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지..
새해 첫날..
늦잠을 잤고 점심도 늦게 먹었다.
온 나라가 겪고 있는 슬픔이 어느새 내 안에도 가득해서 나를 자극하지 않도록 나름 조심하며 살아간다.
차라리 크게 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울지 않고 슬픔을 견디는 것은 고문처럼 느껴진다.
2025년 1월 1일..
해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날이었지만 오늘은 새로움을 느낀다는 것도 슬픈 이들에게는 죄송했다.
그리고 다행이다.. 추억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런 날도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지..
내가 살던 어린 시절엔 구정(설날)이 너무나 컸기에 신정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새해 첫날 아빠와의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얼마나 감사한지.. 이런 날도 있어야 덜 아플 수 있으니까..
아직까지도 좋아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은 그 대사들이 참 주옥같다.
유진(이병헌)이 미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애신(김태리)은 부상을 입은 상태로 흐릿한 눈으로 쳐다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유진에게
'또 꿈인 거요.. 이런 꿈들을 너무 많이 꿨소.. 하지만 이젠 꿈에라도 오지 마시오. 이곳은 지옥이오.. 너무 위험하오.. 당신을 잊어야 하루라도 숨을 쉴 수 있지 않겠소..'
오늘 난 추억이 떠오르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날도 있어야 숨을 쉴 수 있지...'
이런 문장이 왜 그렇게 술술 내 입 밖으로 나오는지 생각했더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대사, 장면, 배우가 다르겠지만 난 이 대사가 참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은 가끔 숨을 쉴 수 조차 없게 만든다는 것을..
<미스터 션샤인>
유진: 참 밉던데. 너무 그리우니, 보고 싶을 때마다 밉던데.
애신: 그래서 잊히면 그것도 괜찮소. 그 말을 전하러 왔소. 혹시 내 소식을 기다릴까 하여. 이제 더는 기다리지 말라고. 조선은 더 위태로워졌고 나의 집안은 송두리째 부서졌소. 나의 세상엔 더 이상 헛된 희망도 더 들킬 낭만도 없고. 난 이제 더는 귀하와 나란히 걸을 수 없소. 허니 이제 각자의 방향으로 멀어집시다.
유진: 그게 지금 끝끝내 기다리는 사람한테! 내가 잡으면 어쩔 거요. 난, 내 기다림은 의미가 없는 거요. 아, 내가 서 있을 일이 아니었나. 내가 기다릴 일이 아니었어. 어디든 좋소, 가시오. 그대가 가는 방향으로 내가 걷겠소.
애신: 난 당신이 살길 바라는 거요.
유진: 나도 내가 살려고 이러는 거요. 안 보면 죽을 것 같아서. 그리고 아는진 모르겠지만 나한테 신세 진 거 하나도 안 갚았소. 떼어먹을 생각 마시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내가 다 찾아서 받을 테니까.
어떻게 감정을 이렇게 멋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안 보면 죽을 것 같아서 나도 내가 살려고 이러는 거요..'
나도 가끔은 그리움에 죽을 것 같았다.
아빠가 그리워서 죽을 것 같았고..
딸이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고..
이젠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이지만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만큼 아프진 않다.
추억은 생생하지만 그 추억으로 인해 아프진 않다. 더 보고 싶을 뿐..
이것 또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