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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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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Feb 05. 2021

미국에서 집을 사면 안 되는 이유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어제 눈 치우느라 2시간 동안 땀 뻘뻘 흘리면서 삽질을 했다. 그러다 집 관리에 대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약 3년 전에 집을 샀다고 쓰고 부채를 얻었지요 모기지론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늘 아파트에서 살았고, 미국에서도 처음 7-8년을 아파트에서 월세 살았다. 때문에 미국 집 관리가 얼마나 고된 건지 몰랐다. 과연 잘한 일인가 아직도 모르겠다.할 일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많다. 아파트에서는 관리비용을 내는 대신에 뭐가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아파트에서 다 처리해주니 얼마나 편한지. 그립다. 참고로 썸네일 집은 우리 집이 아니고 구글에서 퍼온 것.




별 걸 다 해야 하는 미국 집 관리



잔디를 가꾸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


땅이 남아도는 미국은 그 명성답게 단독주택엔 꼭 마당이 있게 마련이다. 마당엔 보통 잔디를 키운다. 잔디의 최대 적은 바로 민들레다. 민들레를 여기선 잡초 취급한다. 만약 우리 집 마당에 잡초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민들레가 무성하다 치자. 우리 집 민들레 씨가 폴폴 날려서 다른 집에까지 퍼지게 되면 이웃들이 피해를 본다. 그러면 이웃들이 우리 집을 신고한다. 실제로 내가 여름에 한국에 가느라 2달 정도 집을 비웠는데, 잔디 깎는 서비스를 스케쥴을 안 해놔서 이웃들이 우리 집을 신고했다. 따흑. 돌아와서 벌금을 물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건 인터넷에서 퍼온 건데, 만약 우리 집 잔디가 저렇다면 아마 바로 경고를 받을 거다. 오른쪽 사진은 2018년 여름에 경고문이다. 경고문 말고 실제로 벌금 내라는 종이도 있었는데 그건 사진을 안 찍어뒀다보다.



참고로 잔디를 가꾸는 것도 진짜 힘들다. 우리 집은 약 1년 동안 팔리지 않았던 집이라 1년 동안이나 잔디밭이 관리가 안돼 있었다. 윗 사진처럼 잔디가 듬성듬성만 나 있고 쫙 깔려있지가 않다. 이게 미관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비가 왔을 때 흙이 쓸려내려 간다는 거다. 결국 거금을 들여 잔디를 새로 심었고 아 이것도 정말정말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 계속 관리 중이다. 밑에 더 자세히 나온다.


그리고 이건 미드에서 본 건데,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경우는 수영장에 모기가 알을 까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한다. 만약 물을 그냥 방치해서 모기가 알을 까면 그것도 벌금 문다고.






낙엽 치우는 데 일주일 걸린다.


마당에 여기저기 나무가 심어져 있다. 집을 사기 전부터 있었던 나무들이다. 특히 우리 집 뒤에는 작은 숲이 있어서 나무가 더 많다. 이게 가을이 되면 참 아름답지만... 11월부터는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 문제는 낙엽이 너어어어무 많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냐면 우리 집 마당 앞, 뒤가 전부다 낙엽으로 쌓이는데 그 높이가 내 무릎 정도 된다. 사실 낙엽은 그냥 둬도 되긴 하는데, 문제는 그럼 겨우내 거기서 곤충 알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웬만하면 치워주는 게 좋다.


 


참고로 사진에 찍힌 낙엽은 실제 떨어진 양의 반도 안된다. 이걸 치우는 데 진심 1주일이 꼬박 걸린다. 우선 큰 갈퀴 (rake)로 낙엽을 모은다. 너무 많으므로 한 군데에 다 모으지 못한다. 마당 구석구석마다 낙엽 동산을 만든다. 갈퀴를 써도 낙엽이 다 쓸리는 것이 아니기에, 그다음에는 마당용 강력 선풍기 (blower)를 이용해서 낙엽을 휘휘 날려 가장자리로 몰아 놓는다. 이거 하는 데 이미 3-4일이 걸린다.


