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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pr 02. 2018

엄마의 작은 사치

네가 잠든 사이에

 신생아(출생   달) 때는 아가가 정말 하루 종일 잠만 잔다. 그러다가 점점 낮에는 적게 자고 밤에는 많이 자는 패턴을 찾아가게 되는데, 우리 아가는 아직 65일 밖에 안되서 배만 부르면 자고 싶어한다. 그런데 혼자서는 깊이  잔다. 서서 둥가둥가 안아줘야 눈이 스르르 감긴다. 그리고 누군가 같이 안고 자면 깊이 자는 편인데 혼자 침대에 눕혀두면 낮에는 오래  잔다. 자주 자고 싶어 하지만 오래 자지는 못하는 우리 아가. 아가가 잠깐   사이, 아가가 기분 좋게 잠깐 누워있는 시간에 엄마는  일이 많다. 
 엄마 밥도 챙겨 먹고 설거지 하고, 젖병 씻어 놓고, 빨래 돌리고, 빨래 널고, 빨래 개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 하고, 집안 정리도  하고, 쓰레기 정리 하고...  아가가 울면 달려가 같이 놀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줘야 한다. 
 그러다 가끔!! 아가가 낮잠을 길~게 자줄 때, 혹은 일찍 잠자리에서 혼자 깊~이 잠들었을 때, 엄마는  귀하디 귀한 자유시간을 얻어 작은 사치를 부린다. (사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소소한 사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1. 평범했던 나의 일상 
 마음껏 샤워하기, 내가 먹고 싶은  만들어 먹기,  때리며 TV 보기, 핸드폰으로 친구들이나 조리원 동기들과 폭풍 카톡하기... 
 아가는 매일 목욕시켜주면서 엄마는 이틀에   겨우 샤워를 한다. 사실 그마저도 귀찮고 머리 말리는게 오래 걸려서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육아 하다보면   챙겨먹는게 사실 제일 귀찮고  귀찮은  먹고나서 치우고 설거지하는 일이다. 그나마 나는 먹는걸 워낙 좋아하니까 뭔가를 맛있게 해먹는것이 힐링이 된다.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들이 이제 특별한 일이 되었다. 아무 때나   없으니까  소중하고, 기다려지는 나의 자유시간!! 


2. 나를 찾아가기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서 헤드폰을 끼고 연주를 하는데 오오오... 내가  멋있어보인다. (원래 직업이 피아노 강사임) 맞아.  피아노 치는 사람이었지. 피아노 가르치는 사람이었지.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가가   후에 어떻게 일을 다시 시작할  사업 구상에 들어간다. 미래를 구상하며 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 일은 나를 설레게 한다. 뭔가 아직도 계속 발전할  있을거라는 희망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진취적인 여성이   같은 느낌.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작은 사치  하나다. 컴퓨터를 꺼냈다 넣는 시간도 아까워서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만 연결해서 끄적끄적 써내려가는데 요게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가 읽고 공감해주고  또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어딘가에 남겨놓는 것이 의미 있고 즐겁다. 


3. 나가자 
 백일 까지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고, 가끔 나가서 바람을 쐬어줘야 아이도 면역력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나 저러나 소용이 없다. 이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 갇혀있는 날이 많지만 50일 이후에는 병원도 혼자 가게 되고 아주 가끔, 잠깐씩 외출을 하게 된다. 처녀 때는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아기 엄마들을 보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었다. 하지만 금방 나갔다 들어와야 하고,  씻고 화장하고 지울 시간도 아깝고, 딱히  보일 사람도 없으니 화장은  안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아기를 안고 있으려면  소재를 입어야 하는데  소재의 예쁜 옷은 흔하지 않다. 거기다 아직 빠지지 않은 살들로 인해 예전에 입던 예쁜 청바지와 옷들은 맞는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집에서 입던 수유 원피스에 레깅스를 입고 나간다. 머리에는 실핀 하나를 꽂고 질끈 하나로 묶는다. 아기띠 위에 외투를 입으니 어깨 깡패가 된다. 
 아직은 병원  번, 교회  번, 마트   나가본  전부다. 이제 미세먼지가 없는 날은 자주자주 나가려고 한다.  안에만 있으면 편하긴 한데 몸이 너무 찌뿌둥하고 갑갑하다. 더군다나 이제 벚꽃 시즌인데!!!    못보고 봄을 보낼 수는 없다!!! 귀찮고 힘들어도 파운데이션은 바르고, 립글로즈 정도는 바르고 나가야지. 


4. 남편과의 시간 
 아기가 일찍 잠들어준 날, 거실에서 혼자 누워있는 남편에게 가서 안겼다.  내가 아가를 안아줘야 했는데 남편에게 가면 따뜻하게 나를 안아주는 넓은 품을 만날  있다. 잠깐이지만 농담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다음날이면 출장 가는 남편을 쓰담쓰담 해주기도 하면서 잠깐의 힐링을 한다. 
 육아를 하다보면 남편은 외로워지고, 아내는 지치기 쉽다. 외롭고 지쳐있는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있다면  하루를 버티는 힘을 얻는다. 


 평온한 월요일 오후, 우리 아가는 요새 공갈 젖꼭지를   있게 되어 혼자 쪽쪽거리다가 스르르 잠드는 경지에 이르렀다. 야호!  시간  잠들어있는 아가 덕분에 샤워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끄적끄적  글을 쓰고 있다. 


 고마워 아가. 
 자고 일어나면 엄마가 재미있게 놀아줄게~~~ 


Photo by Enrico Carcasc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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