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 무선사 사장님
처음 신아 무선사 앞을 지나갈 때 간판과 외관을 보면서 "지금도 영업을 하고 계신 걸까?" 하고 혼잣말을 했지 직접 문을 열어 보고 확인할 생각을 하질 못했다. 그때는 직접적인 일이 있어야지 문을 열어 인사를 하고, 이곳에 찾아온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버릇이 있었다. 괜히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로 그분들을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던 시절이었으니까.
건어물 가게가 다닥다닥 모여있는 곳에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신아 무선사를 직접 방문하게 될 좋은 기회가 생겼다. 묵호에서 좀 더 사진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작업실을 마련해 놓았으니까. 그때 주변에서 오래된 물건들을 여러 개 기증해주셨는데, 그 중에는 에로이카 턴테이블도 있었다. 너무 신이 나서 '얼른 작업실에 가서 들어봐야지'하고 기쁜 발걸음으로 작업실에 도착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그때 문득 신아 무선사가 생각났다. 그래서 얼른 턴테이블을 들고 무작정 신아 무선사를 찾아갔다.
긴장된 마음으로 그곳 앞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지금도 영업을 하고 계시겠지?" 하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문을 열고 조심히 안으로 들어가니 백발의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턴테이블이 고장이 나서 고치려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사장님께서 여기저기 꼼꼼하게 살펴봐주신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요즘도 나처럼 턴테이블을 고치러 찾아오는 손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아 무선사를 찾아온 것은 참 잘한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고장난 부품을 요즘은 구할 수가 없다고 하셔서, 고치지 못 하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작업실로 돌아와야만 했다. 하지만, 조금은 기쁘기도 했다. 묵호에 오래된 상점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곳이 많았는데, '신아 무선사'는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