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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Oct 06. 2020

모든 기업이 플랫폼이 될 수는 없다

중소기업 플랫폼 전환을 위한 제언

이글은 IBK 경제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중소기업 CEO Reort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모든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아니 대부분의 기업이 기존 사업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플랫폼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려운 일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영위하던 사업을 플랫폼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회사의 운명을 건 모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기에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존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단면시장 접근이 아니라 양면시장을 모두 대상으로 한다.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나의 역할이 기존 양면시장의 한 축이었던 공급자에서 양면시장 모두를 운영하는 플랫폼 운영자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이 개념을 이해한다면 전환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기존 사업을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한다는 발상 자체가 적절치 않다. 차라리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다시 시작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유형화의 일반화된 명칭이 없지만 플랫폼의 개방의 정도와 플랫폼 운영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광장, 시장, 인프라 플랫폼으로 나뉘어진다. 먼저 광장은 가장 개방된 플랫폼이다. 지식과 정보의 플랫폼인 구글이나 미디어 플랫폼 페이스북, 그리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인 유튜브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운영원칙과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알고리즘에 의해서 플랫폼은 운영되고 규모가 가장 중요하다. 알다시피 모두가 글로벌 플랫폼이고 작은 시장을 나눠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영역이다. 


두번째는 시장 플랫폼인데 일단 제껴두고 마지막 형태인 인프라 플랫폼으로 넘어가 보자. 플랫폼을 형성하는 방법이 어마어마한 투자(오프라인, 연구개발, 장비 등)를 기반으로 양면시장의 참여자들에게 비즈니스의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의 형태이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텐센트의 위챗 샤오청쉬(미니프로그램), 그리고 아마존의 AWS나 MS의 애저와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이 여기에 포함된다. 일종의 표준화 경쟁과도 유사하고 환경을 제공하는 경쟁이기에 경쟁 진입 자체도 무척이나 힘들다.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훙멍(Harmony OS)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OS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이 플랫폼 유형의 특징이다. 물론 중소기업에게는 상상하기도 힘든 영역이기는 하다. 


다시 두번째 영역으로 돌아가 보면 시장 플랫폼은 가장 이해하기 쉽고 또 중소기업도 해 볼만한 플랫폼 영역이다. 익히 알고 있는 시장 플랫폼의 대표주자는 오픈마켓 사업자들이고 여기에 약간의 변형을 가한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커머스 사업자들이 있다. 언뜻 보기에 이들의 경쟁도 중소기업이 참여하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일부 시장을 잘라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한 중소기업들이 있다.



그림을 보면 대형 오픈마켓들이 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그리고 무신사나 지그재그와 같은 신생 사업자들이 나름의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근마켓과 같이 위치기반의 직거래라는 독특한 개념을 바탕으로 타 오픈마켓 사업자가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을 확보한 사업자도 있지만 지그재그나 무신사처럼 의류와 같이 특정 영역에서 존재감을 만들고 있는 사업자가 가장 일반적이다. 


시장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거래가 이뤄진다는 맥락에서 거의 모든 사업이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동공구를 만드는 사업자라면 “공구”라는 영역을 대상으로 시장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식재료를 만드는 사업자라면 식당을 위한 식재료 플랫폼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미 대형화된 오픈마켓과의 경쟁에서 충분한 차별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성립이 가능할 것이다. “집닥”과 같은 인테리어 중계 플랫폼이나 여행업에서 “마이리얼트립”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집닥로고

