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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Jun 21. 2021

콘텐츠에 부는 플랫폼 바람

왜 플랫폼이 되려 하는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nMM에 기고한 글입니다


올해 1월에는 K-Pop 팬이라면 주목할만 한 큰 뉴스 두가지가 있었다. 네이버가 K-Pop 팬덤 플랫폼 Weverse를 운영하는 하이브와 손을 잡았고, 또 다른 K-Pop 팬덤 플랫폼인 Universe’를 운영하는 엔씨소프트는 CJ ENM과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쟁 관계라고도 볼 수 있었던 네이버의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 ‘V라이브’와 온라인 K-Pop 팬 커뮤니티 ‘Weverse’가 하나로 합쳐져 하나의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발표이다. 엔씨소프트와 CJ ENM의 합작법인 설립 역시 콘텐츠 및 디지털 플랫폼 분야의 사업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대의 경쟁을 위한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영상 콘텐츠에서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경쟁의 양상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디즈니 플러스, 워너미디어의 HBO Max, NBCUniversal의 Peacock 등 전통의 콘텐츠 강자들이 모두 자신의 OTT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업계에 플랫폼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플랫폼이라는 용어는 워낙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나, 필자는 플랫폼을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로 보자면 디즈니 플러스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위버스 역시 플랫폼을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플랫폼이라 이야기하기에는 섣부르다. 


어떻게 부를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왜 이렇게 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왜 콘텐츠 제작사들이 직접 유통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을까? 바로 유통의 힘이 너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콘텐츠의 유통을 장악해 가는 거대 플랫폼이 주는 공포 때문이다.  


디즈니가 플러스를 만들게 된 이유는 넷플릭스 때문이다. 처음에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디즈니 영화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매년 3억불을 벌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약진으로 VOD 매출이나 방송매출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넷플릭스는 좋은 파트너였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1년 윤여정씨의 여우조연상 수상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 이름을 올린 후보작의 숫자를 보면 넷플릭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35개로 1등이고 2등이 12개로 아마존, 그리고 디즈니가 8개이다. 공식적으로 디즈니는 영화라는 영역에서 넷플릭스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가입자수는 2억명을 넘어섰고,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위한 콘텐츠 공급자 중 하나로 머무를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디즈니로 하여금 넷플릭스와의 관계를 끝내고 자기만의 디지털 유통채널인 디즈니 플러스를 만들게 했다. 즉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주는 공포가 디즈니를 플랫폼을 향한 길로 몰아간 것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말 출시 이후 벌써 1억명이라는 가입자를 모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디즈니플러스가 플랫폼이 된 것은 아니다. 디즈니의 유통망이 기존의 영화관과 유선방송에서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로 변경되었을 뿐이다. 현재까지 디즈니 플러스에서는 픽사,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 그리고 내셔널지오그래픽스 라는 디즈니가 갖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즉 디즈니가 만들지 않은 다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채널이 아니다. 디즈니는 본래부터 유통사업자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앞으로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경쟁을 하면서 플랫폼을 지향할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는 브랜드 스토어로서 자신이 가진 콘텐츠의 가치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규모있는 고객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즈니가 2020년 11월 투자자 미팅에서 밝힌 6개 스튜디오별 콘텐츠 출시 계획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처럼 다양한 상품을 소싱해서 파는 유통망으로서의 계획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브랜드 라인업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이다.디즈니가 플랫폼을 지향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타 제작사의 콘텐츠를 구매하여 플러스의 가입자확보 및 경쟁력 유지를 도모하려는 시도가 단시일 내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위버스를 바라보면 디즈니와는 달리 플랫폼 지향성이 보다 명확히 보인다. 첫째는 네이버의 V라이브와의 합병이다. 네이버는 태생적인 포탈사업자고 플랫폼 사업자이다. 브이 라이브 역시 스타와 팬들 간의 소통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이다. 빅히트가 갖고 있던 위버스가 거의 BTS만을 위해 존재하는 디즈니 플러스였다면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는 유튜브와 유사한 플랫폼의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 유튜브는 아직은 팬덤형 커뮤니티 플랫폼이 아니라 할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몇 가지 기능적 개선으로 이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브이라이브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진 스타는 BTS였고 빅히트가 네이버에게 투항을 요구했을 때 네이버는 나름 냉철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빅히트는 이 합병을 통해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이라는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했고 이후 이타카의 인수, YG와의 투자 및 협업 등의 행보는 플랫폼 성립을 위해 신규 콘텐츠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의 모습과 유사하다. 


문제는 충분히 많은 공급자들이 새로운 위버스를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으로 선택할 것인가에 있다.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와 같은 유사한 플랫폼과의 경쟁도 있지만 더 중요한 상대는 유튜브이다. 스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는 플랫폼으로 유튜브가 가진 현재의 장악력을 빼앗아오는 것이 필수적이다. 스타들은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팬 또는 잠재적 팬들이 모여 있는 플랫폼을 당연히 선호한다. 비록 팬들을 위한 굿즈의 판매나 실시간 채팅과 같은 팬덤 커뮤니티에 특화된 기능이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유튜브가 채택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즉 위버스가 자신만의 콘텐츠 제공을 위한 채널이 아닌 모든 팬덤을 위한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BTS라는 콘텐츠에서의 성공을 뛰어 넘는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디즈니 플러스와 위버스가 가진 공통점은 큰 성공을 거둔 콘텐츠를 가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들이 플레이하는 영역에 아주 큰 힘을 가진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점이 있다.  디즈니에게는 넷플릭스이고 빅히트에게는 유튜브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양면시장을 모두 만족시키는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디즈니가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택할 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미 플랫폼을 선언한 위버스에게는 분명한 시장의 요구이다. 먼저 팬덤 커뮤니티의 공급자인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도구의 설계가 필수적일 것이다. 이는 AR, VR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온라인 공연과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메타버스처럼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는 게임적 요소일 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든 경쟁자가 따라오기 전에 넷플릭스처럼 규모를 갖춰야 한다. 여기서 규모는 시장의 양면 모두를 말한다. 


디즈니는 넷플릭스가 간 길을 따라서 OTT시장에 뛰어들었다. 강력한 경쟁자가 이미 자리잡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정의하고 만들면서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버스는 다르다. 이전에 없었던 가상공간에서의 팬덤관리라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빅히트는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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