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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Aug 25. 2019

오픈마켓의 미래??

이베이는 동네북인가?

한국에서 오픈마켓은 2000년 지마켓의 전신인 구스닥을 시작으로 전자상거래의 표준적인 모델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 대표적인 상거래 모델이었던 인터파크, 롯데닷컴의 종합몰과는 달리 상거래 과정에서 매칭과 결제를 제외한 모든 영역을 시장에 맡기는 새로운 형태였다. 수많은 판매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었기에 기존의 종합몰과는 비교할 수 없는 구색과 낮은 가격을 구현했다. 지마켓의 성공은 11번가의 등장을 이끌었고 소셜커머스라 불리던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도 앞을 다투어 오픈마켓 전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오픈마켓은 한국 전자상거래의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오픈마켓의 원조는 미국의 이베이이다. 그리고 이베이는 한국시장의 강자인 지마켓을 인터파크로부터 매입하여 오픈마켓 모델로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실질적 지배자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그 위치가 쿠팡이라는 새로운 도전자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이베이의 지마켓 매각설이 떠도는 이유는 이베이에게 이러한 경쟁은 처음이 아니고 그 결과도 어렵지 않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미국에서는 아마존에게 중국에서는 타오바오에게 수모를 경험했다. 이제 관중들은 한국에서 싸움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1996년 아마존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이베이는 오픈마켓 모델로 미국 시장을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C2C 즉 고객과 고객이 만나 거래한다는 개념으로 수많은 공급자들을 플랫폼으로 유입시켰고 새로운 상거래 플랫폼은 인터넷 상에서 상품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선택을 제공했다. 이베이는 페이팔이라는 혁신적인 지불 도구를 만들어 인터넷 상거래의 편리성을 한 단계 상승시켰고 수많은 상품, 수많은 고객, 그리고 편리한 도구는 인터넷 상거래의 본격적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이베이의 권좌는 아마존의 등장, 그리고 “아마존 방식(Amazon Way)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의해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아마존 웨이 오픈마켓이 제공해왔던 상품의 구색과 공급자들 간의 경쟁을 통한 낮은 가격이라는 두 가지 핵심 상거래 요소 이외에 소비자들이 거래라는 과정에서 바라 왔던 두 가지를 더 하게 된다. 그중 첫 번째는 신뢰로 오픈마켓이 가진 개방성이 만들어 낸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배송이라는 온라인 상거래가 가진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이 아마존 방식이 복사되어 쿠팡에 의해 한국시장에 접목되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 수준은 아직 아마존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베이에게는 아마존이라는 단어는 다시 듣기 싫은 악몽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존 방식이 오픈마켓과는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그 차이는 단순히 훌륭한 프로모션이나 획기적인 상품과 같이 일시적인 경쟁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간의 경쟁에 있어 새로운 도구의 등장은 경쟁의 판을 기울게 하고 한번 기울어진 판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그 차이는 오픈마켓이라는 시장의 정설을 완전히 종식시키고 오픈마켓의 종말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이를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면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신뢰, 편리, 그리고 정확성이다. 하나하나 설명해보자.


먼저 신뢰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요소이다. 아마존은 전체 상품 중에 50%를 아마존이 직접 배송한다(이중 아마존이 직접 구매 후 판매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32%이다). 즉 아마존 창고에서 아마존 박스에 담겨 아마존이 지정한 배송업체가 배송한다. 배송은 2일 내에 이뤄지고 상품에 문제가 있으면 아마존이 책임진다. 모든 거래에서 새로운 판매자와 만나야 하는(물론 단골 판매자가 있을 수도 있지만 흔하지 않다) 오픈마켓과는 편안함의 정도에서 비교하기 힘들다.


오픈마켓에서 종종 아니 자주 발생하는 결품(사이트의 리스트에는 존재하나 실제 재고는 없는 경우)은 아마존이 책임지는 50%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품에 대한 인식은 크지 않은데 오픈마켓을 많이 이용해본 사람들이 경험하는 가장 큰 불만은 결품이다. 시장에 인기 있는 상품의 숫자는 언제나 제한되고 그래서 물량은 부족하다 그러기에 판매자는 인기 있는 상품을 올려놓고 고객을 유인한다. 그리고 실 판매는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오픈 마켓이기에 가능한 일이고 이러한 과정에서 고객의 플랫폼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는 편리이다. 이미 이야기했듯이 아마존에서는 배송이 보장된다.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이 되어있으면 차익일 배송이 보장된다. 온라인 거래에 있어 배송시간이 보장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편리함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즉 예측 가능한 구매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신선식품까지 온라인 쇼핑의 영역이 넓어진 지금 배송은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또 하나의 편리는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상거래는 구글 다음으로 많은 검색이 이루어지는 영역이다. 즉 모든 구매자가 검색을 통해 쇼핑을 시작한다. 오픈마켓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이 검색 결과가 모든 판매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등은 판매자 모두를 만족시키지만 구매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아마존에서 잘 팔리는 주요 상품은 아마존이 직접 관리하기에 상품 리스트가 단순 명료하게 관리된다.