집닥은 다양한 인테리어 결과물을 공유하면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십년에 한번 할 것 같은 인테리어 작업에서 소비자가 갖게 되는 불확실성을 정보의 공유를 통해 해결할 수 있게 함으로 공급자와 소비자를 한자리로 모아 놓았다. 양면시장이 형성되고 나니 많은 인테리어 업체들이 자신의 작품들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인테리어라는 단어에서 플랫폼이 성립되었다. 이 플랫폼을 설계함에 있어 인테리어라는 영역에서 전문성이 필요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현재의 위치에 오기까지의 기다림과 축적의 노력도 중요했을 것이지만 창업자가 인테리어 사업에서의 실패를 바탕으로 이 사업을 설계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인테리어 사업에서의 가장 큰 소비자의 Pain Point가 사후관리라는 점을 이해하고 이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집닥의 사업은 설계되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여행산업의 침체속에서 2020년 7월 432억이라는 투자를 일궈낸 “마이리얼트립”이다. 여행산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여행사”라는 사업형태가 일반적이다. 여행상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여행사라는 10년이 조금 넘은 사업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대행하는 사업이다. 모두가 전형적인 서비스이고 사업자 간에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규모를 통해 시장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이미 기존의 여행사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수많은 여행상품 제조자(공급자)와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객(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여행의 트렌드가 자유여행으로 바뀌었지만 공급시장은 이를 적절히 대응할 수 없었고 소비자들은 기존의 여행상품의 식상함에 스스로가 무언가를 찾아가던 순간이었다. 여기에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 것이다. 중소기업이 플랫폼이라는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나의 영역에 플랫폼 형태로 진입할 것이 예상된다면 내가 먼저 고려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그 고민에는 반드시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요소는 글머리에 이야기했듯이 플랫폼의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플랫폼은 양면시장 지향이라는 가장 중요한 특징뿐 아니라 독점이라는 지향점을 가진다.  양면시장을 지향하기에 다른 누구와 시장을 나눠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 공급자가 많아지면 소비자는 많은 구색과 낮은 가격을 누리고, 소비자가 많아져서 매출이 오르면 공급자들이 모여드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는 플랫폼 간의 경쟁을 독점으로 이끌게 된다. 따라서 플랫폼 간에 경쟁을 중단하고 시장을 나누어 갖는 타협은 없다. 


물론 그 대상은 쿠팡이나 G마켓과 같은 초대형 오픈마켓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펫용품 커머스를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면 그 경쟁대상에 모든 오픈마켓의 펫용품 사업본부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무언가 오픈마켓 대비 명확한 차별점이 없다면 대상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켓컬리”가 신선식품 영역에서 새벽배송을 들고 나온 것이나 “펫프렌즈”가 펫 커머스 영역에서 30분 배송를 들고 나온 것은 대형 오픈마켓을 이길 방법이 필요해서였다. 


물론 훌륭한 경쟁도구의 개발을 통해 대형 경쟁자들을 이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시장을 좀 더 작게 나누어 보다 작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신선식품에서도 육류에만 집중하는 “미트박스”와 같은 경우를 보면 집중이라는 단어가 플랫폼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즉 중소기업이 플랫폼을 설계한다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 초집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훌륭한 플랫폼 도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두번째는 시장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존재해야 하고 그 문제가 플랫폼을 통해 해결되기 쉬운 특징을 가져야 한다. 플랫폼은 개방성을 기본 특징으로 갖는다. 물론 시장 플랫폼의 특성상 완전한 개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플랫폼을 도입할 경우,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고객 혜택은 다양성과 가격경쟁력이다. 즉 시장이 특정 브랜드에 의해 집중되어 있고 그로 인해 소비자 효용이 낮아져 있다면 플랫폼이 성과를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즉 플랫폼의 등장으로 보다 많은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어지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사후관리의 부재”, 여행에서는 “획일적 상품”이라는 문제가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플랫폼 비즈니스였다. 플랫폼의 등장으로 플랫폼 운영자가 보증하는 사후관리가 나타났고, 수많은 공급자가 설계하는 다양한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시장에 문제가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플랫폼을 성립시킬 기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앞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물론 시장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전문성에 근거하지만 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도 전문성이다. 플랫폼은 특정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형태이기에 궁극적인 목표는 그 산업을 대표하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이제 배달음식을 대표하고 있고 누구보다 배달 음식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이 전문성은 시작점이기도 했지만 현재 경쟁력을 유지시키는 요소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이 제공한 전문성은 서비스의 형태로 나타난다. 유형의 상품을 통한 차별화는 거대자본을 가진 대형 경쟁자에게 쉽게 복제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기에 실행 가능하고 또 유지 가능한 그런 전문화된 서비스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작은 시장에서 독점을 이뤄내고 방어하는 유일한 솔루션이다.

결론적으로 중소기업이 기존 사업을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올바른 전환이 이뤄진다면 이미 중소기업이 아닐 것이다. 무신사, 지그재그, 당근마켓, 집닥, 마이리얼트립 등이 보이고 있는 성과는 이미 중소기업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승훈,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네모파트너즈 어드바이저리 부문 대표

#플랫폼, #중소기업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집닥, #플랫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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