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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Jan 21. 2022

(연재 4)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4. 내연녀의 결혼식장

SCENE FOUR-내연녀의 결혼식장



에일린의 집 거실. 이화는 거실에 있고 에일린은 주방에 있다.


딩동!


이화                  

어머니~  밖에 누가 왔나 봐요. --  


에일린               

(비아냥 거리며) 아이고 넌 젊어서 귀도 밝아 좋겠다.  니 남편 크리스가 왔나 봐. 얼른 문 열어줘라.


이화                  

네~ 어머님.


이화가 문을 열어주고 크리스가 들어온다. 주방에 있던 에일린이 크리스를 반기려 나온다.


크리스               

안녕하세요. 엄마, 저 왔어요. 잘 지냈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해요. 엄마.


반가움에 에일린 크리스 서로 살갑게 껴안는다.


에일린               

어서 와. 반가워. 메리 크리스마스. 난 아주 잘 있었지. 바쁜데 이렇게 얼굴 볼 수 있어서 다행이구나. 멀리서 엄마 보겠다고 와줘서 고마워 아들.  너도 잘 지냈니? 니 사랑스러운 와이프 이화가 먼저 와서 네 엄마 너무 오래 살아서 지옥 갈 시간이라고 지금 죽어도 호상이라며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               

당신 엄마에게 또 무슨 잔소리를 한 거야? 사실이라도 엄마 면전에서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않아?


크리스 윙크한다..


에일린               

근데 이것들이… !


이화 쓰레기 봉투를 가리키며


이화                  

아니~ 여보, 어머님이 뒤꿈치 구멍 난 양말 신고 있구, 그리고 이것 좀 봐.  냉장고 유통기한 지난 음식들. 이게 다 어머니 냉장고에서 나온 것들이라면 당신 믿을 수 있겠어?


크리스               

뭐? 아.. 예전에도 이러시더니, 엄마.. 오래된 거 취미로 수집 하시는 거에요? 설마 드시려고 하는 거 아니죠?


사이.


아마 거기 말고도 어디 또 꼭꼭 숨겨놓은 철 지난 식재료가 있을 테니까 당신이 여기 온 김에 잘 찾아서 모두 정리 좀 해 드려.  


이화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참이었어요.


크리스               

제 작년에 사 놓은 캔 음식 같은 것도 있을지 몰라.


에일린               

마른 면 종류나 캔 음식들은 유통기한이 길어서 문제 없다.


이화                  

아이, 어머니는? 2-3년 정도 되는 긴 유통 기한도 넘기는게 문제죠. 그러다 정말 간다니까요?              


에일린               

니가 바라는 그 호상? 잘됐네.


크리스               

잠깐만, 혹시 테스코에서 좀 철 지난 식재료를 아주 싸게 파는거 아냐?


에일린               

에브리 리틀 헬프 (테스코 광고에 나오는 유명한 카피)


크리스               

헬프스! 주어가 3인칭 단수 현재형일 때 동사 뒤에 s! 엄마, 사람은 먹는걸루 우리 몸이 만들어지는 거에요. 자꾸 오래된 거 먹으면 엄마도 오래되는거고. 힘들면 직접 해 드시지 말구요, 맛있는 거 그냥 시켜 드세요. 코로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괜찮은 식당들도 요즘 배달 다 돼요. 돈 꼭꼭 챙겨 두면 뭐해요. 너무 아끼지 마시고 편하게 사세요. 돈 조금 풀면 뭐든지 다 되는 세상이잖아요.


엄마인 에일린을 쳐다본다. 엄마 표정 변화가 보이지 않자…


아.. 엄마 참 말 안듣지. 엄마도 내말 안들어. 에이, 고마워 여보. 가끔 이렇게 매년 한 번이라도 냉장고나  부엌 내용물을 확인하고 바꿔드려야겠어. 그리고 나이 들면 어쩔 수없는듯  해. 당신 부모님들도 똑같잖아.