아마존은 자신이 취급하는 상품의 가격을 언제나 최저로 유지하는 원칙이 있기에(로봇에 의해서 가격이 자동 조정된다) 아마존이 관리하는 상품은 대부분 검색의 최 상단에 리스트 된다. 상품의 구색 확보를 위해 구형 모델이나 중고상품이 리스트 되기는 하지만 단순함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즉 하나의 상품에 다수의 판매상이 중복하여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오픈마켓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다. 상품요소의 일부 변형이나 세부사항의 변경, 사은품 증정 등의 수단으로 동일한 상품의 가격이 다양해지는 복잡함을 아마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아마존이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아래 그림을 보면 아마존에서 LG전자의 그램 노트북을 검색한 화면이다. 아마존과 LG전자가 협력하여 간명한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에 오픈마켓을 검색해보면 선택을 방해하는 복잡한 화면이 나타난다. 상품 숫자에서 아마존이 98개의 상품을 보여주는데 반해 오픈마켓은 77,504개의 상품이 존재한다. 많은 상품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77,000개는 너무 많다. 그리고 다양한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조건들은 비교하기 힘들고 그래서 선택하기 힘들다.


마지막은 정확성이다. 아마존의 가장 큰 강점을 추천이라 이야기한다.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면 추천을 하고 그 추천의 정확도가 소름 끼치게 정확하다고 한다. 기존의 구매정보와 장바구니 혹은 검색정보들을 반영하여 추천을 하기에 누구보다도 구매자를 잘 이해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확성이 오픈마켓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LG 노트북으로 들어가서 비교해보자. 아마존의 상품명을 보면 세부 항목마다 쉼표가 붙어있다. 즉 데이터베이스에서 상품 타이틀을 관리함을 의미한다. 고객의 이 상품 구매는 어떤 용도로 노트북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이동이 많은지, 어떤 색상을 선호하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뜻이다


반면에 오픈마켓의 상품 타이틀을 보면 중구난방이다. 동일한 상품을 판매자마다 다른 형식으로 자유롭게 이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마켓도 룰을 정하고 판매자로 하여금 그 원칙에 맞게 상품정보 입력을 유도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작명의 원칙은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내는 가에 달려있다.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자.


오픈마켓의 상품 리스팅 사례: 엘지그램 노트북


실제 상품 타이틀을 보면 구매자의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격이 먼저 나오고 사양보다는 초특가, 사은품에 중점을 두고 있다. 메모리의 사이즈는 세부 정보에서 보이고 타이틀에서는 생략되었다. 좀 더 심한 다음 경우를 보면 추가적인 업그레이드와 할인 사은품이 앞에 있고 정작 상품은 모델명으로 맨 뒤에 붙어있다. 오픈 마켓에서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상품마다 나름의 검색 로직과 표현 방식이 있기에 표준적인 타이틀 표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상품의 구분에 있어 대분류와 중분류 정도는 지켜지지만 소분류나 세부사항으로 가면 이를 지키는 판매상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즉 오픈마켓이 아마존의 정확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의 투자 필요하다.

이 세 가지 플랫폼 도구적 관점에서의 차이 이외에 아마존과 오픈마켓이 가진 가장 큰 차이는 목표관리에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의 자체 매출,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수, 물류센터 숫자 등을 목표로 관리한다. 이 숫자가 커져 간다는 것은 아마존이 상거래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거래량과 수익 이외에 누적적으로 관리할 지표가 없다. 내일의 경쟁은 오늘과 같다는 의미이다. 타 오픈마켓보다 빠르게 신상품을 개발, 소싱하는 것만이 유일한 차별 요소이다. 그리고 그 차이는 이제는 미미하다.

  

아마존 방식이 쿠팡을 통해 한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투자를 바탕으로 쿠팡은 물류센터와 쿠팡 트럭,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을 로켓와우클럽으로 만들어 로켓배송을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비교해보면 아마존과는 많은 차이가 보인다. 하지만 10년 전 미국에서 시장의 리더 자리를 내준 이베이로서는 그 차이가 작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오픈마켓이 아마존 방식에 대응하여 시장 승리를 얻어낼 방법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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