상태가 최상이 된다'
지압로가 중간중간 있어 좋다
빗자루로 쓸어놓은 듯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서 앞을 보며 숲과 교감하며 걷기가 가능하다
세족장이 있어서 맨발 걷기 후 깨끗하게 발을 씻을 수 있다
등산로 초입에 정자와 벤치가 많아 짐을 두고 가볍게 오를 수 있다
맨발 걷기 후 정자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면 꿀맛이다. 너무 시원하다
숲이 울창해서 여름에도 시원하고, 그늘이 좋아 햇볕이 잘 가려진다
왕복 여유롭게 걸으면 3~4시간 안쪽으로 소요되고, 15000보 정도 걸을 수 있어 딱 적당하다
정상에 오봉산을 지키는 고양이님이 살고 계셔서 만나러 가는 기쁨이 있다
아름다운 새소리와 나무 소리를 음미하며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9시 15분 정도에 오르기 시작하여 11시쯤 정상에 도착했다. 오봉산 정상의 뷰는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생물이 살고 있다. 바로 오봉산 고양이님이다. 이 고양이 님의 별명은 잠의 고양이신이다. 물론 내가 붙인 이름이다. 오봉산 정상에 오르면 항상 이 고양이님이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도 계속 숙면을 취하신다. 사실 산을 오르기 전부터 이 고양이 님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레었다. 세상의 잡다한 온갖 것들을 발아래 내려두고 한가롭고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님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를 닮게 된다. 세상만사 급할 것도, 애쓸 것도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의 평화와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것만이 내가 할 일. 온 우주의 주인이 된 기분이 된다. 마음의 소란이 잦아들고 텅 빈 공의 상태가 된다. 세상만사 모두 공으로 돌아갈지니 무얼 그리 찾고 집착하며 떠밀려 살아가는 것일까. 그냥 여기 이 고양이신님처럼 눈을 감고 자연에 몸을 맡긴 채 평화롭게 고요하게 햇살을 즐기면 이곳이 천국인 것을.
고양이신님을 만나고 내려가는 길 내려가기 싫다. 하루 종일 오봉산에 있고 싶다. 나의 꿈은 저 고양이님의 젤리처럼 아름다운 발바닥을 갖는 것이다. 천연 찰고무처럼 흙을 아무 저항도 거리낌도 없이 촥촥촥 걷는 무적의 발바닥을 가지고 싶다. 전국의 아름다운 산들을 나의 이 두 발로 흙을 애무하며 걷고 싶다.
하산 후 정자에서 집에서 만들어온 주먹밥을 먹고 택시를 타고 조치원역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앉자마자 ‘잠의 신’에 부름을 받고 기절한 듯 잠이 들었다. 50분 후 눈을 뜨니 순식간에 집에 도착해 있었다. 엄마는 나를 보더니 ‘피부에 뭘 한 거야? 광이 번쩍번쩍하네!’ 하며 맨발 걷기의 효능을 다시 한번 실감하셨다. 다음엔 또 어떤 산을 맨발 걷기 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