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표정, 피부, 결
'바다는 아낌없이 나눠준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으로, 바다를 설명하려고 하지만 사실 바다가 우리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갈 때도 있다. 바다는 여러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각자 다른 바다의 얼굴을 경험하고, 그것이 바다라고 믿고 산다.
보통 사람들은 바다를 설명하면서 '에메랄드빛', '코발트 블루'. '쪽빛'. '옥빛' 등등 갖가지 아름다운 색상으로 표현하지만, 묵호 사람들 중에는 바다를 '내 아버지를 삼켜버린 바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길러준 바다인 동시에 내 가족을 빼앗은 애증의 바다이다.
해마다 봄이 찾아오고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묵호항에서는 성대한 풍어제를 지낸다. 올 한 해에도 무탈하게 바다에 나가서 만선이 되어 안전하게 묵호항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달에서 물의 흔적을 찾고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사하는 시대에, 이런 풍습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라고 의아하겠지만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이렇게라도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줄 무엇인가를 찾고 의지하려는 욕망이자, 자기 위안의 산물이다. 그래야 바다에 나갈 수 있다.
사진을 하는 나에게 묵호 바다는 표현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망의 대상이다. 묵호의 서쪽 끝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인 '초록봉'으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거대한 코끼리의 피부결 같이 단단하고 또 부드러운 촉감을 가지고 있는" 피사체로 느껴진다. 그것이 내가 느끼는 '묵호 바다의 표정'이다.
모든 사물은 겉보기와 다르게 숨겨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결이고, 느낄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느껴지는 표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