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나의 고향집

고향집 앞을 지나며

by 그린로즈
2009년



내 기억 속 고향의 모습을 아직도 잘 간직한 곳이 있다. 세월의 흐름을 비껴간 듯이 남아 있는 고향집을 찾아갔다.


고향집 앞을 지나가다 할머니 한 분이 의자에 앉아 계셔서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제가 이곳에서 태어났거든요”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다. 순간 나의 할머니도 살아계셨더라면 이렇게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아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할머니이지만, 나의 할머니의 모습도 저러셨겠지?


할머니 사진을 담아드리면서 잠시나마 속으로 살며시 돌아가신 할머니를 불러본다.


"할~머~니!"


고향을 떠나 정선에서 살던 때에도 방학이 되면 항상 묵호에 사시는 이모집에 놀러 와 늘 이곳을 지나 바다로 갔던 그때 그 소년이 생각났다. 이모집 마당에 있던 텃밭에 경계망으로 쳐놓은 폐그물을 떼어와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다고 나갔던 그 소년의 모습이…


훗날 이모는 사라진 그 그물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집안 마당에 있던 텃밭이라 가져갈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리 찾아도 도무지 보이지 않고, 주변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못 봤다고 하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셨는데, 그때에도 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능청맞게 모른 척했었다.


어른된 소년이 다시금 옛 기억을 더듬어 고향집을 찾아왔다. 희미하지만 소중했던 추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흐릿했던 기억이 또렷해질수록 그때의 그리움은 깊어만 간다.


기억을 한 꺼풀, 두 꺼풀 벗겨내면서 점점 어린 시절의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시 돌아가 그물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묵호 사람들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