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항 앞에 생겨난 시장
묵호 시장은 묵호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재래 시장이다. 인근의 '중앙시장'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지만, 1970년대 오징어와 명태로 번성하던 묵호항에 붙어 있는 시장이다. 묵호항으로 일자리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시장도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따라 저절로 생겨난 것이다.
처음에는 슈퍼도 여러 개 있었고, 약국이며 야채 가게, 닭집, 건강식품을 파는 곳 등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징어도, 명태도, 잘 잡히지 않아 사람들도 대부분 다른 도시로 떠나가면서 덩달아 상점들도 많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대신해서 횟집들이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다. 이젠 시장의 역할보다 횟집 골목같은 느낌으로 변했다.
이곳에 오래된 상점이 하나있었다. 소위 말하는 '구멍가게'인데 간판도 없고 모든 것이 나무로 된 곳이였다. 나무로 된 미닫이문이며, 진열장도 모두 다 나무로 된 곳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전시장 같았다. 장사를 그만 둔지 오래되어 보였어도 한동안은 안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지만, 어느 새 그 인기척도 사라지고 상점도 온기가 사라져갔다.
사진 작업실에서 왔다갔다하며 늘 버릇처럼 확인하게 되는 곳이었는데, 어느 날에는 그 앞을 지나가다 "곧 철거된다"는 소식을 앞집 건강식품 사장님께 듣게 되었다. 사실 너무나 놀랬다. 그 본래의 건물때문이 아니라, 땅에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팔렸다는 말 때문에. 그때 처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상점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가게 안쪽 가정집으로 사용하던 곳들까지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주 큰 ㄷ자 모양으로 생긴 집이다. 먼지가 기름때처럼 낀 마루며, 전통 한옥에서 사용하던 창살문들이 온전하게 남아있던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내 슬픈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들이 쓰레기 취급받고 사라질거란 사실이 말이다.
나중에 느끼게 된 것이지만, '진작에 확인해 볼껄', '그랬으면 더 좋았을껄' 하고 뼈져리게 반성하는 일들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사진 작업을 해오면서 점점 더 깨닫게 되는 일들이 늘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