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는 왜 음양으로 진동하는가?

by 최정미의 뇌과학

우리가 흔히 ‘뇌파(EEG)’라고 부르는 것은 뇌 속의 신경세포들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를 머리 피부 위에서 측정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 신호는 단일 신경세포의 직접적인 발화 신호가 아니에요. 뇌파는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동시에 활동하면서 만들어내는 전압 변화의 합성 결과입니다.


신경세포 한 개는 외부로부터 신호를 받을 때 미세한 전위 변화를 일으키는데, 이것을 시냅스후전위(Post-Synaptic Potential, PSP)라고 부릅니다. PSP에는 흥분성과 억제성의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먼저 EPSP(Excitatory Post-Synaptic Potential, 흥분성 시냅스후전위)는 세포막의 전위가 상승하면서 다음 세포가 ‘발화’할 확률을 높이는 신호입니다. 주로 Glutamate(글루탐산) 이라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할 때 발생하지요.


반대 작용인 IPSP(Inhibitory Post-Synaptic Potential, 억제성 시냅스후전위)는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 같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수용체에 작용하여 막전위를 낮추고, 세포의 발화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EPSP와 IPSP는 전류의 방향이 서로 반대라서 뇌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켜짐’과 ‘꺼짐’ 신호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셈이죠. 각각의 전위 변화는 매우 작긴 하지만, 피질 표면에 있는 피라미드 세포(pyramidal cell)들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신호가 더해지면 비교적 큰 전기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 전기장의 변화를 머리 피부에 붙인 전극이 감지한 것이 바로 우리가 보는 뇌파 신호입니다.


즉, 뇌파는 개별 신경세포의 발화 신호(action potential)가 아니라, 많은 세포들이 동시에 만들어내는 EPSP와 IPSP의 느린 리듬이 겹쳐진 결과예요. 뇌파의 파형이 천천히 오르내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집단적 전위의 평균값’을 측정하기 때문이죠.


흥분성 전위(EPSP)가 많아지면 뇌의 활동 수준이 올라가고 빠른 주파수가 강해집니다. 반대로 억제성 전위(IPSP)가 우세하면 리듬이 느려지게 되지요. 이처럼 뇌파는 흥분과 억제의 균형(E/I balance)이 반영된 패턴입니다. 균형이 적절할 때는 집중이 잘되고 감정이 안정되지만,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산만함이나 피로, 불안 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수많은 세포들이 전기적으로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합성 파동인 뇌파는, 신경계의 흥분과 억제 회로가 얼마나 조화롭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인 것이죠.




“과학으로 세상을 밝힙니다. 최정미의 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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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A6tItn9gR7Y


그림 출처 : https://unicellular.tistory.com/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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