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어떻게 시간을 경험하는가?

by 최정미의 뇌과학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는 듯 보이지만, 우리 각자가 이를 경험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행복한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위험한 순간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두 가지 뇌과학 연구가 이를 흥미롭게 밝혀냈습니다. 뇌의 특정 영역이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주관적으로 느끼게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한 번 고속도로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려다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주마등처럼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지요. 그런데 나중에 블랙박스를 보니, 그 순간은 단지 "앗!" 하는 찰나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 현상은 우리 뇌가 위급한 상황에서 '시간 팽창'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뇌의 정보 처리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2024년 Nature Human Behaviour에 보고된 최신 연구에서는, '기억에 남는' 장면일수록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밝혔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이미지들을 짧은 시간 동안 보여준 뒤, 그 이미지를 '짧다' 혹은 '길다'고 분류하게 했습니다. 연구진은 장면의 크기(공간적으로 얼마나 넓은지)와 복잡성(얼마나 어지러운지)이 시간이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더 넓은 공간의 이미지는 시간을 길게 느끼게 했고, 복잡한 이미지는 시간을 짧게 느끼게 했습니다. 연구진은 우리의 뇌가 이미지의 크기나 기억에 남을 만한 특징들을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이러한 처리가 빠르게 이루어질수록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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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감정적으로 강렬한 사진이나 매우 뚜렷하고 큰 이미지를 보았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이 평소보다 더 오래 지속된 것처럼 느낍니다. 뇌가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주의를 집중하며, 기억에 남는 밀도 높은 경험을 만들어낼 때 시간 팽창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인데요. 이는 생존에 유리하도록 진화한 뇌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주관적 경험을 연구한 또 다른 최신 논문에서는 뇌의 두정엽(supermarginal gyrus, SMG)후두엽(middle occipital gyrus, MOG)이 시간 감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자들은 반복적인 시각 자극을 보여주며, 자극의 물리적 시간과 주관적 시간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관찰했습니다.


두정엽(SMG) 영역은 주관적인 시간 경험을 담당합니다. 특정 길이의 자극이 반복될수록 뉴런의 반응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후두엽(MOG)은 자극의 물리적 시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시각 자극이 제공되는 동안 실제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며, 물리적 시간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두 영역은 협력하여 우리의 시간 감각을 조율합니다. 위급한 순간처럼 강렬한 상황에서는 두정엽이 더 활발하게 작동하며, 주관적으로 시간이 길게 느껴지게 합니다.


image (3).png 그림2


위 두 연구는 우리가 왜 위험한 순간에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는지 설명합니다. 뇌는 긴급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시간을 왜곡합니다.


1) 더 빠른 정보 처리: 위협이 감지되면 뇌는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합니다. 이는 더 많은 디테일을 포착하고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입니다.

2) 높은 집중도: 긴급 상황에서는 감정적 주의(emotional attention)가 극대화됩니다. 특정 자극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3) 밀도 높은 기억 생성: 강렬한 감정과 사건은 뇌에 깊게 각인되며, 기억이 세밀하게 저장됩니다. 이로 인해 지나간 시간이 실제보다 더 길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뇌가 처리할 정보가 적고, 기억에 남을 만한 밀도 높은 사건이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경험이나 감정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은 시간을 더 풍요롭게 느끼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은 단순히 시계가 표시하는 물리적 숫자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뇌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두정엽과 후두엽이 협력하여 시간을 물리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우리의 경험에 따라 재구성합니다. 이 과정에서, 강렬한 순간은 길게 느껴지고, 단조로운 순간은 짧게 느껴집니다.


이제, 당신의 하루를 더 풍요롭게 느끼고 싶다면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거나, 감정을 더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활동에 도전해 보세요. 뇌는 그 순간들을 더 길고 깊게 기억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시간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뇌가 끊임없이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세요!



“과학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최정미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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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0cahXO2K41E?si=602lxn3gf1f0ItzH


그림1 출처 :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1863-2

그림2 출처 : https://www.jneurosci.org/content/40/40/7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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