크리스 킁킁댄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냄새야?


에일린               

오븐에 터키가 잘 요리되고 있나 보다.  이화야. 네가 오븐 한 번 체크해 보렴. 잘 요리되고 있는지.


이화                  네. 어머님.  


이화가 오븐을 열어 상태를 잠깐 체크해 본다.


크리스               

그건 그렇고 엄마.  윌리엄 형하고 케이티 형수, 그리고 헬렌 누나 부부랑 다렌 형은?  


이화 주방에서 나오며,


이화                  

헬렌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어머님께 인사 드리고 갔다고 하구요, 윌리엄 케이티 부부는 좀 바빠서 ..  잘 모르겠네요...그리고 다렌은 곧 도착할 것 같아요. 자켓 벗고 편하게 앉아요, 여보.


크리스               

참 다들 대단하다. 아니, 엄마. 형은 가까운데 살면서 바쁘다고 안나와요? 말이 되는 거야? 그럼 형수라도 잠깐 왔다가야 하는거 아닌가? 자주 만나는 사이도 아니면서. 그리고 헬렌 누나는 그렇다 쳐도 자형은 연락이라도 왔어요?


에일린               

윌리엄은 이번  크리스마스 아니면 새해에도 볼 수 있잖아, 바쁜거 아는데 그래서 내가 니형 부부 오지마라고 했어. 오면 밥만 먹는 것도 아니고 오랜만에 니들 얼굴 보면 또 술도 한 잔 할테구... 그럼 시간이 더 길어질텐데…  자형도 마찬가지구.


크리스               

아니, 말이 안되지 엄마.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꺼 아네요? 참.. 이해할 수가 없네.  


사이


에일린   

아마 다렌이 니 형 부부에게 전화를 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크리스               

그렇지? 그래, 자리에 다 모여야지. 1년에 한번뿐인 크리스마스 저녁인데.


사이.


그나저나 우리 엄마, 얼굴은 많이 좋아 보이는데 건강은 괜찮아지고 있는거에요?   


에일린               

나야 뭐 이제 너희들 다 크고 잘 지내고 있고, … 근심 걱정이 없으니 전보다 훨씬 좋아지는 것  같구나.


이화                  

걱정이 없으시긴요. 어머니, 헬렌 먼저 왔다가 갔다고 하셨는데 연말에 얼마나 급한일이 있길래 시누이는 저녁도 함께 하지 못할까? 설마 또 어머님께 행패 부린거 아니에요? 저도 소식 들어서 시누이 성격 잘 알아요.


크리스에게


여보, 나 들어올 때 거실 바닥에 이것저것 어지럽혀져 있더라구요. 뭘 마구 던져놓은 것처럼. 난 처음 봐서 그런지 좀 놀라긴 했어요.


크리스               

누나가 또 그런 거야?         


크리스는 조금 당황 한 듯 한 숨을 내 뱉는다.


누난 변한 게 하나도 없네. 엄마. 요즘도 누나가 엄마한테 막해요? 이제 나이 좀 먹었으면 그만 철들 때도 됐는데…            


이화                  

정말이지 헬렌 심한것 같아. 어떻게 자기 어머니 앞에서 그럴 수 있지?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만약에 오늘 우리가 안 왔어봐. 어머님 쓰러지셨을 것 같아. 다른 가족들에게 알려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이 좀 어떻게 해봐. 그래도 누나잖아?


크리스               

..나도 할만큼 해봤는데..  나중에 다 모이면 기회 봐서 다시 한 번 말하지 뭐.


사이.


아무튼 난 엄마 자식들 보면서 내 아이가 하나라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다 싶다. 돈 앞에 장사 없다지만 너무하다 싶긴 해.  큰형은 형수 말 한마디면 혈연 지간도 다 끊어낼 사람이구.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이런 모습까지는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 엄마나 당신에게 우리가족 좋지않은 모습만 계속 보게 해서 미안해.


