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초회 이야기
한국에서 생선을 날로 먹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활어회입니다. 수족관에 살지만 일본에서는 숙성회가 보편적 방법입니다. 생선에 따라 각기 다른 숙성 시간과 방법이 있고 이 숙성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일식 셰프의 실력이 결정됩니다. 그 숙성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선이 고등어입니다. 바로 시메사바의 숙성을 얼마나 잘하는가가 실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오늘은 숙성 생선회의 대표 시메사바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일본은 섬나라지만 상당히 큰 섬나라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인접한 도시와 그렇지 못한 도시 간에 먹거리가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이러한 차이가 만들어 낸 것이 시메사바입니다. 우리는 생선회를 활어회로 먹는 것이 익숙하지만 일본에서는 숙성회가 일반적이고 시메사바는 보다 강화된 숙성회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시메사바는 생선회입니다.
시메사바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절임회입니다. 절임이라는 의미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는 우리에게는 매우 익숙한 표현입니다. 김치가 대표적인 절임음식이고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절임음식이 있으니까요. 단지 우리는 생선회를 절인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가자미 식해가 거의 유일한 숙성 절임 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신선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자미 식해를 생선회라 부르기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절임식품이 탄생한 이유는 아마도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서양에서 정어리를 오일에 절여서 먹는 경우가 있을 것을 보면 정어리와 고등어가 무리 지어 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한 번에 많이 잡히는데 다 먹을 수는 없고 그래서 보관방법이 탄생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런 이유로 시메사바는 탄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고등어는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잡힙니다. 바다를 같이 쓰고 있기에 그 명칭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일본 역시 우리 동해와 남해에서 고등어를 잡는다고 보면 맞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고등어가 한 시즌에 많이 잡힌다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즉 고등어가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 정치의 중심지가 바닷가가 아닌 섬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의 동경은 바다와 비교적 가깝게 위치하지만 과거 일본의 중심이었던 교토는 상대적으로 바다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생선회를 먹고 싶었기에 시메사바라는 절임방식의 회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들어 보셨겠지만 고등어는 성질이 나빠서 활어로 보관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즉 잡히고 나면 얼마지 않아 죽어버리는 생선입니다. 물론 물차와 냉장 물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지만 그런 인프라가 없던 시절에 누군가는 고등어를 그 당시 정치적 중심지였던 교토로 옮겨야 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법이 식초와 소금으로 절이는 방법입니다. 즉 절임이라는 가장 일반적인 음식의 저장 방식이 고등어에 적용된 것입니다.
지도를 보아도 고등어는 지도의 윗부분의 해안, 예를 들어 돗토리시에서 잡히는데 교토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거리를 견뎌낼 수 있는 저장방식이 필요했던 거지요. 그런데 의외로 이 소금과 식초에 절여진 고등어는 운반 중 부드럽게 발효되어 나름의 매력적인 풍미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교토사람의 미각을 사로잡은 음식이 바로 고등어초회, 시메사바입니다. 시메사바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 무역의 꽃이 되면서 중국이 녹차 운반을 위해 만들었던 차마고도처럼 ‘사바카이도’라는 고등어길의 탄생까지 연결됩니다. 고등어길은 돗토리시 아래쪽에 있는 와카사쵸와 교토를 잇는 길이라고 합니다.
결국 시메사바는 생선회를 먹고 싶어 하는 권력자들을 위해 만들어졌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저의 상상입니다. 물론 뱃사람들의 저장식량이기도 하고 일종의 도시락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시메사바 역시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을 보면 일본 사람들의 시메사바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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