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던 골목길
오래된 도시, 그리고 오래된 역 주변을 가면 지금도 여인숙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인숙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도 운좋으면 만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새롭게 생겨난 도시와 역 주변은 모텔과 호텔들이 요란하게 있다.
나는 오래된 것에서 오는 편안함을 좋아하고 위안을 얻기 때문에 이렇게 여인숙이란 글씨를 발견하면 참으로 반갑고 좋다. 이런 존재들은 무언가 옛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 같고, 난 거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본다. 이 앞을 지나갔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말이다.
술에 취해 들어갔을 사람의 모습은 비틀비틀 위태로웠고, 막차를 놓쳐 하룻밤 묵어가야할 연인의 모습은 수줍음과 떨림, 그 사이이지 않았을까? 고단했던 몸을 잠시 쉬어갈 어느 여행자는 낮에 보았던 묵호의 모습을 꿈 속에서 만났을 것이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이곳을 다녀갔던 사람들은 지금은 이곳에 대해서 어떤 기억을 품고 살고 있을까? 아니면 사는 것이 바빠서 그런 기억조차 할 여유 없이 살고 있을까? 어쩌면 기억조차 희미해진 나이가 되어 그들 역시도 세상에서 잊혀지지 않았을까?
묵호는 사람뿐만 아니라, 건물들도 다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쓸쓸함만이 남아 있는 여인숙 골목에서 이곳 역시도 곧 사라질 것이란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