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고구려의 접경지였던
사문재(士文峙), 사문재(死門)라고도 한다. 왼쪽 신라, 오른쪽 고구려의 접경지역이었던 곳. 윗층 고구려가 아래층 신라를 넘보고, 아래층 신라는 윗층 고구려를 넘봤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군사들이 죽어 넘는 고개였던, 그래서 붉은 피로 물들었던 곳. "그 숲 속으로 상여를 둘러메고 다닌 고개"라고 불린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불과 얼마 전 까지 만해도 이곳에 동해버스터미널이 있었을 정도로 번화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온 것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너무나 조용해서 있는 듯 없는 듯이 유지되어 온 곳. 옛 사람들이 떠나가고 허전한 빈 공간들만이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곳.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한 사문재이다.
'비둘기', '무궁화'같이 친근한 완행 열차들이 지나가던 굴다리는 이제 KTX라는 낯선 이름의 고속 열차들이 다니는 곳으로 변해갔다. 느리게 변하고 느리게 떠났던 이들이 있던 곳에서, 이제는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떠나가는 이들이 찾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사문재도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물결 속에 위태롭게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