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고 싶은 다큐

패치워크처럼 흩어져 있는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수집해 이어 붙이기

by 여행하는 그리니


내 인생을 바꾼 에크하르트 톨레. 그의 책을 읽고, 나는 삶이 통째로 바뀌었다. 내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를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 깨어있음, 현존하기. 그런 것들의 의미를 알고 난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어떤 다큐를 만들고 싶은지 생각할 때도 그의 책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양문 출판


가능하면 자주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십시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는 아무런 견해도 갖지 말고 그저 듣기만 하십시오. 아무런 판단도 하지 말고 비난을 퍼붓지도 마십시오. 목소리가 들리면, '아,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할 뿐, 거기에 끼어들지 않고 '여기'에 남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생하게 깨어있는 것이고, 이것이 자기 자신의 현존을 느끼는 것입니다.


쾌락은 항상 외부에서 오지만 기쁨은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지 마십시오. 깨달음을 '성취'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십시오. 마음을 지켜보는 자로서 남아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순간만이 내가 갖고 있는 전부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십시오. '지금 이 순간'을 삶의 구심점으로 삼으십시오.


- <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일상의 어느 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찰나가 있다.

마음에,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순수하게 깨어있는 삶의 순간.


계단을 오르는 순간,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순간, 신발끈을 매는 순간, 양말을 신는 순간, 누군가의 말을 듣는 순간, 기지개를 켜는 순간,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이완하며 깊게 호흡하는 순간,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짧은 찰나의 순간 생각이 텅 비고 온전히 깨어있음만이 존재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삶이 되고, 전체가 된다.

내가 찍고 싶은 다큐는 그런 순간들을 모아 이어 붙인 것이다. 패치워크처럼 흩어져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수집해 이어 붙여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하고 싶다.

그럼 어떤 순간들을 담고 싶은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머리가 텅 비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순간, 깨어있는 순간을 담고 싶다.

그럼 나는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나는 언제 머리가 텅 비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언제 깨어있는가. 나는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걷고,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내가 느낀 감정들, 생각들을 이미지적인 방법(그림, 사진, 영상)으로 표현할 때 알 수 없는 희열감을 느낀다. 그리고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알아차려 그 순간을 음미하고, 어떤 방법이든 그것에 대하여 기록할 때 살아있음의 기쁨, 열정, 희열을 느낀다. 그거라면 평생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삶의 아름다움이란 언제 어디나 매 순간 존재한다. 삶의 아름다움은 삶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특성이다. 그래서 언제나 삶 전체에 공기처럼 흐르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공기의 한 부분이 툭 하고 열려 알차려지는 순간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 그리고 인간이 사는 삶의 풍경 속에서도 매 순간 존재한다. 나는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 깨어있다는 생각,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을 다큐로 표현하고 싶다.


나의 고민은 무엇을 함으로써 그런 순간들과 만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림 그리기, 여행, 걷기, 사진을 통해? 그것을 아직 잘 모르겠다. 무엇을 함으로써 그런 순간들을 만날 것인지, 다큐로 표현할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생각만 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 직접 행동해보자. 그리고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자. 내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자. 현재의 순간만이 내가 갖고 있는 전부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자. 쾌락은 외부에서 오지만 기쁨은 내면에서 일어난다.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을 잘 들여다 보고, 영혼의 목소리를 따라가자. 논리와 이성이 아니라 직관과 본능이 시키는 대로 나를 내맡기자.


내가 만난 삶의 아름다운 순간들, 살아있음을 느낀 순간들을 발견하고, 수집하여 나만의 무언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다큐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예술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예술이란 정답이 없는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각이라고 넓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라는 존재는 이 세계에 유일한 존재이고, '나'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시각 또한 유일하다. 그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삶에서 벌어지는 아름다운 순간을 알아차리고 수집하여 모아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다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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