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한아름 Jun 10. 2018

집만 있으면 둘째 낳고 싶다

출산율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조리원 동기들 8명 중 7명이 복직을 한다. 그 중에는 벌써 복직을 한 사람도 있다. 그 친구가 한 말이 나는 너무 공감되었다.

내 집만 있으면 그냥 아기만 보고 싶다


 다시 복직을 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부분은 돈 때문이다. 아기가 한참 예쁠 때고 한참 손이 많이 갈 때라 누구에게 맡기기도 불안하기도 하고,  엄마는 사랑스런 아기와 하루종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이를 떼어놓아야만 하는 엄마는 진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놈의 대출금 때문에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은 더더욱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대출 없이 집을 사서 결혼한 사람이 거의 없다. 부모님이 엄청 잘 사셔서 집 한채 딱 해주실 수 있는게 아니라면 30대가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 집을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불타는 사랑으로 연애하던 시절, 나는 ‘원룸에서 살아도 우리 둘이 같이 살면 다 좋아’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우리 두 사람 같이 지낼 공간이 있는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집 욕심이 생긴다. 바람이 좀 잘 통해야겠고, 햇볕도 좀 잘 들어야겠고,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기 좋게 좀 넓어야겠고, 방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고... 남편은 30평대 아파트 하나 자기 이름으로 사는 것이 목표이자 소망이다. 우리 평생 돈 벌어서 하고 싶은게 내 살 집 하나 마련하는거라니... 슬프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하늘도 물도 공기도 다 공짜로 얻었다. 그런데 하늘은 손에 잡히지 않고, 물은 끊임없이 움직이니, 우리 발이 닿은 땅만큼은 소유하고 싶었나보다. 사람들 마음대로 구획을 나누어 나라를 세우고, 그 나라 안에서도 우리 땅 너네 땅 나누더니, 농경 사회에서 땅은 권력이 되어버렸다. 땅을 가진 사람이 지주가 되었고 그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늘 지주에게 빚진 신세였다.

 지금은 땅과 건물을 가진 사람이 절대 권력자이다. 그 땅과 건물을 빌려 사는 사람은 항상 빚진 상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사람의 욕심이라는게 끝이 없다. 서로의 욕심이 얽히고 섥혀 결국 가장 중요한 ‘인간의 의식주’를 가지고 권력을 휘두른다.


 사람이 태어나 이 땅에 발 붙이고 살면서 내 가족이 기거할 집 하나 갖는 것이 평생의 목표가 된다는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 나라에서 행복주택 청년주택 만들고 복지 해보겠다고 출산율 높여보려 안간힘 쓸 때도 사람의 욕심은 또 얽히고 섥힌다. 내 땅 내 건물 내 아파트 값 내려간다고 그런거 내 동네에 짓지 말란다. 지금 젊은이들이 살 곳이 없어서 매일 빚더미에 눌려있는데, 거 나랑은 상관 없으니 저~기 남의 동네 가서 지으라고 한다.


 4개월 된 우리 아가는 갈수록 사랑스럽다. 너무 예쁘다. 나는 우리 아가에게 또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렇게 예쁜 아가가 또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힘들게 낳았었는지 다 잊어버렸나보다. 그래서 요새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다.

대출 없는 내 집 하나 있으면 애 넷도 낳겠다.

 사실, 출산율 높이는게 어려운게 아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애 안 낳는다고 걱정하실 필요 없다. 우리 진짜 집 하나만 주면 애 많~~~이 낳을 준비가 되어있다.




커버사진 출처 Photo by Irma cagliostro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이 제일 좋은 때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