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계셨지요?
하얀 눈을 맞으며 아빠를 만나러 갔다.
눈이 많이 내려서 하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각자 많은 사연들을 담았을 산소들이 나란히 줄을 서 있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비석이 없었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만큼
천주교 공원묘원은 예전보다 훨씬 더 가득 채워져 있다.
늘 슬펐던 이곳이 오늘은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햇빛을 받은 하얀 눈의 반짝임도 한몫한 것 같다.
그 예쁜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환하게 웃는 날 맞아주시며 아빠는 '어서 와'라는 말에 이어
'이렇게 눈이 왔는데 오느라 힘들었겠다~' 하시며 날 걱정해 주시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멀리 시집간 딸이라
매번 아빠를 뵈러 갈 때마다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빠의 눈에 눈물을 맺히게 한
너무나 죄송한 딸,
충분히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고,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했던 아쉬운 딸,
하지만
아빠 산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오늘은 울지 않았어요.
아빠 곁에서 환하게 웃으며
아빠의 따뜻함을 느끼며 행복했어요..
우리 삼 남매가 이렇게 함께 모여 아빠를 만나서 더 좋았나 봐요.
그리고 울 엄마 대단하시죠?
아빠 떠나신 지 25년째,
엄마는 이제 97세의 나이를 가졌음에도 아빠 산소에 걸어서 오실 정도로 건강하세요~
가끔 '아빠가 돌아가셨냐? ' 라고 물으시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지만
아빠 산소 앞에서 '잘 계시라'라고 말씀하시는 엄마를 보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죠..
동생(아빠 아들)이 말하는 것 들으셨죠?
'아빠, 엄마는 우리랑 10년만 더 있다가 보내드릴게요~'라고..
아빠의 손주들도 이제 다 어른이 되어서 그들의 아이들을 키우며 열심히 살고 있어요..
아빠가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아빠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시곤 했었는데..
25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후딱 지나가버렸네요..
이젠 아빠를 떠올리며 슬퍼하는 시간보다
아빠로 인해 행복했던 시간들이 더 많이 생각나요~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 주셔서..
아빠가 주신 따뜻한 마음들 세상에 나누며 살아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