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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별쌤 Oct 07. 2024

여전히 당신은 그곳에 계시네요..

당신의 꽃은 시들지 않아요.

1999년 마지막 날...

사람들은 20세기를 맞이하며 들떠 있었어요~

우리 세대에서 2자가 달리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걱정도 되고~~

(뭔가 잘 못 돼서 2000년이 찍히면서 폭발을 하거나 잘 못 돌아가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겐 의미가 없었어요.

1900년대이던 2000년대이던...

어차피 내 곁에 그분은 안 계시니까요~

울어도 울어도 슬픔이 가시지 않았어요~

2000년 되는 거라도 보고 떠나시지 뭐가 그렇게 급하셔서 새해도 못 만나고 떠나셨을까?

이렇게 가슴저리게 아파오는데.. 너무 고통스러운데...

내가 아파하든 말든 2000년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환호했지요

대망의 2000년대를 맞았다고..

내 눈에 눈물이 아직 달려 있는데 그들의 환호를 들으며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2024년의 마지막 분기를 맞았네요.


당신과 헤어지던 날을 기억하며 가족들이 모였고 당신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었어요.

당신이 이 세상에 계실 때는 당신의 생일을 지키지 못했어요.. 

멀리 시집간 딸이라 설 명절과 가까이 있는 당신 생일을 함께 해드리기가 쉽지 않았고 

당연히 당신이 이해해 주실 거라 믿었어요.

맞아요~ 당신은 이해해 주셨어요. 

하지만 마음은 아프셨겠죠. 그렇게 소중하게 키우셨던 딸이 보고 싶으셔서...

부모님 결혼하시고 11년 만에 태어난 금쪽같은 딸..

그 금쪽같은 딸은 시댁을 섬기느라 당신의 생일에는 시간을 내는 게 엄두가 안 났어요.

지금 생각하면 뭐가 그렇게 어려웠는지... 왜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어리석고 생각이 짧았어요. 무조건 친정 아빠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버렸나 봐요..

당신 생신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을 때 당신은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셨고

이제는 생신이 아니라 기일을 지켜야 한다네요~ㅠㅠ

이번 기일에 당신의 사진을 보며 남겨진 아쉬움이 너무 커서 소리 죽여 울었어요.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요...

할 말도 정말 많아요..

당신이 내 아버지여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날 많이 사랑해 주셔서~


당신은 여전히 그곳에 계시네요~

내 마음속에 꽃으로 피어 있어요.. 시들지 않는 꽃으로~

사랑합니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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