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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22. 2018

엄마가 되다

엄마가 되길 참 잘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아기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우는 것’ 밖에 없다. 자는 것도 재워줘야 잠들 수 있고, 먹는 것도 엄마가 먹여줘야만 먹을 수 있고, 응가도 엄마가 치워줘야 하고.... 기본적 본능 외에 별다르게 채워줄 것이 없긴 하지만 먹이고 재우는 일이 쉽지 않다.

모유수유가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비싼 돈 들여 마사지를 받고 온갖 노력을 해봐도 양이 적다.

왜 혼자 스르르 잠들지 못하고 잠이 올 때마다 칭얼거리는지, 겨우 잠 들어 바닥에 내려놓으면 어찌 귀신같이 알고는 깨버리는지...

응가를 질펀하게 쌌을 때, 가끔 엄마인 나도 냄새 때문에 헛구역질이 올라온다. 매번 엉덩이를 씻어줘야 한다. 똥이 묻은 아가의 바지를 씻으며, 천기저귀를 빨던 시절의 엄마들을 존경하게 된다.


 엄마가 되어봐야 엄마의 마음을 안다고, 엄마가 그토록 우리에게 ‘내가 너 낳을 때 얼마나 아팠는지 아냐’며 설토하실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던 것이 내가 출산을 해보니 진짜 우리 엄마도 나를 목숨 걸고 낳았구나 깨닫게 되고... 우리 엄마 아빠 나 크는 동안 별로 해준 것 없이 나 혼자 큰 것 같아도 알고보면 정말 먹이고 재우고 키우느라 밤잠 못자고 나에게 인생의 많은 시간을 포기하며 쏟아냈구나 깨닫는다.


 엄마들이 자녀들을 보며 늘 하는 말,

“쟤들이 엄마아빠가 얼마나 자기를 애지중지하며 키웠는지 알까?”


 내가 우리 엄마아빠의 노고를 몰랐던 것처럼 내 아들도 아마 자기 혼자 큰 줄 알겠지.


 우리는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 매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정보를 찾고 매일 경험하고 부딪히며 엄마가 되어가고 아빠가 되어간다.


 내 몸에서 피가 쏟아지고 몸이 찢어지는 출산의 고통을 겪었다. 매일 아이에게 묶여서 내 몸 내 시간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없어졌다. 하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나는 엄마가 되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결혼을 할 것인가, 엄마가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누구든 엄마가 되기로 결정한 사람이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버려지는 아이가 없기를, 엄마가 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기를, 부모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 그 밑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온전히 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 아이를 보며 가끔은 그런 아픈 아이들이 생각 난다. 내가 이렇게 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모든 아이들이 예쁨 받고 사랑 받고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


 엄마가 되어보니 남의 집 자식도 귀해보이고, 남의 집 엄마들도 대단해보인다.


 세상 뻔한 얘기들만 늘어놓던 엄마들 모습 그대로 나 또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글을 쓰다보니 우리 엄마가 늘 하던 말을 이렇게 써내려가고 있다.


엄마라서 포기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지만

엄마가 되기를 참 잘했다.



커버사진 출처 Photo by bady qb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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