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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Dec 05. 2019

아마존은 오픈마켓인가?

우리가 아는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회사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오픈마켓이 아닌 한국의 분류법상에서 보면 종합몰이고 자세히 살펴보면 종합몰에 오픈마켓이 같이 존재하는 쇼핑몰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재무제표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 아마존은 점차 오픈마켓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물류시설 임대사업자가 되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한 기업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복수의 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이라는 상거래 플랫폼을 이해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그의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제3자 셀러 판매규모의 증가와 자체 판매간의 갈등?

먼저 제프 베조스가 2018년을 마감하며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살펴보자. 이하는 자체 번역이다.


“아마존이 판매하고 있는 전체 상품판매 중에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 아닌 제3자 셀러(대부분이 중소규모 사이즈의 기업)가 판매하는 비중이 3% 늘어 전체 판매에서 58%를 차지했다.  제3자 셀러들이 아마존 판매팀을 위협하고 있다. 아주 심하게 말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단순히 비중만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아마존의 직접 판매규모 역시 99년 16억불에서 117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는 매년 25%씩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일한 기간 동안 제3자 셀러들의 판매규모는 1억불에서 1600억불로 매년 58%씩 성장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비교하자면 eBay는 동일한 기간 동안 28억불에서 950억불로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아마존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The percentages represent the share of physical gross merchandise sales sold on Amazon by independent third-party sellers – mostly small- and medium-sized businesses – as opposed to Amazon retail’s own first party sales. Third-party sales have grown from 3% of the total to 58%. To put it bluntly: Third-party sellers are kicking our first party butt. Badly.


And it’s a high bar too because our first-party business has grown dramatically over that period, from $1.6 billion in 1999 to $117 billion this past year. The compound annual growth rate for our first-party business in that time period is 25%. But in that same time, third-party sales have grown from $0.1 billion to $160 billion – a compound annual growth rate of 52%. To provide an external benchmark, eBay’s gross merchandise sales in that period have grown at a compound rate of 20%, from $2.8 billion to $95 billion.


이 서신에 의하면 아마존은 오픈마켓 형태로 판매하는 비중이 58%이고 나머지 42%를 아마존이 직접 판매한다는 뜻이다.  공식발표는 아니고 숫자산출에 있어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겠지만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아마존의 제3자 판매비중은 2019년에 이미 7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아마존은 오픈마켓으로 다시 변해가고 있는 것인가?  아마존의 제3자 셀러 판매비중을 살펴보면 몇 년 후에는 아마존을 오픈마켓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서한에 의하면 이 추세를 제프 베조스는 긍정적인 변화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마존의 태생과 아마존이 이베이를 누르고 미국 전자상거래의 지배자로 자리잡기까지의 전략은 B2C 사업 즉 직접판매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이 가지는 단순 중개의 한계를 플랫폼 운영자가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한 단계 높은 서비스로 만들어 낸 전략이 현재의 아마존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함에 있어 자체 판매가 아닌 셀러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아마존을 다시 플랫폼 사업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만약 셀러 판매의 비중이 80%에 달하게 된다면 아마존은 자체 판매를 어떻게 포지션 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아마존은 국가별로 시장을 확대함에 있어서 자체 판매상품을 초기 리드 상품으로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에 진입한다면 아마존.co.kr의 초기 상품은 셀러 상품이 아닌 자체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를 통한 프로모션이 많은 고객을 아마존.co.kr로 이끌게 될 것이다. 그만큼 아마존의 글로벌 전략에 있어서 자체 상품은 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아마존의 자체 상품은 모두 아마존 프라임 대상이니 차익일 배송이라는 아마존의 강점을 강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마존에 있어 2009년은 그런 면에서 의미있는 터닝 포인트로 보인다. 2009경부터 오픈마켓 의존 비율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동시에 매출과 더불어 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힘의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아마존은 2009년까지 대부분의 인기있는 상품은 자체 조달을 통해 판매했고 시즈널리티가 있거나 롱테일의 끝에 있는 상품은 제3자 셀러를 통해 공급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즉 아마존의 셀러들에 대한 지배력이 충분히 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제 그 비율이 역전되는 상황에서는 아마존의 직접 판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아마존은 플랫폼의 한 축인 셀러들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정 브랜드를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다던가 상품 리스팅에 있어 공정한 룰이 적용된다면, 즉 셀러들의 상품과 아마존이 제공하는 상품 리스팅에서 동등하게 취급 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프라이스봇이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가격이 아마존의 자체 상품 가격이라면 아마존과 경쟁하는 셀러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불편함은 점차 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FBA(Fulfilment by Amazon)

