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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Jan 22. 2022

(연재5)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5. 유언장

 SCENE FIVE- 유언장


시간이 조금 더 흐른 저녁 식사 자리. 


 2배속 움직임웃음소리식사크리스 주방에서 와인 한 병을 더 갖고 오는등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서로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건배가 이어진다


갑자기 벨이 울린다. 곧이어 문을 심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화                  

누구지? 어머니, 오늘 올 수 있는 사람들 다 모인거 아니에요? 혹시 헬렌이? 


크리스 현관으로 나서며


크리스               

누구세요?


윌리엄               

누구? 나 윌리엄이다. 


크리스               

어, 형?               


문을 열어준다. 반갑게 맞이하려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지만 동생 크리스를 지나쳐 바로 엄마를 찾는다.


윌리엄               

엄마! 엄마 어디 있어? 


거실에 모두 모여있는 디너테이블을 본다. 엄마를 제외한 모두는 놀라서 일어나 윌리엄 부부를 맞이한다. 엄마가 모두에게 말한다.               


에일린               

왜 그래? 모두들 앉아. 그리구 윌리엄하고 케이티 너희 부부는 바빠서 못 온다고 하더니 이렇게 올 꺼였으면 미리 말이라도 했어야지. 어째든 반갑구나. 어서와 여기 앉아라. 


이화                  

형님. 안녕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어머 이렇게 깜짝 등장하시려고 어머님 속였던 거에요? 역시 센스 있으셔. 


크리스               

그래, 형님이 오늘 같은 크리스마스에 안 오실 리가 없지. 어서 엄마 옆으로 오세요.   


크리스가 다렌에게


형, 여기 의자 두 개만 붙여줘. 


2배속 움직임이화가 어머님 가까운 자리를 양보하고 거기에 있던 음식과 와인 잔을 옆으로 옮기고 접시를 배치하면서 식사준비를 한다윌리엄 어머니 옆으로 배치된 의자에 앉으며,


케이티에게


윌리엄               

여보, 당신도 이리와 앉아. 


윌리엄이 만들어준 자리를 차지하며 케이티는 앉는다. 엄마는 남은 음식을 윌리엄과 케이티 접시위에 덜어주며, 


에일린               

바쁘다면서 용케 시간을 뺄 수 있었나 보구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말야. 우린 가까운데 살고 있어서 언제든 볼려면 볼 수 있잖아. 마침 음식이 좀 넉넉해서 다행이지 큰일날 뻔 했구나. 아이들도 함께 오지 그랬어?


윌리엄 조금 상기된 목소리로,


윌리엄               

아이들은 됐구요, 어머니, 변호사를 불러서 유언장을 작성하셨다는 게 정말 사실이에요?


사이. 


에일린               

….. 그 내용이라면 그만 말하고 싶구나. 


엄마가 더이상 말이 없자 윌리엄 더 씩씩대며,


윌리엄               

아니, 어떻게 그런 큰일을 장남인 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 하실 수 있어요? 카페 내놓을 실 때도 그러시더니 정말 해도해도 너무 하시는 거 아니에요, 엄마? 


케이티               

부동산에서도 말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뻔 했잖아요? 어머니가 유언장 쓰신 걸 저희들만  빼고 동네, 교회 사람들이 다 아는데.. 자식인 저희들이 남처럼 모르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머니? 


윌리엄               

아니, 막내 부부는 혹시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윌리엄이 크리스에게


너는 어머니가 유언장 쓴 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래서 처음부터 어머니 모시겠다고 한 거 아니냐고? 


케이티               

중국에서 여기가 어디라고 한걸음에 달려와?


윌리엄               

나만 나쁜 사람 만들지 말고 너도 좀 솔직해져 봐. 항상 니가 좋은 건 다 하려고 하고 그 덕분에 나만 장남 역할 못한다는 소리만 듣고 말이야!


크리스               

뭐? 도대체 형 왜 이러는데? 명절에 엄마 집에 와서 행패나 부릴거 같으면 그냥 꺼져! 형이라고 그동안 참았던 거야! 어머니 앞에서 이게 무슨 불효야? 형수님도 동생들하고 재수에게 쪽팔리지도 않아요? 크리스마스에, 일년에 한 번 불러서 같이 얼굴이나 보고 밥 먹자고 하는 엄마 말도 바빠서 못 오겠다고 뿌리쳐 놓구선…. 변호사랑 어머니가 유언장 작성했다고 하니까 화가나서 이렇게 달려온거냐구요? ..참 둘이서 가지가지 한다. 재산  문제가 나오니까 앞이 안보이지? 너무한 사람들은 엄마가 아니라 형이랑 형수님이에요. 


