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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꺼운안경 Aug 20. 2024

이기적인 마음

모든 대화는 영어와 번역기로 하였다. 부르고뉴의 있던 기간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실력이 꽤 늘었다. Carthy가 영어를 꽤 잘했고 Gilles은 영어가 서툴렀다. 그들은 나에게 계속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고 나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영어표현들을 찾아가면서 공부했었다. Gilles과 대화했을 때 특히 나의 영어가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가 영어가 서툴기에 나의 실력의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인가 싶다.


그들에게 고마웠던 점은 번역기를 사용해서 나에게 대화를 시도해 줬다는 것이다. 나였다면 번역기를 사용해서 나의 말을 전달하는 것을 굉장히 귀찮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와인을 한잔 두 잔 마시며 대화를 하니 취기가 올라 더 자신감 있게 대화를 했다. 술을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바로 잠에 들었다. 너무나도 피곤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전날 밤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얘기를 들었다. 아침에 1층으로 내려가보니 나의 작업복과 신발이 있었다.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정말로 일손이 필요했기에 내가 필요했던 것이구나 했다.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제일 처음 한 것은 곧 열릴 전시 오프닝 파티를 위한 전시장 바닥 청소와 물건 정리였다. Carthy는 내가 할 것을 알려준 후 다른 일을 하러 갔다. 나는 열심히 바닥을 청소하고 물건들을 가지런히 분류해서 정리했다. Carthy는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았다. 내가 다 했다는 말에 고맙다는 말만 하고 다음 해야 할 것을 살폈다. 이곳 사람들은 원래 이런 것인가 했다. 귀찮은 것인지 나를 믿는 것인지 헷갈렸다. 


전시장을 청소하며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했다. 사람의 형태를 와이어와 같은 철로 만들고 뿔이나 꽃 벌레 같은 요소를 넣어 요괴의 형상처럼 보였다. 자신의 작업도구들도 같이 전시를 했다. 전시장 입구에 전시의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불어로 되어있어 확인은 하지 않았다. 마당에 전시되어 있는 것은 숲 속에 묻혀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느낌을 준다. 나는 마당에 있던 전시의 역할이 좋았다.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오늘은 오전의 전시장 청소만을 하고 일찍 끝났다. 그러던 중 그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왜 그런가 하니 Gilles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Gilles은 다음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서 1주일 정도 뒤에 온다고 했다. Gilles은 꽤 덤덤해 보였다. Carthy는 그런 Gilles의 모습이 당연해 보였다.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쉬운 마음과 걱정이 컸다. Gilles이 떠나고 Carthy와 둘이 지내는 것의 대한 걱정과 Gilles은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1층으로 내려가니 Gilles은 없었고 Carthy와 인사를 했다. Carthy도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나는 재차 그는 괜찮냐고 물었고, 그녀는 괜찮을 것이다라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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