에일린               

괜찮다. 사람 사는 동네에서 이 정도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니? 이런 저런 모습들 보면서 조금씩 고쳐서 살아가면 되는 거지.


크리스               

말은 그렇게 하시지만 오늘 같은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걱정이고, 혼자 계시는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그렇죠.


에일린               

자..자.. 오늘 명절인데 하루만이라도 잊고 즐겁게 보내자.


이화                  

그래요. 어머니. 여보, . .. 와인 한 잔씩 드릴까요?


에일린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그러자.


크리스 와인을 마셔도 될 지 엄마 얼굴을 조금 살피는 듯 하고 이화 와인을 따르고 치즈를 잘라 서로 잔을 나눈다. 벨이 울린다.


딩동!


에일린               

다렌이 온다고 그랬는데.. 어서 나가봐.                       


크리스가 현관으로 나가면서


크리스               

누구세요?  혹시 다렌 형이야?


다렌                  

응 그래 나야.                   


크리스가 문을 열어준다.


크리스               

마침 와인 한 잔 하려던 참인데 때맞춰 왔네. 잘 지냈어 형? 메리 크리스마스!


다렌 들어오며 크리스에게


다렌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 멀리서 온다고 피곤하지 않았어? 아, 재수씨 안녕하세요. 사진으로만 봤는데 암튼 여전히 예쁘시네요. 엄마. 메리 크리스마스! ..


다렌이 와인잔들을 쳐다보자 크리스는 테이블에 다시 올려두고 이화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화,에일린         

메리 크리스마스!


다렌                  

어머니, 어떠세요? 별일 없으시죠?


이화와는 달리 크리스는 조금 긴장한다.


에일린               

그럼. 아직까지는 괜찮다. 좋아.


다렌                  

좋네요. 아니, 허리 불편하다고 하신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약 먹고 회복도 다 안되셨을 텐데.. 혹시 저녁 식사 준비를 엄마 혼자 다 하신거에요?           


에일린   

아니다, 실은 이화랑 크리스가 일찍 와서 많이 도왔어.    


다렌                  

어차피 바쁜 연말 끝나면 따로 연초에 인사하러 온다고 했는데 굳이 .. 아.. 참 난 정말 엄마 극성은… 결국 이렇게 다 모여서 숙제처럼 식사를 또 하는군요.


에일린               

이놈아. 엄마한테 말 참 곱게 한다. 크리스마스라서 다 같이 저녁이라도 한 번 먹자고 부른 거야. 이때 아니면 언제 보니?  낯선 사람들 만난다고 법률 상담 사무에 틀어박혀 평소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어디   보자 우리 둘째 아들. 일 하면서 잘 좀 먹고 다니는 거야?


에일린 다렌의 얼굴을 잡고 가볍게 껴안는다.


다렌                  

전 연락 없으면 잘 지내는 거에요.


 다렌 소파에 앉는다.


크리스               

와, 형 오랜만에 양복 입은 모습 보니까 멋있는데?


이화                  

여보, 서류 가방도 되게 멋있어요. 저런 가방엔 뭐를 넣고 다닐까?


이화가 가방을 만지려하자,


다렌                  

안돼, 안돼. 고객들 기밀이 들어있어요. 열면 안되요.


크리스               

요즘 코로나 때문에 회사들이 많이 어려울 텐데 일하는 건 어때? 상담 건이 줄어들지 않았어?


다렌                  

경기가 안좋은지 벌이는 확실히 차이가 좀 나는 편이야. 오늘은 여행객 하고 분쟁 건이 하나 있었구, 아침엔 어린 아이와 엄마가 찾아와 나눈 이야기를 듣고…


다렌이 말을 잊지 못하자 에일린이 따듯하게 안아준다.



엄마, 저 갑자기 좀 눈물도 났어요..


에일린               

매번 낯설고 우리 사회의 어려운 사람들 만나면서 얘기 들어주는 거 어려운 일이야.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어? 너무 힘들면 쉬어가면서 해도 되잖아.