케이티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해요? 그럼 우리가 지금 열 안 나게 생겼어요? 막내 아들 부부하고 어머님하고 짜고 한통속인데 화 안 나게 생겼냐구! 같은 자식인데 누군 더 해주구, 누군 덜해주는게 그게 부모야? 저두 어머님에게 효도하려구 많이 애썼어. 그런데 어머님한테 자기  큰 아들 윌리엄하고 곧 결혼할 손자들이나 잘 챙겨주라며 그렇게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그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어머님에게 찾아가서 효도하냐구요?


윌리엄               

엄마, 이 참에 우리 집 가서 살자. 재산이고 뭐고 난 필요 없고, 내가 모실테니까 다른애들 다 버리구 우리 집으로 와. 


모두에게


앞으로 엄마 우리 집으로 가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아. 


크리스               

누구 맘대로? 어머니 저희 집으로 오세요 . 그동안 못해드렸던 효도 제가 이제라도 할 수 있게 저희 집으로 모실께요. 


다렌                  

아이고~ 우리엄마 늙어서 행복하겠네. 이게 무슨 일이야? 아들 부부들이 서로 데려갈려구 하네. 


윌리엄               

내가 그동안 회사 일에 아이들 결혼에 정신이 없어서 어머니를 못 챙겨 드린거지 마음은 항상 이곳에 와 있었다구. 


케이티를 쳐다보며..


신도 허락했잖아?


케이티  말이 없다. 오히려 내가 언제? 라는 표정을 지어준다. 


그러니까 큰 아들 집에서 쉬세요. 엄마도 그러고 싶어 하셨잖아요. 맞잖아요? 


크리스               

좋네. 엄청 휼륭한 계획이네. 와. 우리 엄마 자랑스러우시겠다. .. 동생인 내가 형이랑 형수에게 한 마디만 할까? 아주 둘이서 쌍으로 난리다. 평소에 잘하면 이렇게 까지 안해도 됐잖아. 그낭 솔직해 져. 엄마가 유언장 작성했다니까 이제 와서 이러는 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이럴 수록 엄마 가슴에 대못 박는 거야. 내가 모신다고 했을 때는 엄마보러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오늘은 형이랑 형수가 너무 티나게 왔어. 


에일린               

다들 조용히 하고 내 말 들어봐라. 


모두가 에일린을 쳐다 본다. 


니들도 알다시피 그동안 알뜰히 재산을 모아 두었을꺼라고 짐작하고 있겠지? 내 재산이 얼마인지는 나두 모른다. 살면서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써볼 줄은 몰라서 말야. 그런데 돈이라는 게 참 좋구나. 우리 자식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으니 말이야.. 헬렌은 아침에 ..소리치고 나가더니 왜 안들어 오는지? 돈 필요하다고 하더니.. 돈때문에 니들이 날 서로 모시겠다고 하고.. 너희들 생각대로 이 엄마는 돈밖에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다 늙어서 이렇게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티가 어머니의 말을 막아서며,


케이티               

어머니, 잠깐만요!


자리를 잠깐 일어서며 윌리엄에게


여보, 이리와봐.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모두 말없이 케이티를 쳐다보고.. 윌리엄 일어난다. 케이티와 함께 주방으로 간다. 


아니, 어쩌려구 그러는거야? 어머님을 모실 필요는 없는 거잖아? 거동도 불편하신데 우리가 모시는건 아닌것 같아. 그리구 사실 난 어머님 몸에서 나는 특유의 늙은이 냄새가 싫다구 !. 아이 결혼하고 나면 이제 드디어 우리 둘만 남는데 편하게 지내고 싶어. 안 왔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생각없이 말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당신이 다시 말 좀 해봐. 그리고 어머님 성격 장난 아니잖아. 나랑 안 맞아서 우리 부부사이까지 안 좋아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윌리엄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사이. 


그렇게 하면 남은 유산이 모두 크리스 부부에게 갈 것 같으니..


케이티               

그래서 내가 알아보니까 말야… 저기.. 요양원이 어떨 것 같아? 거기엔 비슷한 나이 또래 분들도 많잖아? 가끔 와서 얼굴만 보이면 되는 거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는거 같구…


윌리엄               

아, 그거 좋은 생각이다. 요양원으로 보내는게 좋을 것 같아. 아니, 내가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했을까?