여기에 또 하나 FBA의 존재 역시 양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FBA는 전형적인 플랫폼 도구이다. FBA는 셀러들의 고비용 물류 프로세스를 아마존이 모아서 처리하면서 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기에 분명히 매력적인 플랫폼 도구이다. 셀러가 스스로 물류를 처리하기 보다는 아마존에 의존할 때 저비용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말이다. 물론 현재는 FBM(Fulfilment by Merchant) 보다 FBA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FBA가 번들로 인식되는 점이 문제이다. 아마존에 물건을 판매하고 싶다면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는 상품이던 혹은 타 셀러의 상품과의 경쟁이던 FB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상품이라는 "레이블"은  매우 중요한 것을 넘어서 필수적이다

이제 미국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이 차익일배송(Two Day Delivery)이 되지 않는다면 불만을 터트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셀러의 상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아마존 프라임이 되지 않으면 순서에서 밀릴 것이기에 

FBA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차익일 배송이 익일배송(One Day Delivery)

으로 바뀔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해질 것이다. 즉 아마존은 오픈마켓이지만 반드시 아마존의 물류 서비스를 사용해야 하는 “조건부”오픈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위 그림을 보면 아마존의 매출 구조를 알 수 있다. 먼저 Online store 매출은 아마존이 직접 판매한 매출로 2019년 2사분기에 311억불의 매출을 올렸다. 이때 제3자 셀러 판매의 비중을 60%라 가정하면 311억불이 전체 거래량의 40%일 것이니 전체 거래량은 777억불이 되고 제3자 거래액은 466억불이 된다. 


두번째 매출 요소인 Third party seller service를 보면 120억불을 2분기에 기록하고 있다. 이는 거래량은 466억불이고 이 과정에서 아마존이 제3자 셀러로부터 받은 수수료 매출이다. 이를 나눠보면 25.7%라는 수수료율이 산출된다. 아마존의 수수료율이 일반적으로 15%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 플랫폼 사용에 대한 수수료는 70억불이고 나머지 50억불이 FBA를 통한 수수료 수입이다. FBA 수수료율은 셀러마다 많이 차이가 나므로 추정은 의미가 없다. 아마존이 자체 판매를 통한 마진율을 얼마로 설정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를 20%라 가정하면 직접 판매를 통한 수익은 60억불, 간접판매를 통한 수익은 70억불, 그리고 FBA를 통한 수익은 50억불이 된다. 물론 FBA 운영을 위한 고정, 변동비용이 있기에 50억 전체를 수익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체 매출에서도 FBA를 사용하므로  아마존이 FBA를 제공함에 있어 마진이 0이라는 가정하고 이를 상대적비용으로 상계하면 직접판매를 통한 수익은 27억불이고 간접판매를 통한 수익은 70억불이 된다. 거래량 비중은 58:42 이지만 수익에 있어서는 70:27인 것이다. 


간접판매의 규모가 60%이고 50억의 비용이 소요되었다면 40%에는33억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즉 아마존은 간접판매를 통한 수익이 압도적으로 많은 기업인 것이다. 간단하고 많은 가정에 근거한 계산이지만 제3자 의존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로 보인다. 


두 가지 제약을 가진 플랫폼

결론적으로 아마존은 3억명에 달하는 구매자와 1억명을 육박하는 프라임 회원을 가진 세계 최대의 상거래 플랫폼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한 축인 판매자들에게는 두 가지 불안감이 존재한다. 첫째는 아마존이 언제든지 특정 상품의 판매자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고, 또 하나는 언제든지 아마존이 FBA 비용을 올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아마존은 현재 FEDEX,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전쟁을 치르면서 자체 물류망을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FBA에 전가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이베이를 누를 때 FBA와 Prime 멤버쉽은 오픈마켓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훌륭한 도구였다. 이제 아마존이 지속적 성장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보인다. 가장 이상적인 플랫폼 운영자의 자세는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즉 오픈마켓의 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보다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FBA는 셀러들이 무료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도구로 지속 발전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아마존의 직접 매출은 0으로 접근하고 수수료 매출과 FBA 매출이 그를 대체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종류의 오픈마켓 플랫폼이 탄생하는 것이다. 중국의 알리바바와는 다른 모양새지만 개방이라는 맥락에서는 양면시장이 모두 열어두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알리바바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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