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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Mar 30. 2018

솔직한 출산 후기

17시간 진통 후의 제왕절개 수술

 뱃속에 있는 아이가 몸도 크고 머리도 크다는 얘기를 듣고 얼른 나와주기를 기다렸다. 남편은 장기 출장 중이었고, 마침 일을 쉬고 있는 여동생이 옆을 지켜주었다.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짐볼을 사다가 몇일을 시도때도 없이 타고, 운동을 많이 해야한대서 무리해서 몇 번 밖에 나갔다가 폭풍 추위에 크게 놀라 빌라 계단이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정도로 우리 ‘소중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예정일을 6일 앞둔 토요일 밤 뭔가 모르게 규칙적으로 배가 싸~ 한 느낌이 들었다. 몇일 전에 제대로 이슬을 봤으니 곧 신호가 올거라 예상은 하고 있었다. 뭐 크게 아프다기보다는 뭔가 싸~한 느낌이 규칙적으로 오길래 이게 진진통인가 싶었다. 일단 혹시 몰라서 동생이랑 김치전을 구워먹었다. 배가 고픈 상태로 병원 가면 힘을 못 쓸 것 같아서...

 좀 더 경과를 지켜보자 하고 한 시간 두 시간 흐르는데 계속 규칙적으로 느낌이 오길래 일단 병원으로 갔다. 입원하라는 진단.

 남편에게 전화해 출장지에서 돌아오라고 전화를 한게 새벽 3시였다. 진진통이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게 밤 10시쯤이었는데 크게 아프다기보다는 여전히 싸~한 느낌이 지속적으로 왔다.

 날밤을 샜다. 남편이 새벽에 병원에 도착했다. 아침부터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된 것 같다. 무엇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몇일 전부터 걷기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프더니만 진통이 허리로 먼저 와서 배로 전달된다. 무통주사를 주러 마취 선생님이 오셨는데 허리가 걷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고 하니 그럼 무통주사를 맞았을 때 더 아플 수도 있다고, 내게 선택을 맡기셨는데 불안한 마음에 결국 무통주사를 맞지 않기로 했다.

 진통은 왔다가 금방 사라지고, 5분 정도 뒤에 다시 오고... 계속 반복 되었다. 남편은 진통이 올 때마다 허리를 따뜻하게 문질러주었고 그나마 허리 진통을 덜 수 있었다. 몸에 달아둔 기계가 아이의 심장 박동수와 내 진통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호흡을 길게 하면 그래도 금방 진통이 내려가니 그래도 버틸만 했다.

 

 진통의 주기가 변함없이 이어지고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거의 12시간동안 진통했는데 그래도 자궁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 당직 의사 선생님이 내게 촉진제를 처방해주셨다. 촉진제를 맞자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겁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진통이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견딜만 했다. 그런데 자궁이 다 열렸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빨리 아기를 낳아야 한다며 밑에서 끌어내리고 위에서 누르고 골반을 열어야 한다며 다리를 찢어 올리는데 그 때부터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초음파 상으로 아이가 머리를 살짝 옆으로 틀고 있었다. 이미 36주 때 아기 머리가 내 상골반을 통과했다며 이미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막상 나올 순간에 머리를 틀어버리다니... 의사 선생님은 방향 조절도 할 겸 내게 좀 더 편하게 힘을 주는 방법으로 옆으로 누워서 힘주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남편이 같이 손 잡고 호흡하면서 힘주는데 점점 더 고통스러워졌다. 힘을 줄 때마다 이제 양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뭔가 밑으로 나올 것 같으면서도 막힌 느낌인데...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가고 있었다.

 밤새도록 아무 것도 못 먹고, 잠도 못 자고 집중하고 있었으니 힘도 없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져오는데... 잠깐 진통이 사라졌을 때 정신을 잃는 듯 잠들었다가 진통이 오면 다시 힘을 아래로 뽷 줘야하는데 집중이 안되니까 순간적으로 자꾸 얼굴에 힘을 주게 된 것이다.  얼굴로 힘 주면 안된다고, 밑으로 힘을 줘야 애기가 나온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아무리 얘기해도 나는 정신 집중도 안되고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할 지경에 이르자 의사 선생님이 결국 내 손을 잡고 얘기하셨다. 지금 이대로라면 2~3시간 더 진통해야 낳을 수 있겠다고, 골반이 넓어서 아이 머리가 커도 충분히 낳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힘을 못 줄 줄은 몰랐다며,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수술을 할지 물어보셨다. 나는 남편에게 수술시켜달라고 엉엉 울며 말했다. 남편은 한 번 더 내게 의사를 확인한 후 수술 동의 사인을 했다.


 진짜 고통은 그 때부터였다. 이제 자동으로 힘이 들어간다. 진통이 올 때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힘이 들어가는데 양수는 줄줄 흐르고 너무 아픈데 수술 준비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며 30분 정도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가장 괴로웠다. 수술하기로 결정했는데 계속 진통하니까 억울하고, 빨리 마취주사를 놔달라고 남편한테 사정했지만 남편이 무슨 힘이 있나.. 기다릴 수밖에...