다렌                  

아직은 우리 삶이 좀 팍팍한 세상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이일 포기하지 않구 계속 끝까지 해보려구요. 아직도 매일 매일 찾아주는 사람들도 많고..


2배속 움직임- 다렌과 에일린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이화가 크리스를 부엌으로 부른다. 크리스가 부엌에 도착해 컵에 물을 한 잔 따르고 잔을 들고 이화 옆에 선다. 한 모금 마시고는 허리를 다친 엄마 관련 대화를 시작한다. 팔짱을 낀 이화의 태도가 살짝 바뀐다.


이화                  

나이도 있어서 카페도 내놓으셨다는데 앞으로 누가 어머니 꼴을 봐. 난 죽어도 그 꼴 못봐. 형님이나 둘째 형에게 보라고 해. 다렌 혼자 일하면서 어머님 돌봐주면 되잖아. 친절하게 낯선 사람들과 상담도 매일 한다는데 자기 엄마인데 설마 그냥 이대로 두겠어? 외롭지도   않고 딱 좋겠네.. 적적할 텐데 아들하고 둘이 살면서 말야.. 그리고 여기 들어오니까 숨이 꽉 막히더라구.. 곳곳에 오래된 냄새들이. ..


크리스               

음식 냄새 말야?


이화                  

아니 음식 냄새 말구, 당신도 킁킁 거렸잖아. ..사람이나 물건이나 뭐든지 오래되면 냄새부터 다른 것 같아. 젊을 때 나지않는 냄새가 나이 들면 나는데 피지 속에 지방산이 산화 되면서 털이 자라는 모공에 쌓이고 부패하면서 퀴퀴한 냄새가 나는거거든. 아.. 불쾌해…. 구역질 날거같아 .


크리스               

뭐? 오늘 같은 크리스마스에 꼭 그런 말을 해야해? 그리구, 누가 당신보고 어머니 모시래? 김칫국 부터 마시지 마. 어머니는 내가 모셔. 당신 힘들게 안할테니까 미리 걱정 말고 ..창피해서 이런 말 안하려고 했지만 우리 가족 봐서 알잖아. 헬렌 누나가 어머님 모시겠어? 아니면 같은 영국에 살면서 불러도 오지도 않는 윌리엄 형님 부부가? 그리고 엄마 성격에 아직 취직도 못하고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다렌형에게 부담을 주겠어? 당신도 오늘 봤을꺼 아냐. 호텔 앞 광장에서.  


사이.


내가 모셔. 헬렌 누나나 형들에게 보낼 순 없어. 당신도 이미 끝난 이야기 가지고 계속 성질 나게 하지마. 나도 당황스러워지니까.


이화                  

맞는 말인거 같은데… 하지만 당신은 막내구, 우린 유일하게 외국에 살면서 왜 이런 부담을 스스로 떠안으려고 해? 그리구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아? … 난 큰형님 부부가 젤 부럽더라. 장손이면서 이런 부담도 없고….


크리스               

당신 그런 생각하면 미래에 우리 며느리에게 대접 못 받아. 하는 대로 받게 되있어. 마음을 곱게 써야지. .. 어머니 얘기는 그만하자


에일린 부엌으로 들어온다.


엄마                  

자 오늘 모일 식구들 다 온 것 같으니 같이 식사 준비를 좀 하자. 터키 요리도 다 된 것 같은데 테이블에 세팅을 좀 하자꾸나. 긴 얘기는 식사 하면서 해도 되잖아.


경쾌한 음악소리.


마치 2 배속으로 돌아가는 비디오처럼 빠른 속도로 에일린 오븐을 체크하고 이화는 샐러드용 채소를 씻고 크리스는 테이블에 접시와 수저를, 다렌은 초를 세팅하며 크리스마스 디너를 각자 준비 하고는 모두 자리에 앉는다.  모두들 산타 클로스 모자를 쓰고있다.


