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쿠마상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랫폼 교수 Jan 10. 2024

다금바리의 진실

자바리가 진짜다.. 하지만

다금바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최고급 생선이다. 물론 쿠마에서 팔고 있는 돗돔이 더 희귀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에 우리에게 가장 고급 생선은 다금바리로 보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는 다금바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생선 장사를 하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먼저 “제주도에서는 자바리를 다금바리라 부른다”. 자바리의 제주도 방언이 다금바리라는 말인데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다금은 딴딴하다는 뜻이고 바리는 일종의 대장을 의미한단다. 일단 구글에서 제주도 다금바리로 검색을 해보면 다금바리 전문점이 주 욱 뜨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자바리다. 제주에서 자바리를 다금바리라 부르기에 다금바리 전문점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육지에서는 다금바리를 파는 식당들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다금바리를 파는 걸까?


진짜 다금바리


공부해 보니 현재 다금바리라는 명칭을 달고 판매되고 있는 어종은 자바리, 대왕자바리와 능성어다. 애초부터 아열대성 어류인 다금바리는 우리나라 해역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고 정착성 어종이라 기후변화에 따라 이동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또한 생김새가 농어와 비슷하기에 뻘농어라고도 불리는데 우연히 잡혔어도 다금바리가 아닌 농어로 착각된단다.


위키에 보면 다금바리는 학명 페르카(농어) 목 바리과에 속하는 바다 어류의 일종으로 다금바리 속(Niphon)에 속하는 유일한 물고기라고 적고 있다. 즉 다금바리로 불릴 수 있는 생선은 한 종류이고 자바리, 대왕자바리와 능성어 모두 다금바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참고로 대왕자바리는 대왕바리와 자바리간에 교배를 통해서 만들어진 교배종이고 양식으로만 만나볼 수 있다.


위에부터 다금바리, 자바리, 능성어이다.


즉 결론은 다금바리는 없고 자바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과거에 식당에서 다금바리를 먹었다는 것은 자바리 혹은 대왕자바리 혹은 능성어를 먹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자바리를 먹었다면 제주도산 다금바리를 먹은 것이니 잘한 것인데 양식인 대왕자바리 혹은 능성어를 먹었으면 사기당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제법 많이 알려져 있어서 이런 사기를 치는 식당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을 보면 차이가 쉽게 보인다.


그럼 이제 현실에 존재하는 다금바리인 자바리로 넘어가 보자. 비록 자바리가 너무 비싸 유사품으로 불리지만 능성어와 대왕자바리도 비싼 생선이다.   두 어종 모두 양식으로 공급되는데 대왕자바리는 국내산, 중국산이 있고 능성어는 국내산, 일본산, 중국산이 있다. 유사품들은 글로벌하게 양식으로 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 유사품들의 가격은 대략 킬로그램에 5~6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역시 낮은 가격이 아니다. 양식 광어의 가격이 대략 3만 원 수준임을 생각하면 자바리의 유사품들 역시 고가의 생선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자연산 자바리의 가격을 보면 더 엄청나다. 자연산 자바리의 가격이 1킬로에 15만 원에서 시작하는데 그 말은 대형으로 갈수록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경매를 통해 낙찰을 받는 것이니 시가라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가 일반적인 수율(뼈와 내장을 빼고 사시미로 남은 비율)을 30~40%로 보면 3~400그램에 15만 원인 셈이다. 물론 인건비와 배송을 위한 부자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니 식당에서 1kg에 25만 원씩 받는 것도 이해가 간다. 물론 이런 원가율은 돗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돗돔의 경우 300그램을 10만 원에 팔면서 고객 서비스라 말한 것이 식언은 아니다.


결국 자바리라는 생선은 함부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바리회의 맛은 어떨까?

일단 심해 어종이어서 생선살이 탄탄하다. 즉 탄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의외로 지방층이 있어서 고소한 맛이 두드러진다. 흰 살 생선이 일반적으로 갖는 담백함 속에서의 단맛 역시 존재한다. 돗돔과 마찬가지로 균형 잡힌 맛이다.


우린 이런 생선회를 왜 꼭 찾아서 먹는 것일까? 물론 맛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량진이나 가락동 수산시장에서도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지만 이런 고급 생선이 주는 균형감을 모두 찾기는 힘들다. 그리고 매번 광어, 우럭, 도미만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쿠마상회에서 자바리회를 팔면서 이름을 뭘로 부를까 고민이 됐다. 다금바리라고 하면 뭔가 잘못된 관행을 따라 하는 것 같고 자바리라고 하면 아는 사람도 없고 검색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결국 "다금바리, 실명 자바리"로 하기로 했다. ㅋㅋ 일종의 연예인 예명이 다금바리인 생선이다.


세로로 들어보았다. 뒤에는 일타쿠마에 자주 등장하는 실장님

물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쿠마에 23킬로짜리 자바리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놈의 맛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자바리 대물의 해체와 준비 과정은 유튜브 일타쿠마에서 볼 수 있고 맛을 보기 위에서는 쿠마상회를 방문해야 한다.


#다금바리, #자바리, #쿠마상회, #다금바리회


매거진의 이전글 돗돔회를 상품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