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단계에서 미리 위험을 알리는 휴식모드 신경망

by 최정미의 뇌과학

우리가 눈을 감고 조용히 있을 때,

쉬는 뇌인 휴식모드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이 활성화됩니다.


오히려 그 순간이 뇌가 가장 ‘자기 본연의 리듬’을 드러내는 때인데요.

이 리듬을 휴지기 뇌파(resting-state EEG) 라고 불러요.

그런데 이 리듬 안에는 뇌 전반의 건강 상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제가 참여했던 중요한 연구에서는,

눈을 감은 안정 상태의 뇌파만으로 무증상 알츠하이머(asymptomatic AD, aAD),

즉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이미 뇌 안에서는 변화가 시작된

아주 초기 단계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어요.


이 무증상 알츠하이머 단계는 실제 치매 진단을 받기 10~15년 전부터 시작됩니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알아차리는 것이 치매 예방의 핵심이지만,

그동안은 아직 질병에 걸린 것은 아닌, 미병 단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거의 없었어요.

이에 비하면 경도인지장애(MCI)나 치매 환자를 평가하는 기술은

매우 쉬운 편에 속했죠.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의 ‘무증상 단계’를 정밀하게 구분하려는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었는데요.

그만큼 변화가 시작된 뇌를 조기에 찾아내는 작업에는

막대한 연구비와 수년의 기간이 필요할 만큼

연구자들에게도 정말 어려운 과제였어요.


무엇보다도 이 단계의 뇌에 해당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사용해야 했는데,

이 검사는 몸에 해로운 방사성 추적자를 주입해야 하고

검사 비용도 매우 높았어요.

더 큰 문제는,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를 선별해 검사하더라도

실제로 독성 단백질이 쌓여 있으면서도 무증상인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일반인이 예방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PET 검사를 받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었죠.


그런데 저희는 이런저런 시도를 하던 중,

놀랍게도 휴식모드 신경망의 뇌파 리듬이

뇌의 미세한 기능적 변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즉, 뇌의 구조적 변화나 기억력, 인지 기능 등에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이미 아밀로이드 독성 단백질이 쌓이기 시작한 사람들의 뇌에서는

휴식모드 신경망 리듬이 느려지고, 동기화(coherence) 가 약해지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KakaoTalk_20251111_003827981.png

뇌의 동기화란 여러 영역의 신경망이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서로 박자를 맞추며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이 리듬이 흐트러지면 신호가 제때 전달되지 못하고,

뇌 전체의 조화가 무너지게 됩니다.

겉으로는 아무 증상이 없어 보여도

뇌 속에서는 이미 작은 불협화음이 시작된 셈이죠.


이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이제 누구나 휴식 상태의 간단한 뇌파 측정만으로도

조기 뇌 변화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PET처럼 비싸고 복잡한 장비 없이도,

집이나 지역 보건소에서 비침습적으로 전전두엽의 뇌파 리듬을 측정해

휴식모드 신경망(Default Mode Network)의 이상 여부를

자주 추적 관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시다시피 치매와 같이 인지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대부분의 뇌 질환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습니다.

주요 신경망의 리듬이 서서히 느려지고,

연결이 조금씩 느슨해지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변화이지요.

가역성이 있는 조기에 위험을 알아차려서 적극 개입한다면,
휴식모드 신경망 리듬을 더 빠르고 쉽게 정상화시켜 예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평범한 휴식 중에도

뇌의 리듬을 한 번 들여다보는 일은

미래의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습관이 될 수 있어요!




“과학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최정미의 뇌과학.”


네이버 카페 : https://cafe.naver.com/obraincenter

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FFc8cEduDRs


관련 논문 : https://doi.org/10.3389/fnagi.2023.1131857

그림1 출처 :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custom-media/eisai/smoldering-alzheimers-disease/
그림2 출처: 자체 제작




이전 03화몸의 균형, 뇌의 협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