그리고 나면 커다란 봉지나 천을 이용해서 이 낙엽을 길가로 옮긴다. 오른쪽 사진에 동그라미 쳐 놓은 곳에 낙엽을 옮겨 놓는다. 이것도 한 2일 걸린다. 이렇게 낙엽을 길가로 몰아 놓으면, 시에서 가을에 1번 겨울에 1번 이 낙엽을 수거해 간다. 수거된 낙엽은 비료로 만들어진다.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지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집 앞 눈은 내가 치워야 한다. 만약 우리 집 앞에 눈을 안 치웠는데 누군가가 지나가다가 넘어지면 우리 집 책임이다. 미국은 소송의 나라라고 하니까 괜히 우리 집 앞을 안 치워놨다가 누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고소당할 것 같이 무섭다. 그래서 눈이 오면 열심히 삽질을 한다. 문제는 미국은 집이 크니까 쓸고 치워야 할 집 앞이 너무 크다. 진짜 너무 크다.



안 그래도 어제 2시간 내내 땀 한 바가지 쏟으면서 눈을 치웠다. 사실 치우기 싫었는데 오늘부터 훨씬 추워진다고 하길래 얼음이 더 얼기 전에 눈을 치우기로 했다. 염화칼슘 뿌리고 삽질 애프터 삽질을 했다. 삽으로 꽝꽝 얼어있는 얼음을 깨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미 얼음이 바닥에 딱 붙은 것들은 도저히 떨어지지가 않았다. 너무 힘들어서 길 폭의 반만 치우기로 했다. 근데 억울하게 오늘 날씨가 생각보다 안 춥고 비가 왔는데, 비에 땅이 많이 녹았다. 쩝... 어제 다 치웠는데 흑.






비가 오면 물이 샌다.


여긴 비가 딱히 많이 오지도 적게 오지도 않는데, 문제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정말 죽일 듯이 비가 내릴 때가 있다. 이럴 때면 지하실이 대부분 침수된다 흑. 난 집 사기 전까지 이걸 몰랐다. 내 직장 동료도 2명이나 지하실이 완전히 침수가 돼서 보험회사에서 돈 받아서 지하실을 싹 다 공사해야 했다. 우리 집은 정말 다행히 침수가 된 건 아닌데 물이 샌다. 흑 1년에 두 번 정도는 물이 샌다. 집 사고 한 달 정도 후였나 처음으로 지하실에 물이 샜다. 어? 이상하다. 도대체 어디서 물이 들어오는 거지? 아무리 벽 코너나 페인트가 갈라져 있는 바닥이나 배수로를 확인해봐도 도저히 물이 들어올만한 곳이 없었다.


물은 왼쪽 바닥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오른쪽 벽에서 나온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일단 물을 치웠다. 그다음 번에 다시 물이 샜을 때, 그제야 물이 어디서 스며드는지 알게 됐다. 물이 벽에서 뿜뿜뿜! 너무 충격적이었다ㅋㅋ 근데 딱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님. 오른쪽 사진에 스탠드가 하나 있는데, 그 옆에 벽에서 진짜 물이 좔좔좔좔 뿜어져 나왔다. 휴. 이게 벽에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집이 비탈에 있어서 저 지하실 벽 바깥은 바로 땅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비탈을 따라 물이 저 벽 바깥 땅으로 모인다. 그러면 우리 집 지하실 깊이까지 땅 속이 젖게 되고, 압력이 높아지니까 벽에서 물이 나온다. 


