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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아지다사라지다 Dec 09. 2022

시체의 냄새

가장 지독한 것은 고독이다

시체의 냄새, 시취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이 많다.

그 소문들은 너무나 다양해서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엄청난 공포심을 느끼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 살면서 사람의 몸이 썩는, 즉 부패하는 냄새를 맡게 될 일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특수 직업 군이 아니고서는 접하기 힘들 것이다.


시신을 매일 보는 직업이어도 사실 부패한 시신을 만나게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 역시 자주 겪진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후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시각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냄새를 말로 표현하기는 사실 어렵다.

내가 연수생 시절 시취를 미리 경험한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시체 썩는 냄새는 도대체 어떤 냄새예요? 그렇게 지독한가요?"

"아... 글쎄. 음. 쉽게 표현하자면 계란 썩은 냄새와 그래도 가장 유사하던걸."


실제로도 그랬다. 오래도록 썩은 계란의 냄새를 맡아본 적은 없었지만

충분히 연상될 만한 냄새였다.


그 당시 장례지도사에게 주어지는 용품이란, 천 가운, 미용 비닐장갑, 일회용 덴탈 마스크가 전부였다.

정장 위에 가운을 입고, 그날은 마스크를 특별히 두 개를 겹쳐 꼈다.

지금 같으면 94 마스크라도 구하는 건데, 아니면 방독면이라도

그때는 그럴 처지가 안 됐다.


사전 정보로는 고인은 50대 남성으로 홀로 원룸에서 지내다가 사망하셨고

겨울이었기 때문에 전기장판 위에 일주일 남짓 계셨다고 한다.

장례지도사는 여름철 폭염보다 전기장판을 더 두려워한다.


안치실 관리자 분께서는 입관을 하러 온 사람들을 배려하고자

빈소에서 쓰는 향 한 갑 새 걸 꺼내서 그 한 뭉텅이를 손에 쥐고 불을 붙였다.

보통 분향을 할 때 향 하나에만 불을 붙여도 향이 꽤 세다.

그런데 그 한 갑, 한 손으로 가득 잡히는 양의 향에 한 번에 불을 붙이다니

시취를 맡기도 전인데 그 연기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매워 찌그러졌다.


안치실(냉장시설)에서 시신이 드르륵 하고 밀려 나왔다.

보통은 고인분은 환자복이나 사망 당시의 옷을 입고 계시지만

반 투명 비닐에 시커먼 물체가 쌓여있었다.


방금 꺼낸 향은 마치 마취크림 같은 존재였다.

피부과 시술을 받을 때, 예를 들어 점을 뺄 때 그 부위에 마취크림을 발라놓지만

막상 점을 레이저로 지지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살이 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고인을 감쌌던 비닐을 걷어내자 향으로 잠시 마취시켰던 코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입관은 보통 2인 1조로 진행된다. 내 앞에 베테랑 선배가 계셨지만

나는 호흡이 일단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장례 일을 하면서 강한 척을 많이 하게 된다.

슬프지 않은 척, 웃기지 않은 척, 대담한 척, 무섭지 않은 척...

그날도 그랬던 것 같다.

최대한 무표정으로 호흡은 가장 짧고 빠르게 하며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될지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시커멓게 피부와 옷이 뒤엉커 녹아버린 몸

결코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해골만 남은 뭉개진 얼굴

그리고 한 없이 야윈 몸 밖 안에서 쉼 없이 꿈틀대는 흰 애벌레들을 보면

동공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싱크대에 오래된 사과가 있으면 날벌레가 꼬이는 것을 봤을 것이다.

그처럼 무언가 부패하게 되면 벌레가 침투하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아무리 창문을 닫아 놓았다 하더라도 벌레가 들어올 틈이란 늘 있다.

그 애벌레는 부패하는 생명체를 양분으로 삼아 성장한다.

나는 분명 죽은 시신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 안에 수백 개의 새 생명이 꿈틀대고 있다.

이것을 과연 생과 사가 공존하는 현장이라 칭해야 하는가.


고인이라면 보통 수의를 입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패된 시신은

몸이 녹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손을 댈 지경이 아니라서 수의는 입지 못하시고

관에 같이 넣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입관에는 뭐 정해진 법도라는 게 없기 때문에 간혹 열정적인 장례지도사는

내가 기필코 수의를 입히리라 다짐하면, 가방에서 에프킬라를 꺼내

일차적으로 애벌레를 제거하고, 피부 표면을 솜으로 감싸 입혀드리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입관 시간보다 시간이 배 이상 소요될 것이다. 


처음 경험해본 시취란, 무성한 소문만큼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더욱 두려워하는 이유는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동물들도 부패해서 죽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공포

여차하면 누구든, 나 조차도 녹아버릴 수 있는 게 인생이니까


그분을 운구했던 운구차량은

그분이 화장장에 도착해 화로에 들어가 재로 변하는 그 시간을 틈타

주차장에서 차의 온 창문을 다 열어젖히고

탈취제 한 통을 비워가며 환기를 했다.


장례 전용 탈취제라서 냄새가 꽤 공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스며든 시취가 쉬이 사라질 것 같진 않았다.


그래도 내가 가장 무서웠던 건

이 분이 이렇게 육신이 부패할 정도로 긴 시간을 혼자 계셨다는 점과

이 장례식에 아무도 조문을 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혼한 전 아내와 친 자녀가 있다고 하는데

직원이 연락을 해보니 전 처는 물론이고 자녀들도 오지 않겠다고 전했다.


육신의 고약한 냄새보다 독한 건

지독한 고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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