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동동주

영원히 안녕.

by 그린로즈
M3+Rigid with Eastman5222


묵호에는 10여 년은 넘게 방치된 양조장이 하나 있었다. 겉모습만 봐도 참 오래전에 지어진 건축물이구나 싶을 정도로 시선이 자꾸 갔던 곳이다. 근처에 조그마한 시장이 하나 있어서 평소 그곳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을 했었는데, 2018년 어느 여름날 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평소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서 공허함이 가득했던 곳이었는데, 어른 한 분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시는 것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을 만난 듯이 반가운 마음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묵호가 고향이라서 묵호 곳곳에 오래된 것들을 찾아다니며 촬영한다고 말씀드렸더니, 자신은 보일러 공사일을 하는데 물건들을 쌓아놓을 창고가 필요해서 이 건물을 임대받아서 사용 중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젠 땅이 팔려서 나가야 한다며 오랫동안 쌓아뒀던 물건들을 치우고 있는 중이라며 아쉬워하셨다.




사라진 것들.

이젠 건물조차도 사라져 버린.

묵호 동동주.


운명처럼 되어버린 마지막 컷.

이곳에서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이때가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지도,

의심조차도 못했지만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꾼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필름을 현상했을 때도 필름의 마지막 컷에 담겨졌고, 또 윗부분이 알맞게 잘려나간 채로 담겨있어서 더 애처롭고 애틋한 사진이 되었다.

그렇게 내가 마지막으로 보고 담아낸 묵호 동동주의 모습이 되었다.



흑백필름을 현상하고 작업하면서 그 결과물을 보고서야 써놓은 그날의 기록이다.


순간 오랜 시간 이곳에 갇혀 있던 옛 양조장 물건들은 어떤 기분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적막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고요함. 그것이 깨지는 순간 봉인되어 있던 시대의 유물들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디론가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어서 슬펐다. 이젠 내 흑백필름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그곳.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 알았더라면...


철거되기 전 양조장 건물의 실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촬영이 되었던 날에 동동주 팔레트 쪽으로 희미한 빛이 들어오던 순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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