물이 새면 진짜 골치 아프다. 바닥에 저런 타일을 깔아놨는데 저 타일 안 무거워 보이지만 매우 무거움 저 밑에 물이 다 들어간다. 그걸 방치하면 곰팡이가 필 수 있으니까 타일을 죄다 뜯어서 말려야 한다. 그리고 저 타일 위에는 사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선반이 4-5개가 있는데, 그것도 다 옮겨가지고 말려야 하고. 아이고 무슨 고생인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탈 있는 부분에 French drain이라고 배수로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이걸 만들고 나서는 이것도 완죠니 돈이 많이 들었다 정말 다행히 비가 샌 적이 없다. 휴~






배수로 관리 


난 지붕에 그렇게 많은 흙먼지와 낙엽이 쌓이는 줄 몰랐다. 지붕의 비를 한 곳으로 모아 배수구까지 연결해주는 관 (gutter)이 지붕에 있는데, 이 관은 뚜껑이 없다. 그래서 흙먼지나 낙엽이 쌓이게 마련인데 이게 그렇게 많이 쌓일 줄은 몰랐다. 이게 많이 쌓이면 관이 막혀서 빗물을 모아서 빼주는 제 기능을 못한다. 왼쪽 사진에 보면 지붕의 빗물이 gutter로 모여서 저 파이프를 통해 배수구로 빠져야 한다. 근데 입주 전, 우리 집엔 1년 동안 사람이 살질 않았으니 지붕 위 gutter가 완전 꽉 막혀있었다. 그래서 저 흰 파이프가 거의 소용이 없었다. 저 파이프 속으로 빗물이 내려오는 게 아니라 그냥 지붕에서 퐝, 혹은 파이프를 뚫고 물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잔디가 더 쓸려내려 가고. 그래서 gutter 청소를 해야 했다. 거의 1년에 두 번 정도는 사람을 불러서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사람이 올라간다. 그리고 강력한 선풍기 같은 blower로 gutter를 청소하는데 진짜 드럽고 사방팔방으로 흙+낙엽 더미가 막 튄다. 






땅 파고 잔디 심고, 땅 파고 잔디 심고의 반복


Gutter 청소를 하고 나니 지붕에서 물이 떨어지는 건 없어졌는데, 문제는 저 하얀색 파이프에서는 여전히 물이 터져 나오는 거다. 원래 저 흰 파이프 끝은 땅에 묻혀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땅 속 파이프로 빗물이 흘러나가야 하는데, 어디선가 막힌 건지 빗물이 나가질 못하고 자꾸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잔디는 점점 더 쓸려가고요.


그래서 또 사람을 불러 파이프를 파 냈다. 아이고야. 파이프를 파 내 봤자 어디가 막혔는지 모르니까, 막힌 부분이 나올 때까지 파야했다. 그래서 사진처럼 저런 두더지 굴을 팠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게, 막힌 부분이 아스팔트 밑이 아니었다. 아스팔트 밑에서 막힌 거였으면 아스팔트까지 다 뜯어냈어야 했다. 휴~ 안 그래도 잔디가 엉망인데 저거 공사한다고 잔디를 다 뒤집어엎어놔서 또 잔디를 심어야 했다. 아이고야. 


땅 파고 잔디 심고의 반복


잔디 다시 심고 나서 물을 주려고 보니까 수압이 너무 약한 거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그냥 호스로 쫙~ 물 한번 뿌리면 될 것을 스프링쿨러로 오래오래 물을 줘야 했다. 15분마다 사람이 나가서 스프링쿨러를 일일이 옮겨줘야 했다. 이게 총 3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걸 매일 해야 했다. 너무 힘들어서 결국 학부생 한 명을 고용했다. 수도관이 낡아서 수압이 낮은 건가 싶어서 수도공사에서 사람이 나왔다. 다시 두더지 굴을 파고 수도관 하고 그 연결 부분을 확인했고, 녹이 좀 슬었다고 새것으로 교체해줬다. 겨우 잔디가 자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따흑. 땅 다 파놨으니 잔디는 또 다 뽑혔다. 아이고야.


결국 그렇게 2년 정도 우리 집 잔디는 황폐했었다. 큰 맘먹고 작년 (2020년)에 남편이 또 도전했다. 잔디가 잘 자랄 수 있게 비옥한 토양을 조성하겠다고, 흙을 어마어마하게 주문했다. 덤프트럭이 3번 와서 흙을 우리 집 뒤에 쏟아 놓고 갔다. 이것 또 삽질해서 마당에다가 다 뿌려야죠. 이게 거의 3주 걸렸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잔디를 쫘라락 심었다. 이제 잔디가 푸르르게 잘 자라겠지!?!?



