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호프먼
블리츠스케일링의 책 내용은 비즈니스 모델, 전략, 경영 등 사업에 있어서의 거의 모든 부분을 아우르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성장이 빠른 기업의 인사조직 경영에 대한 지침서로 보는 것이 맞다. 2023년 투자 생태계가 얼어붙어 버린 것은 플랫폼기업들만이 만들어 낸 문제는 아니지만 기존 플랫폼 기업들이 보였던 리스크에 둔감했던 경영방식이 일정 부분 현재의 플랫폼 투자 기피와 연결되었졌다고 볼 수도 있다. 리드 호프먼의 주장과는 달리 블리츠스케일링이라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방식을 앞으로 자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지만 플랫폼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갖는 특성을 생각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사업방식으로 보인다. 플랫폼 기업을 설계하고 있다면 이 책은 분명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경영에 이어서 이 책은 "대기업"이라는 파트로 이어진다. 그런데 대기업 파트의 내용은 크게 공감가지 않는다. 일단 대기업도 블리츠스케일링이 가능하다는 가설이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한국 대기업 기준이기는 하지만 대기업이 이런 속도의 조직 확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로 인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호프먼은 움직이지 않는 리스크가 더 큰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이를 쉽게 받아들일 한국 기업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마지막은 "경영"이다.
파트 4 경영
이미 이야기했지만 이 책의 핵심은 성장 조직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파트의 앞부분에 나오는 글을 보면 그 내용이 그대로 보인다.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과 시장을 지배하기 전에 망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를까. 이 둘을 가르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성장하는 단계(가족.. 국가)마다 경영 방식을 진화시키고 그 단계에 맞게 최적화하는 능력이다.
이를 두 가지 범주로 나눠서 설명한다.
첫째는 블리츠스케일링을 실행하는 단계마다 지침이 되어줄 8가지 해야 할 일이고
둘째는 전형적인 경영 방식의 통념을 뒤집는 9가지 반직관적인 규칙을 따르는 일이다.
== 뭔가 블리츠스케일링 경영을 위해 냉장고에 붙여둘 8가지 할 일과 9가지 규칙이 제시된다.
블리츠스케일링을 위한 8가지 전략(?) 왜 또 전략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1. 조직의 규모가 커질 때 인적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 그 무엇보다 당연한 당연한 일이 아닐까? 조직이 커지면서 구성원에 다양성이 생기는 것도 일반적이고 나름 그 다양성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이미 일반적인 사실인데 이를 블리츠스케일링의 원칙으로 보기는 좀 어색하다. 단지 단계를 이미 언급했기에 그 단계에 맞게 인적 관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 일은 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물론 동의한다.
2. 제너럴리스트에서 스페셜리스트로 == 역시 마찬가지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인사의 문제이다. 과거 한국 기업에 있어서 모두 제너럴리스트를 추구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우리는 단계가 변함에 따라 적응하지 못했던 것일까? 반면에 한국의 IT기업들은 이미 스페셜리스트 체제로 많이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
3. 기여자에서 관리자, 그리고 경영자로 == 관리자와 경영자를 구분하는 것은 우리가 매니저 혹은 팀장과 임원을 구분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조직이 커지면서 관리자는 자연스레 필요해진다. 그리고 조직이 더 커지면 당연히 그 조직을 이끄는 임원, 즉 경영자가 필요하다. 단지 경영자가 조금 큰 조직의 관리자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전략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4. 일대일 대화 방식에서 일대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 역시 당연한 이야기인데 물리적으로 일대일 대화가 힘들기에 조직을 설계하는 것이고 어느 단계에서건 일대일 대화가 이뤄진다는 점도 중요하다. 팀 단위에서 일대일 대화나 임원과 팀장간의 대화를 너무 일방적으로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하는 것도 무리스럽다. CEO의 대화방식은 분명 일대다라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5. 영감에서 데이터로 == 조직이 커지면 당연히 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Business Intellegent 조직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단계에서부터 필요할지는 사업의 성격에 따라 분명 다를 것이다.
6. 한 가지에 집중할 때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 == 스타트업을 자문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딜레마는 하나의 바퀴를 굴릴 것인가 아니면 하나 더 굴릴 것인가에 있다. 전 조직의 역량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일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어느 시점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론칭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7. 해적에서 해군으로 태세 전환 == 이 책에서 건질 수 있는 글귀가 있다면 해적과 해군의 비유가 아닐까 한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조직구조를 좀 더 체계화시키고 원칙에 따라 조직을 운영한다는 의미일 텐데 이를 해적과 해군으로 표현하니 뭔가 좀 다르게 느껴진다. 해적을 반사회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매력적인 악당으로 해석한 것도 재미있다. 잡스의 어록을 인용하는데 역시 무게가 있다.
1. 진정한 예술가는 작품을 발표한다.
2. 해군이 될 바에는 해군이 되는 게 낫다.
3. 1986년까지 맥을 책 한 권의 크기로 만든다.
8. 창업자에서 리더로 == 모든 창업자가 리더십을 가질 수는 없다. 한국과 같은 생태계에서 창업자가 모든 덕목을 갖추 리더일 가능성도 그다지 크지 않다. 리더가 자기 자신을 스케일링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임, 증폭, 자기 계발을 제시하고 있다. 위임은 이해하기 쉬운데 증폭은 조금 어렵다. 위임할 사람을 찾지 못하겠으면 자신의 업무 범위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이 예로 훌륭한 비서, 수석 비서관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는데 의미 있어 보인다. 한국의 많은 재벌들이 비서팀을 쓰는 것을 스타트업 단계로 내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 계발의 방법으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고 한다. 자문을 많이 받으라는 뜻이다.