 마취주사를 맞자 진통은 느낄 수 없었다. 수술대 위에서 별 느낌 없이 누워있는데 10분만에 아이가 나왔다. 아이 울음 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드디어 나왔구나!’하는 고마움과 안도감, 그리고... ‘이 쉬운 걸 가지고 그 개고생을 했단 말인가’ 하는 억울한 마음...


 수술이 끝나고 무슨 약을 넣어주셔서 스르르 잠들었다가 깼는데 오한이 들면서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직 마취가 깨지 않은 상태에서 소변줄을 달아주셨고 나는 입원실로 향했다.


 수술하고 난 후가 더 힘들었다.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걸까. 하루 금식 정도는 견딜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내 몸에서는 ‘오로’라는 피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엉덩이 밑에 커다란 패드(강아지 배변 패드처럼 생김)를 깔아놓았고, 소변 줄을 달아놓아서 나는 꼼짝 없이 누워있어야 했다. 진짜 답답하고 찝찝해 죽는 줄 알았다. 아기 얼굴도 못 보고, 옆으로 눕거나 다리를 들거나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밤은 너무 길었다.

 소변줄을 빼는 순간, 그래도 이제 움직일 수 있겠구나 하고 좋아했지만 제대로 걷는 것도 어려웠다. 배에 복대를 차고서 흘러내리는 배를 고정시키고 아픔을 조금 완화해주기는 했지만 뒤뚱뒤뚱 걷는 것도 어려웠다. 좀 걸을 수 있게 되면서 패드를 치우고 기저귀처럼 생긴 생리대를 차고 다녔다. 나름대로 빨리 회복하려고 안 눕고 앉아있었더니 외음부가 부어서 축 늘어졌다. (원래 제왕절개 후에는 오래 앉아있으면 안된다.) 배가 많이 터서 아랫배 전체가 불꽃 그림으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뱃살은 늘어졌고, 희한하게 제모를 해놓은 덕분에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고, 얼굴로 힘을 줘서 핏줄이 다 터져 내 얼굴은 흉측한 괴물 얼굴 같았으며(그나마도 둘째날까지 남편과 동생이 거울을 못 보게 해서 뒤늦게 확인한거지만 수술 직후에는 사람 얼굴이 아니었다고 한다), 외음부가 축 쳐진걸 확인하고는 내 몸의 변화에 충격을 받고 그날 밤 남편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수술을 해주셨던 선생님이 내게 위로해주시기는... 그래도 최선을 다한 거라고. 수술 해서 보니까 아이가 자연분만으로 나오기 힘든 방향에 있더라고, 그 때 수술하기로 하길 잘했다며, 그래도 자연분만 하려고 용 쓰는 동안 자연분만 시 아이가 도포하며 나오는 면역 물질을 50% 정도는 아가 몸에 바르고 나왔다고, 그냥 바로 수술한 거랑 차원이 다르다며... 수고했다고 따뜻하게 위로해주셨다.

 17시간을 진통하고 무통주사도 못 맞은 채 자궁도 다 열린 상태에서 수술을 하다니. 무통 주사 덕분에, 혹은 아이가 작아서 짧은 시간 진통하고 쉽게 아이를 낳는 사람도 많은데 난 왜 이럴까 절망스럽기도 했다.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입원하고 있는 4박5일 내내 배가 너무 아팠다. 마지막 날 쯤 그나마 좀 걸을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조리원에 가서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을 그래도 푹신한 침대에 뉘일 수 있어서 좋았다. 밥이 따박따박 나와서 좋았고, 너무나 조그마해서 만지기도 겁나는 우리 아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두 달이 되었는데 아직도 수술한 부위가 아프다. 팬티라인에 생긴 수술 자국에는 매일 연고를 바르고 있는데 그 위쪽에... 그러니까 자궁 안에서 태아를 떼어냄으로 생긴 자궁 안쪽 상처는 아직 덜 아물었는지 아직도 내 살 같지 않은 쎄~한 느낌이 있다. 조리원 동기들은 이제 간지러운 느낌만 있다는데 나는 아직도 오래 앉아있으면 배가 아프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연주의 출산’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진통이 길어지기는 했겠지만 그 때 촉진제를 맞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다려주었다면 아이도 나도 충분히 준비된 상태로 건강하게 출산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간호사 분들은 빨리 아이가 나와야 아이도 산모도 덜 힘들다고 얘기했지만 억지로 아이를 꺼내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게 어떤 의도였든, 그 때 촉진제를 안 맞고 기다렸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남는다.


 이제 아이는 태어난지 61일째, 감사하게도 너무나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하루하루 너무 신기하고 너무 예뻐서 출산의 고통은 잊고 벌써 둘째를 꿈꾼다. 이 아가아가한 신생아 때의 모습이 너무도 빨리 지나가버려서 아쉽다. 아직 너무 어리기도 하고, 미세먼지도 많아 거의 집 안에 갇혀 있지만 61일째 행복한 육아 중이다.

 행여 둘째를 갖더라도 또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자연분만도 제왕절개도 아이를 출산하는 건 정말.... 피를 쏟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다. 한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온 몸을 던진 세상 모든 엄마들은 존경 받아 마땅하다. 휴


Photo by rawpixel.co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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