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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Apr 17. 2018

지금이 제일 좋은 때야

후회 없이 오늘을 보내야지 

 결혼하기 전, 결혼 소식을 알리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결혼 후 힘든 점을 얘기한다. 혼자 있을 때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라고, 결혼하면 겪게 될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려준다. 임신을 해서 임신 소식을 알렸더니,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좋은 거라며 그때를 즐기고 가고 싶은 데 있으면 지금 가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출산 소식을 알렸더니 지금 이렇게 아기가 가만히 누워있을 때가 좋은 거라며, 아기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 위험한 일도 많고 정신 없어질 거라고 조언해주더라. 

 왜 사람들은 자신은 이미 지난 시간을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하면서 현재 자신의 시간은 '힘든 때'라고 표현하는 걸까? 

 아마도 현재의 나는 과거를 돌아보며 '그때가 좋았지'하는 그리움이 있나 보다. 또 '그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남나 보다. 

 

 나는 반대로 생각해보았다. 누구나 내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한다. 그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은 때임을 기억하고 새기며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을 누려야지. 다가올 미래가 지금보다 더 힘들 거라는 걱정과 두려움도 있지만, 나중보다 지금이 더 좋은 때니까 나중보다 지금이 더 견디기 쉬운 때라는 거 아닐까. 견뎌내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아기가 신생아일 때는 잠도 토막토막 자고, 아기는 너무 작고 엄마는 너무 서툴러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 50일은 지나야 아기가 조금 사람다워지고 100일은 돼야 아기가 통잠이라는 걸 자기 시작한다고 했다. 몸은 너무 고되고 힘든데, 아기가 너무 예쁘다는 육아 선배들의 말이 온몸으로 와 닿았다. 그 조그맣던 아기가 자라는 속도가 정말 어마 무시하게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고 얼굴이 달라지고 변화가 생기며 새로운 능력들이 생겨난다. 이 순간 너무 힘들어도, 이렇게 예쁘고 작은 아기인 시절이 너무너무 너무 짧게 느껴져서 '지금 이때뿐인 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다시는 맛볼 수 없는 하루하루 순간순간이라고 생각하니 몸이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다. 


 아기는 이제 내 표정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소리 내어 크게 웃지는 않지만 표정으로 크게 자주 웃어준다. 엄마랑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고,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는다. 너무나 사랑스럽게 웃는다. 내가 웃어야 아이가 웃는다. 아이가 웃는 걸 보면 울다가도 웃음이 난다. 선순환.

 언젠가는 이 아이는 엄마가 없어도 될 나이가 온다. 엄마의 잔소리가 귀찮을 때가 오겠지. 지금은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조그마한 이 아이가 그렇게 크게 될 거고 언젠가 내 품을 떠나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새로운 가정을 꾸릴 그런 날도 오겠지. 

 그런데 지금 이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엄마가 안 보이면 불안해하고, 엄마를 무조건적으로 의지하고 사랑한다. 엄마가 주는 사랑보다 아기가 엄마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큰 것 같다. 내리 사랑이라는 말처럼 엄마가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이가 늙을 때까지도 그대로지만, 아기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반대로 줄어들게 되겠지. 내가 부모님께 그러했던 것처럼. 


  지금 몸이 가장 힘들고, 모든 걸 엄마가 다 해줘야 하는 이 시기. 엄마는 아이의 이 무조건적인 사랑을 먹고 힘을 낼 수 있다.


  후회 없이 사랑해줘야지. 

 지금 이 순간 아이에게 받은 이 사랑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해야지. 나중에 아이가 커서 가끔 엄마를 섭섭하게 할 때, 지금의 이 미소와 이 느낌을 기억해야지. 


커버사진 출처 Photo by Travis Grosse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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