케이티               

그치?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어머님을 모셔~ 나는 죽어도 그런 건 싫으니까 당신이 알아서 좀 잘 해줘. 내가 당신하고 더 오래 살텐데, 나 좀 신경쓰구.  그런데 여긴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거야? 나 다리 부은거 봐. 힘들어 죽겠어.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얼굴 팅팅 부을 것 같아. 우리 이제 먼저 간다고 하면 안돼? 어머니 음식도 먹고 싶지 않단 말이야. 크리스마스인데 밖에 나가서 외식이나 하자. 여기 오래 있으면 기분도 우울해지고 이 사람들 앞에서 표정 관리 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 빨리 가서 말하고 와.


주방의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려 일어난 엄마가 윌리엄 부부의 대화를 엿듣고 놀란다. 하지만 곧 분노로 이어진다. 며느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자 귀를 찢는 듯 한 비명소리 들린다. 윌리엄이 엄마를 말린다. 크리스, 이화가 주방으로 와서 엉켜있는 모두를 말린다. 갑자기 아수라장이 된 주방에서 엄마가 케이티와 떠어지자, 윌리엄을 쳐다본다. 


순간 엄마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윌리엄의 뺨을 후려 친다. 


사이.


적막이 흐른다.


엄마도 윌리엄의 뺨을 처음 때리는 것인지 떨리는 손을 바라본다. 


사이.


에일린               

…미..미안하구나. 그래도 함께한 세월이 있는데 니 와이프가 그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무작정 고개만 끄덕이는 꼴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부모 자식 관계를 해치는 며느리는 더 이상…필요 없어. 


크리스               

무슨일이에요? 엄마 왜 이러세요? 형수가 뭐라고 했길래 이러시는 거에요? 형 갑자기 엄마가 왜 이러시는 거야? 


윌리엄과 케이티는 고개를 숙인 채 외면하고 말이 없다..


엄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진정하시구요. 


자리로 다시 안내하고 이화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한 잔 건넨다. 다시 자리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진정을 찾는 에일린  


사이.


음악


에일린               

너희들 아버지는 다시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다가 뒤늦게 사고로 잃고 둘째는 형 잘 되게 하려고 어린 시절을 희생하고, 나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윌리엄 니가 그런 고마움은 벌써 잊어버린 지 오래인 것 같아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섞여버려 잠시 제정신이 아니었다. … 그렇다고 다 커버린 너희들  앞에서 손찌검을 한 것은 미안하구나. 


케이티와 윌리엄이 다시 디너가 차려진 상 앞으로 다가온다. 다렌은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윌리엄 앉아보거라.  그리고 내가 너희들에게 제안하나 하마. 앞으로 내가 살 날이 얼마나 될지, 길어봐야… .. 아니다. 그동안 니들 다 밖으로 보내버린게 미안하구나.


다렌                  

엄마 잘못 아니야. 미안해 할 것 없어. 


윌리엄 케이티      

어머니 죄송해요. 


에일린   

 다렌은 지금 혼자이고 여전히 어려움이 있고,…. 첫째와 막내 부부가 날 돌봐 주겠다고 하니 너희들 집을 돌아가면서 지낼까 한다. 그리고 나서 내가 유언장을 수정할 지는 그때 정할꺼야. 그러니 아무리 철없다 지만 이제 더이상 내 앞에서 못난 짓 그만하고 이 얘기는 이제 이쯤에서 중단하고 싶구나. 


 이제 그만 식사들 하자. 그리고 막내 크리스 집에서부터 머물테니 그러는 줄 알고. 


윌리엄               

…. 어머니 크리스는 너무 멀리 있으니 가까운 우리 집에서부터 머무시죠. 


케이티를 흘끗 쳐다본다.


사이. 


케이티               

네 어머님. 그렇게 하세요. 


다렌                  

…… 자.. 이제 끝난거에요? 배고픈데 그만 식사들 하시죠!


이화                  

어머님 음식 솜씨는 아무도 못 따라 가죠. 이렇게 맛있는 크리스마스 디너를 앞에 두고 구경만 하다니..  정말 고문이었어요. 


막내 아들 부부에게만 재산이 돌아갈 줄 알고 걱정이 많았는데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었는지 윌리엄과 케이티는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화와 다렌이 애써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고 식사를 유도한다. 


모두들 천천히 식사를 시작하려고 하면서 무대는 어두워 진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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