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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Jul 09. 2019

책이야기 21-포노 사피엔스:최재붕

킬러 콘텐츠를 찾아라!

이 책은

너무나 아날로그를 사랑해급기야 텃밭을 가꾸고

때로는 필요한 툴을 검색하기 위해 구글을 뒤지고

한 때는 코딩을 업으로 삼기도 했으나

게임이라곤 애니팡 일주일 전력이 전부인 내가

교사로서 앞으로의 세대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선택한 책이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신인류의 자발적인 선택!

킬러 콘텐츠를 찾아라!

우리에겐 앞으로 나아갈 선택지 뿐이니
부작용의 이면을 들여다보자.


처음 인터넷뱅킹을 하던 날이 떠오른다.

휴대폰으로 계좌이체를? 혹시나 몰라 동생과 함께 돈을 서로 주고 받은 후 집 앞 ATM 기기에 통장을 넣고 이체가 제대로 된 것인지 통장을 찍어보았다. 다들 연습 한 번 쯤은 해보았죠?


처음 한 번은 늘 어려웠다.

PC에 고이 모셔둔 공인인증서를 휴대폰으로 옮기면서,

카드 간편결제를 등록하면서,

심지어 영상 통화를 처음 하면서 얼마나 놀랬던지.

한 번이 어렵지 두번째 부터는 익숙해진다.

편하면 편할수록 익숙해지데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ATM 기기를 찾아 계좌이체하는 내 모습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듯.

공인인증서가 들어있는 폰을 바꿀 때 큰 일이 난다는 둥 우려가 많았지만 여태 나의 계좌가 무사한 걸 보면 그 사이 기술이 발전한 것인지, 우려가 너무 컸던 것인지 모를 일이다.


<포노 사피엔스>는
한편으로는 휴대폰과 함께 자란 신인류가 만들 유토피아를 그린 책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가 너무나 규제가 심하여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저자의 우려를 담은 책이다.


굉장히 쉽게 읽히고, 잊을만 하면 데자뷰처럼 내용을 다시 반복해주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 속이 시원하다. 다만 포노 사피엔스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진 책이라 사회 문제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면 조금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p.65

100년 동안 견고했던 택시 서비스가 불과 9년만에 추락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새로운 인류의 자발적 선택'때문입니다. 우버를 타본 포노 사피엔스들은 더 이상 택시를 이용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머릿속에서 어디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우버앱을 켤 뿐이죠. 소비자의 선택이 자발적으로 옮겨갔다는 겁니다. 마치 마차를 버리고 자동차를 선택한 것처럼.


p62.

우버가 강조한 게임의 경험이란 이런 겁니다. 우버는 서버에 샌프란시스코 디지털 맵을 올려 '게임판'으로 사용합니다. '택시를 타고 싶은 게임 참여자'들은 앱을 다운받아 가고 싶은 위치를 표시합니다.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게임 참여자'는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합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내비게이션이 켜지고 마치 게임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차에 오릅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고, 요금도 내지 않습니다. 게임 안에서의 결제는 게임기가 알아서 해줍니다.


유토피아니 디스토피아니 이제는 너무 고리타분한 내용이어서 그런가. <포노 사피엔스>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하나의 '게임'으로 간주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어린시절부터 인터넷 게임을 즐기며 유희에 익숙한 포느 사피엔스들은 택시를 이용할 때, 여행을 할 때 마치 게임처럼 상황을 인지하고 앱을 통해 게임하듯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GG(Good Game)하듯이 평점을 남기고 끝내면 된다.




p142.

클라우스 슈밥은 기술의 혁신이 오늘의 디지털 문명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에는 사람의 변화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시작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입니다. 인류 소비 문명의 변화가 혁명을 만들어냈따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기술은 거들었을 뿐인데 소비자들이 스스로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창조하면서 소비시장을 통째로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과거 산업혁명 때처럼 신기술 도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시장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가장 중요해집니다.


이 책은 철저하게 시장의 가능성에 초점을 둔 책이다. 제1차, 2차, 3차 혁명과 다르게 작금의 4차 혁명은 기술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변화라는 것인데, 이 때의 사람은 바로 '소비자'라는 것이다. 각종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기가 어느때보다 쉬워진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킬러 콘텐츠를 발견하고 시장에 내놓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특히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한 중국의 사정을 살펴보면 일사분란하게 전자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온라인 쇼핑, 온라인 서비스 산업을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공산당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 전역에 빈틈없이 CCTV가 깔렸지만 최첨단 수사를 통해 손쉽게 범죄를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을 예로 든 것은 부작용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우선 고려하자는 저자의 입장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p326.

부작용의 뒷면을 보아야 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부작용이 떠오를 때마다 그만큼의 혁신성은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 상식의 기준이 디지털 문명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문득 수업시간에 간통죄가 폐지되었다는 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리던 중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주관을 확립하기에 너무 어려서일까? 아니면 부모님의 휴대폰 통제가 심해 포노 사피엔스에 이르지 못해서일까?사생활의 자유보다도 사회적 관행과 인간의 도리를 따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오묘한 모순을 느꼈다.


내 상식의 기준은 디지털 문명으로 옮겨가겠지만,

나의 근본은 '인간'에 있다는 것. 이런 혼란스러운 변화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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