다시 정상 속도로 에일린이 터키를 각각 접시에 나누어 담아준다.


이화                  

어머님, 크리스마스엔 늘 집에서 터키를 먹어요? 제가 덜어 드릴께요. 지금까지 오랫동안 어머님에게 이렇게 대접 받아 왔을 텐데 이젠 저희에게 넘겨주실 때도 됐잖아요?


크리스가 이화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엄마가 계속 할 수 있도록 눈치를 준다.


에일린               

그래, 이렇게 나누어 주는 이번 크리스마스 디너가 엄마에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꺼야. 이젠 기력이 떨어져서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접시에 음식을 나누어 올려주는 것도 힘이 들구나.


다렌                  

아.. 이제 우리 엄마도 어쩔 수 없네. 세월엔 장사 없지.  


크리스               

형 이제 우리가 엄마를 보살펴야 할 때가 온거라구. 엄만 언제나 우리가 먼저였죠. 이제 엄마도 누구 때문이 아닌, 자식 위해서 양보하지 말고 엄마 하나만 위해서 사세요.


에일린이 이화를 째려보며,


에일린               

그건 이화가 먼저 니애미한테 설교 했다.


크리스               

그래요. 이제부턴 가족들에게 병 숨기지 말구. 아프면 병원이라도 가시고. 앰블런스 부르면 무슨  천만원이라도 내는 줄 안다니까..... 우릴 좀 보세요. 엄마 역할은 다 끝났어요. 지금까지 우리 이렇게 키웠으면 된 거잖아.


에일린 이화에게 의미 있는 눈빛을 보낸다. (거봐 내 말 맞지?)


다렌                  

맞아. 이젠 우리들하고 추억도 많이 만들고 사진도 좀 자주 찍구. 말 나온김에 오랜만에 가족 사진이나 하나 찍을까요? 카메라 성능 좋은 폰 누가 가지고 있니?


이화                  

저요. 저 즉석 카메라 갖고 왔어요.


이화는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낸다.


에일린               

주변에서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만들어라 하는데 죽으면 그런 추억이 나와 함께 갈 수 있을까? 죽으면 기억도 사라지는게 아니겠니? 사진이나 추억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


다렌                  

아..  우리엄마 또 삐딱하게 나오신다. 욕심내지 마시고, 엄마가 추억을 가져가는게 아니라 남아있을 우리들에게도 좀 남긴다 생각해요 그럼. 자자자.. 모여봐. 내가 여기 자동 세팅하고 찍을께. 난 엄마랑 가까이 있으니 크리스하고 이화 엄마 옆에 앉아 봐요.


에일린 못이기는 척 하며 웃는다.


에일린               

그럼..


에이린 머리를 정리하며 막내 아들 부부와 이화가 준비한 즉석 카메라로 사진 포즈를 취한다..


다렌                  

참 나, 사진 안 찍는다면서 머리는 왜 정리해?..   숫자 셋 셀테니까 여기 보시고. … 자.. 하나~ ,


찰칵!


사이.


어머닌 여전히 머리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았고 이화는 손거울로 얼굴을 잠시 체크, 크리스는 엄마 옆에서 팔짱을 낀.. 순간 모두가 얼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음악. (짧은 피아노 – 드라마 도깨비 OST Beautiful Crush 같은 풍)


사이.


갑자기 얼었던 움직임이 모두 풀린다.


이화                  

아이~ 셋에 찍는다면서요~~?


다렌                  

이렇게 해야 더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는거에요.


나온 사진을 서로 확인 하려하고 엄마는 됐다며 보지 않으려 하고. 엄마도 즐거워 하듯 표정에 웃음이 만발한다.


크리스               

이런 자리에 우리 가족 모두가 다 함께 있었으면 오죽 좋았을까?


이화                  

우리 돌아 가전에 한 번은 보겠죠.