라고 생각하면 역시 경기도 오산이지. 이제 또 다른 복병이 있었다. 그건 바로 청설모! 우리 집 뒤에는 진이인짜 큰 청설모 몇 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것들이 보드라운 흙을 깔아놨더니 자꾸 그걸 파내고 자기들 먹을 걸 심는 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잔디 씨도 다 파내고요? 저 청설모가 우리 집 텃밭에 있는 채소들도 자꾸 갉아먹고 채소 씨 심으면 다 파내고 그래서 정말 싫다. 우리 집 뒤에 숲이 하나 있는데, 거기 가서 묻을 것이지 왜 우리 집에 와서 씨 다 파내면서 자기 먹을 걸 심냐고요ㅠㅠ


노엘이와 대치중인 청설모






나무 데크 관리


나는 나무가 이렇게 빨리 상하는 지 몰랐다. 햇빛 때문에 가장 많이 상한다고 하고 그다음은 비, 눈, 그리고 염화칼슘 같은 거 때문에 상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봄이 오면 데크를 청소하고 새로 코팅을 해야 한다. 수압이 엄청 센 호스를 가지고 와서 일단 때를 벗겨내고, 무슨 오일이랑 뭘 섞어가지고 붓으로 하나하나 칠해줘야 한다. 거의 1주일 걸린다. 이때 비라도 오면 낭패다. 햇볕이 쨍쨍한 날이 한 2일 정도는 돼야 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또 하루 이틀 더 기다리고. 



우리 집 그릴이 이 데크 위에 있는데, 나무 칠하려면 또 저걸 옮겨야 한다. 저 그릴이 또 엄~청 무겁다. 저거 들어서 옮겨놓고, 칠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옮겨놓고... 일이 끝이 없다.






나무가 죽으면 잘라야 한다.


집을 샀을 때부터 집 마당에 나무들이 좀 있었는데, 몇 개는 죽은 나무처럼 보였다. 난 그게 그리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무가 죽으면 자연스레 부패하거나 말라서 나뭇가지들이 떨어진다. 근데 이렇게 나뭇가지가 떨어지면 사람이 맞을 수도 있고 주차해 놓은 차에 맞을 수도 있다. 재수가 없으면 큰 가지가 떨어져 지붕이 뚫린다. 이는 실제로 남편이 예전에 살던 집에서 발생했다. 그 옆집이 다 죽은 나무를 방치해놨는데, 폭풍우 오던 날 가지 큰 게 하나가 떨어졌는데 남편 집 지붕으로 떨어진 거다. 훠우~ 그래서 그 집에서 보험으로 지붕 새로 싹 해줬다.



암튼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나무가 죽으면 금방 처리해줘야 한다. 근데 이게 나무가 너무 높다 보니 우리가 못하고 또 사람을 불러야 한다. 진짜 비싸다. 따흑. 막 죽어가는 나무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난 몰랐는데, 우리 집 나무에 덩굴 같은 게 많이 자랐더라? 사실 우리 집 앞에 산책하던 어떤 사람이 덩굴 저렇게 두면 나무 죽는다고 다 자르라고 조언해줬다. 그날로 남편이 덩굴을 싹둑 다 잘랐는데 이미 나무 하나는 거의 90% 죽은 것 같다. 안돼ㅠ-ㅠ 


사진에서 나무 기둥에 붙은 초록색 이파리들은 전부 다 덩굴이다. 저런 덩굴 밑둥을 잘라주면 덩굴이 알아서 죽는다고 했고, 실제로 잘라주기만 하니까 알아서 죽었다. 덩굴아 미안...




이거 외에도 내 노동력, 남편 노동력, 사람 고용하고, 시간 쏟고, 신경 쓴 일들이 너무 많다. 지하실에 수레, 온갖 종류의 삽, 갈퀴, 잔디 깎는 기계 3종류 등등 뭐가 넘쳐난다. 집 관리는 정말 힘든 것... 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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