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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pr 30. 2016

운명을 믿나요?

첫번째 이야기

 약간은 운명 같은 것이었다. 우리가 만난 건. 우리의 의지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운명 같은 거였다. 우리 사이엔 아무도 없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어본 적도 없었으며, 지나가다 마주칠 일 조차 없었을 우리가 만나게 된 건...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게 되는구나


 나는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다. 사랑을 한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별한 이야기도 글로 써내려갔다. 담담하게, 하지만 솔직하고 남김없이 써내려갔다. 사랑한 이야기보다 이별 이야기는 왠지 사람들의 공감을 더 불러일으켰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아마도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글 따위는 찾아 읽을 틈이 없었겠지만, 이별에 빠진 사람들은 내 마음을 긁어줄 무언가를 찾아 이별노래를 듣고 괜히 혼자 카페에 앉아 감상에 잠기기도 하며 내 이야기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은 없나 괜히 인터넷과 SNS를 찾아보기도 하니까.

 나도 내 이별의 아픔을 누군가 공감해주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누군가에게 내 속을 털어내 보이고 싶었겠지. 그렇게 써내려갔다. 그 글들은 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댓글에 하나하나 재댓글을 달았다. 어느날 밤,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하나 같이 마음에 와닿고 명언인 것 같네요...

 그리고 몇 분 뒤, 또 다른 글에 댓글이 달렸다.


 처음으로 포스트 구독을 신청하고 이제 글을 다 읽었는데 연재를 마치신다니 아쉽네요.. 글을 읽으면서 공감도 많이 됐었고 위로도 되었고 읽으면서 좋은 글귀 있으면 메모도 하고 했었는데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지고 다 괜찮아지겠죠?
 그동안 좋은 글 많이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별 후, 많이 힘들었던 감정이 정리되면서 더 이상 그 글을 써내려가고 싶지 않았기에 더 이상 연재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었다. 하지만 내 글을 좋아해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정모 아닌 정모를 계획했었다. 시간을 정해놓고 카톡방에 다같이 모이는 거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댓글을 달아준 사람을 초대하고 싶었다. 시간 되면 카톡방에 함께 하자고 했다. 그는 그러겠노라고 댓글을 달았다.


 2000명의 구독자 중, 12명이 모였다. 여자 10명과 남자 2명. 그 중 한 명은 그 남자였고 또 다른 한명은 이제 갓 스무살이 되는 청년이었다.

 우리는 그 채팅방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렀고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알고 싶었기에 서로 소개도 하고, 겪고 있는 일들을 나누기도 했다. 다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이 곳에서는 쉽게 풀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이별 이야기에 함께 공감하는 아픈 사람들이었으니까. 다들 각자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때로는 언니에게 상담을 하기도 하고, 오빠가 조언을 해주기도 했으며, 힘들다 토로하기도 했다. 나도 똑같이 그들을 통해 힘을 얻었다.

 나는 이제 서른을 앞두고 있으니 점점 머리만 커져갈 것 같고 고집은 세어질텐데 내가 예전처럼 순수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적어도 1~2년은 혼자가 아닐까 싶은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하는 그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될 지 두렵다고 했다. 그런 내 걱정에-마치 동네 언니오빠와 츄리닝 입고 치킨집에서 맥주 한 잔 걸치는 느낌이었는데-본인들이 내 나이때 그런 사랑을 시작했었노라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채팅방 안 유일한 남성, 열아홉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말이다)도 얼마 전 이별을 했다고 했다. 아픔이 있었다. 상견례까지 할 정도면 꽤 깊어진 관계였을텐데, 2년쯤 만났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아파하고 있었다. 정말 마음을 다해 아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픔에 빠져 사리 분별을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도 아니었다. 언젠가는 괜찮아질거라고 믿지만 지금 아픈 것 또한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내고 있었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남자가 있나 싶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가까워진 우리 12명은 언젠가 한 번 만나기를 원했지만 내가 먼 지방에 있었기에 다같이 모이는 건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가 카톡방에서 이야기를 나눈지 한달쯤 지났을 까, 그가 단체톡방에 뜬금없이 툭 내뱉은 말.


저 지금 울산에 왔어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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