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서 시작된 사진 인생
나는 유럽배낭여행을 떠나면서 사진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학에서 학보사 일을 하면서 처음 사진을 시작했다.
봄비가 내리던 어느 날, 명동 성당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이 있어서 첫 취재를 갔었다. 그땐 너무나 중요한 심포지엄을 담당하게 되어서 떨리고 긴장되고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첫 취재인 만큼 잘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나를 짓눌렀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을 조금 더 비중 있게 다루던 분위기라서 사진에 대한 생각보단 글을 쓰는데 더 집중했다. 그렇게 학보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사진이라는 것을 같이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학보사에서 활동하기 전까지는 사진을 참 싫어했던 나였다. 특히 사진에 내 모습이 담기는 것이 얼마나 싫었던지. 지금도 잊히지 않은 사진이 있다면 첫 돌 무렵의 사진이다. 사진 속 내 모습은 완전 인상파였다. 세상에 모든 시련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 다시금 생각해 봐도 너무 웃긴다. 그때 정확히 무엇이 불만이었는지 기억이 떠오르진 않지만, 얼굴은 울상이며, 팔은 비틀어대고 있는 모습의 사진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왜 그렇게 사진이 싫었던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내가 지금은 사람을 찾아다니며 흑백필름 속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라고 했던 말이 생겨난 게 아닐까 싶다.
고향 묵호에 돌아오면서부터 저절로 사진은 좀 더 친숙한 존재로 다가왔다. 사라지고 변해가는 고향의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사진 속에 담다 보니 어느새 지금은 실과 바늘, 빛과 그림자 같은 사이가 된 것이다.
고향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다 보니 진실한 사진이 좋았다. 공모전에 출품하려고 없는 색을 만들어내고 꾸며내는 사진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사진’을 하고 싶었다. 단지 무의미한 복사의 개념이 아니라, 뭔가 꾸미려고 하지 않고 과장되지 않는,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사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