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매한아름 Dec 18. 2018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

그저 최선을 다할 뿐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 매일 노래를 불러주고, 책도 읽어주고, 심심할 땐 뜨개질도 하면서 엄마의 역할이라는 걸 시작했다.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치우고...

모든걸 엄마에게 의지하는 신생아 시절.

우리 엄마도 이렇게 날 키우셨겠구나 매일 경험하며... 엄마를 존경하게 되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맨손으로 아기 엉덩이에 묻은 응가를 닦아내기도 하고,

매일 내 옷에는 아기 토가 묻어 토한 흔적과 냄새가 늘 있었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 새벽에 아기에게 젖을 주다가 앉은 채로 1시간 넘게 잠든 적도 많았다.


가만히 누워만 있던 아기였는데, 내가 무언가를 앞에서 들고 움직이자 눈동자가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하던지!

누워서 손을 위로 뻗어 모빌을 잡게 된 것도,

혼자 뒤집어서 엎드린 채로 잠들게 된 것도,

엎드린 채로 고개를 들 수 있게 된 것도,

미음을 주면 다 흘리기만 하더니 입을 크게 벌려 엄마가 준 음식을 냠냠 받아먹게 된 것도,

빨대컵을 스스로 들고 쪽쪽 빨아먹게 된 것도,

엉덩이를 뒤로 밀면서 스스로 앉을 수 있게 된 것도,

배를 땅에 대고 앞으로 전진하게 된 것도,

무릎을 써서 빠른 속도로 기어다니게 된 것도,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할 줄 알게 된 것도,,

모두 신기한 ‘처음’의 연속이었다.

첫 1년 동안 아이는 정말이지 폭풍 성장한다.


태어날 때보다 2~3배는 몸무게 불어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이유식은 사 먹이지 않고 손수 만들어 먹여야지..

아이주도 이유식을 해서 자기 주도적인 아이로 키워야지.

장난감은 필요한 만큼만 사고, 아이가 장난감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하자.

다른건 몰라도 책은 아끼지 말고 사주자.

최소한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때 어린이집에 보내자.

집에만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좋은 공기도 쐬게 해주고 구경도 많이 시켜주자.


어디서 들은건 많아서 .. 내 딴에 만들어놓은 내 기준들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이주도 이유식을 하니 아이는 음식을 집어 던지고,

나는 매번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게 지쳐 중간에 포기하고는 아주 가끔만 해주게 되었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5층 빌라에 사는 나는 이 무거운 아이를 안고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자꾸 집 안에 주저앉게 된다.

거기다... 13개월이 되는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될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은 역시 다르구나.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과

내 삶과 내 커리어를 놓치지 않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한정된 시간과 체력 앞에서 자주 주저앉게 되었다.


좋은 엄마란 어떤 사람일까.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혹시 우리 아이가 나중에 엄마를 원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아이의 삶에 중요한 결정들을 해야하는 순간이 올 때마다 내 삶을 선택할 때보다 훨씬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우리 엄마가 그랬듯이..


엄마는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에 우리에게 많이 해준게 없다며 늘 미안해하셨다.

남들 다 가는 영어학원 한 번 보내주지 못했다며...

남들 다 가는 입시학원 한 번 보내주지 못했다며...

입시도 학교도 엄마가 아는게 없어서 다 너희한테 맡겼다며...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주지 못해 아끼고 아꼈다며..


하지만 난 내가 영어학원에 못간 걸 원망한 적 없다.

내가 가진게 없어서 더 절박했고, 나의 결핍이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믿는다.

(먹고 싶은게 부족할 때는 아주 적극적으로 엄마에게 대들었지만 ㅋㅋㅋㅋㅋ)


엄마는 그 때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아니까.

난 엄마를 원망하지 않는다.

엄마는 그 때 엄마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으니까.

난 엄마에게 늘 고맙다.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늘 내게는 넘기 어려운 산이고 숙제다.


지금은 모든걸 엄마에게 의존하는 이 작은 아이가

언젠가는 자라고 또 자라서...

내가 모르는 자신만의 세상이 더 커질 것이다.

내가 모르는 아이의 세상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 아직은  두렵다.

하지만 결국 이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하기에 난 그렇게 가르치고 싶다.

“엄마가 엄마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던 것처럼 너도 너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또 책임지며 살아가라고”


지금 나는 내가 만들어놓은 ‘좋은 엄마’의 높은 기준을 허물어뜨리고 ‘윤지혜’라는 나의 삶을 다시 세워나가려고 한다.

난 여전히 소중이의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소중이 엄마로만 살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프리랜서로 시간 조절이 가능한 일을 하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매일 하루종일 아이와 떨어져 밤늦게까지 맞벌이 하며 ‘미안한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 너무나 ‘멋진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사진 출처 Photo by Xavier Mouton Photographie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집만 있으면 둘째 낳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