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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Jul 22. 2016

소개팅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서 배우다 

출퇴근 길에 파일럿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를 보게 되었다. 직업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혼자 살고 있는 '늙은 수컷'들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패널들이 그의 엄마들이라는 것이다. 엄마들은 자신의 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아들이 어떤 여자를 만나는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등등... 그렇게 부제를 '다시 쓰는 육아 일기'라고 붙였다. 


어쨌거나 그 프로그램에서 주목하게 된 것은 김제동 씨와 김건모 씨가 소개팅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각색되거나 본인들이 의도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그 영상으로 보이는 부분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김건모 씨는 처음 얼굴을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신승훈입니다'하는 농담으로 시작했다. 생뚱맞고 밑도 끝도 없는 농담은 상대를 당황스럽게 한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농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실례되는 '니 똥꼬'라는 표현까지...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낸 질문이 "남자 친구 있었죠?"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서로 과거 까발리기라니... "당연히 남자 친구가 있었었죠..." 하고 당황하던 여자는 되물었다. 김건모 씨의 그 수많은 사랑과 이별 노래는 자신의 이야기냐고. 그러자 김건모 씨는 자기의 순애보적 과거를 술술술 이야기한다. 2집부터 8집까지 사랑과 이별 노래는 모두 자기 이야기이며 오직 한 여자에 대한 마음이었노라고. 

이렇게 말할 때 여자는 남자를 '와... 해바라기 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까? 

'소개팅하러 나온 나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라고 생각할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다음은 김제동 씨!!

동네 카페에서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확 트인 공간.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마다 다 인사하고 아는 척하고 한 잔 하고 가라고 한다. 여자와의 대화는 계속해서 끊긴다. 사람들은 짓궂게도 "소개팅하냐"고 묻고 둘은 어색해지기 일쑤임에도 그는 계속해서 대화를 끊어가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 세운다. 둘만의 시간이 어색해서였을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계속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본인은 '선글라스 끼고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하지만 보는 사람은 상대의 눈을 볼 수가 없으니 집중이 되기 어려웠다.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눈을 보면 그 진심이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상대를 진지하게 바라볼 수가 없다. 예의도 아닐 테고...




결정적으로. 

여자는 '가정에 충실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는데 본인은 '가정적인 거 하고는 거리가 멀어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말 여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단호하게 철벽을 칠 수가 있을까.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는 굉장히 모호하면서 특이하게 이야기한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개팅, 그것도 결혼 적령기가 넘은 나이의 소개팅은 결혼 상대를 찾으러 나왔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데 김제동 씨는 대화나 태도를 통해서 '넌 아니야'라는 언어를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만나자마자 저렇게 단호하게 태도를 취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야말로 철벽남이다. 



소개팅에 임하는 바람직한 자세 


1. 열린 마음 


 나는 이런 스타일이 좋고, 내 이상형은 이렇고 저렇고 하는 너무 분명한 기준은 좋은 사람을 놓치게 만든다. 보통 행복한 연애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나 또한 '인문학적인 대화가 통하는 남자'에게서 매력을 느꼈었다. 그런 대화가 통하는 똑똑한 사람. 하지만 연애하는 사람이 매사에 그렇게 진지한 것보다는 단순하고 자상한 사람이 날 더 행복하게 해준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 이상형이 아니라고, 내 기준에 안 맞다고 해서 철벽부터 칠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소개팅에 임해보자. 지금 당장 보이지 않는 보석 같은 매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김지윤 소장님의 강의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좋은 남자는 작은 키와 벗겨진 머리 안에 감춰져 있더라고. 좀 극단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사실이다. 

 내가 얼굴로 먹고사는 배우라면 주변에 배우가 많을 것이고 그런 외모의 사람을 만나는 게 쉬울 것이다. 내가 평범한 회사원이라면 평범한 회사원을 만날 가능성이 많다. (어쩌면 김제동 씨와 김건모 씨 같은 분은 주변에 연예인들이 많아서 눈이 높아진 걸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외모는 평범한데 연예인 같은 외모를 찾고, 내 신앙은 겉돌면서 목사님 같은 신앙의 사람을 찾고, 나는 내 맘대로 하고 다니면서 상대는 정숙하고 조신한 사람을 찾고, 자기는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살쪄놓고 상대는 자기를 관리할 줄 아는 날씬한 사람이어야 되는, 내 비율은 말도 안 되면서 상대의 비율을 따지는 그런 어리석고 이기적인 마음은 버려야 한다. 정말. 그건 욕심이다. 결국 딱 나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TV 속의 저 사람에 비해 오징어 같은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에라이, 그냥 결혼 안 할래' 하고 마음을 접어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적어도 소개팅에 나갔다면 마음을 열고 그 사람을 알아가 보자. 잘 되든 안 되든, 이 사람이 어쩌면 놓쳐서는 안될 보석 같은 내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2.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상대가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예의는 잊지 말자. 상대가 자신이 보기에는 일명 '폭탄'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라도 처음 만난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주거나 예의를 잊어버리지는 말자. 오늘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 본 두 사람은 상대에 대한 예의나 존중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누구나 존중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상대가 느낄 감정은 배려하지 않고 하는 행동과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게 한다. 

 사실, 공식적으로 난 한 번도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다. 미팅 조차도... 하지만 지금의 남자 친구를 소개팅 비슷하게 만났었다. 소개해준 사람은 없었지만 생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밥 한 번 먹자며 만났을 때, 어색할 법도 했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즐거웠다. 상대의 질문들에 나는 기분 좋게 솰롸솰라 대답을 쏟아내었다. 함께 있는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즐겁게 대화를 했다. 그러자 상대에 대한 좋은 감정들이 생겨나고 '좋은 사람이구나'하는 판단이 생겨나고... 그런 선순환이 일어났다.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주는 마음 말이다. 


3. 자연스러운 분위기 


 이건 조금 어려울 수 있다. 긴장을 많이 하거나,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할 때 당연히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긴장하다 보니 이상한 말이 나오고, 부자연스럽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이 내내 불편해진다. 이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 없이도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고, 기분 좋은 대화를 만들어가는 건... 조금 어렵지만 훈련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이 기본적인 것 때문에 어그러지는 게 소개팅이고 이 기본적인 것 때문에 잘될 수 있는 게 또 소개팅이다. 

 내 사람은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여유롭게 찾아가는 여정을 누릴 수 있기를! 


우리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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