9가지 반직관 전략
블스는 통념에 반하는 경영방식이다. 따라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고안된 경영규칙을 위반해야 한다. 즉 기존에 우리가 경영학에서 배웠던 원칙들을 잊고 블스에 맞는 새로운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져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레슨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블스를 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이다.
1. 혼란을 기꺼이 수용하라 == 블스를 하다 보면 그 속도로 인해 다양한 혼란이 발생한다. 따라서 그 혼란을 기꺼이 수용하지 못하면 이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다. 어찌 보면 블스의 기본 속성을 안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원칙이다. 여기에서 방점은 스스로 만회할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지라는 대목이다. 경영자에게 엄청난 최면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2. 가장 적합한 사람이 아닌 바로 지금 필요한 사람을 영입하라== 역시 블스를 선택했다면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되지만 상당히 역설적이다. 지금 필요한 사람은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선택은 조직관리에서 큰 문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선택이 블스라면 이 선택이 맞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따라왔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을 잘 활용하고 그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되면 버리는 전략을 택하라는 뜻이다.
3. 부적절한 관리도 때로는 용인하라 == 이쯤 되면 갈 때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즉 경영을 하되 관리를 일부 포기하라는 것이고 그 정도를 "때로는"이라는 단어로 해방시켰다. 미드로도 나왔던 Wework의 CEO가 보였던 행동은 어쩌면 이 때로는이라는 단어를 항상으로 바꾼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훌륭한 경영자라면 이 정도의 관리를 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적절하고 나쁜 관리가 아니라 블스에 적합한 자유도를 용인하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영어로 Be a "Bad" Manager 되어있다. ㅎㅎ
4. 상황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므로, 시작은 빠르게 == 이 책이 제시하는 블스의 원칙 중에 가장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칙이다. 인터넷 사업을 하면서 내가 조직에 주장한 내용이기도 하니 말이다. 일단 서비스는 가능한 한 빨리 시장에 내놓고 이후 피드백을 통해 개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다. 동의한다. 개발자들은 싫어하겠지만 가상공간의 서비스는 다시 만든다고 쓰레기가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만드는데 처음만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5. 불길이 타오르게 내버려 둔다. == 낙하산과 더불어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일 것이다. 영어로는 Let Fires Burn이다. 의미는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일에만 집중하라는 뜻이다. 물론 성장에 집중해서 성장과 관련되지 않은 일은 그냥 불이 나도 놔두라는 의미다. 역시 거의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여기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요소로 긴급성, 효율, 의존성을 든다. 긴급성은 쉽지만 효율과 의존성은 좀 어렵다. 효율은 내가 해결할 수 있으면 불을 끄라는 의미다. 불을 끌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불이 회사 전체를 삼킨다면?? 그런 의문은 블스에서 용납되지 않는다. 마지막 의존성은 특정 불길을 잡았을 때 다른 불길을 잡는데 영향이 크다면 진행한다는 뜻이다.
6. 규모가 나오지 않는 일을 한다. == 역시 이해가 어려웠던 글이어서 원문을 찾아보았다. Do Things That Don’t Scale, 즉 문제를 크게 푸는 것이 아니라 임시방편으로라도 풀고 앞으로 나가라는 말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너무 정식으로 풀려고 하면 시간이 가고 시간은 나의 편이 아니게 된다는 뜻이다.
7. 고객을 무시하라 == 상당히 자세한 지침이다. 빠르게 서비스가 성장하고 고객수가 백만단위, 억 단위로 늘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최고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동안은 고객을 무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엄청난 주문과 고객이 밀려온다면 이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수준에서는 고객을 무시해도 좋다는 판단을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고객과 주문이 그렇게 밀려온다면 고객 서비스에 자원을 할당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이는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니라 지킬 수밖에 없는 원칙이 아닐까?
8. 총알은 많을수록 좋다. == 스타트업들을 자문하면서 총알은 많은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 이는 역시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를 다 무시한 조언일 수 있다. 경영자의 지분이 적어서 최대한 시간을 늦추면서 투자 라운딩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특정 목표만 달성하면 보다 좋은 가치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상황일 경우도 있다. 하지만 블스의 경우는 그러한 특이 사례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투자자들은 가치가 높은 상대적으로 돈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을 선호한다. 따라서 내가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면 더 빠른 성장을 위해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것은 올바른 조언일 수 있다. 투자 자체가 시장에 좋은 시그널을 주기 때문이다.
9. 문화를 진화시켜라 == 다른 불길은 다 그대로 두어도 조직문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일관된 가스라이팅을 하다가도 급 방향을 선회하니 약간은 어리둥절하다. 하지만 동의하는 부분이다. 블스를 하지만 나의 문화는 지키면서 빠르게 나아간다는 것은 이상에 가깝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빠르게 움직이며 문제를 혁파(Move Fast and Break Things)"한다라는 문화를 가지고 온 점을 생각하게 한다. 여기서 문화를 "일을 하는 공통의 방법"으로 정의한다.
이후의 대기업과 번성은 그냥 읽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