다렌                  

헬렌 누나!.. 또 이혼 했어.


사이.


에일린               

아니 넌 그걸 왜 동생에게 말하니?


다렌                  

엄마, 어차피 가족인데 모두가 알아야죠.


이화                  

뭐하는  분이었어요?


다렌                  

소방관


이화                  

헤어질 만 했네.


에일린               

너 그게 무슨 말이냐?


이화                  

아니, 둘이서 좀 뜨거워 질만 하면 찬물 끼얹고 좀 할 만하면 매번 끄고 하는데..


크리스               

여보, 아니다. 그만!


형, 그럼 이번엔 또 왜 그렇게 된 거야?


다렌                  

이번엔 정말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자형이 젊은 여자랑 바람을 피웠나 봐. 그런데 이번엔 이혼 후 드라마가 좀 있었나 봐.


이화                  

그게 뭐에요?


다렌                  

 누나가 그 건으로 이혼을 하고 충격에 쌓여있는데 마침 자형이랑 바람 폈던 그 젊은 여자의 결혼 소식을 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검은색 선글라스에 검은색 상복을 입고 검은색 마스크를 쓴 채 결혼식장에 나타나서는 이혼 소송에서 승소 판정을 받았던 내용을 복사해서 하객들에게 뿌려버렸대. 그 결혼식장을 초토화 해버린거지. 누나보다 더 화가 난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갔다는데,…


이화가 크리스를 째려보며 가볍게 툭 친다.


이화                  

잘했네. 잘했어. 당신도 그러면 헬렌하고 똑 같이 할꺼니까 잘 들어.


크리스               

갑자기 뭐래는거야 ?


다렌                  

내 누나지만 헬렌은 가끔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다렌                  

그 함께 같던 친구랑 너무 화가 나서 신부가 입장을 할 때 사회자의 마이크를 가로채서는..


무대 한 켠에 당시 장면이 재현된다.


갑자기 마이크가 있는 무대 한쪽이 결혼식 자리가 되고 객석에 앉은 관객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결혼식 하객이 된다. 대화를 나누던 가족 모두 고개를 돌리면 무대 한 쪽에 헬렌이 장례식 느낌의 검은 색 정장에 검은 색 안경을 착용하고 등장해 서있고 그녀의 화난 친구가 마이크를 들고 객석 맨 앞에 앉아있는 여자 관객 하나를 가리키며 갑자기 소리친다. 마이크를 든 친구가 매우 어색하다.


헬렌 친구            

아..아.. 하나둘 하나둘…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 여자는 결혼할 자격이 없는 여자입니다. 유부남을 꼬드겨 외도를 하였고 한 가정을 파탄이 나게 한 장 본인입니다. 여기에 그 증거가 있습니다.”


 헬렌을 향해서


“여기 서있는 여자가 그 장 본인 입니다. 야. 마스크 벗어.


헬렌 마스크를 벗는다.


 … 선글라스도.”


헬렌                  

어? 이것두?.. 쪽팔리지 않겠어?.. 난 좀 수치스러운데..


헬렌 친구 작게 속삭인다.     


헬렌 친구

썅! 닥치고 벗어. .. 지금 이순간 존나 내가 더 쪽팔려. ..


다시 마이크에다 대고..


아..아.. “이제 이 여자는 이혼녀라는 딱지를 갖고 살게 되었습니다. 저년은 뻔히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오르가즈..아니, 쾌락을 위해서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죄악을 저지른 파렴치한 여자입니다.”


다시 현실


크리스               

누가? 좀 헷깔리는데? 파렴치한 여자가 누구래는거야? 누나가? 아니면


객석 맨 앞에 앉는 여자를 가리키며


저 여자가?


에일린               

너두 그만해.


다렌                  

엄마 내가 없는 얘기 지어낸 게 아니잖아.


에일린               

여기 없다고 누나 욕하는 거 보기 좋지 않아. 아무리 무서워도 가족인데.


다렌                  

이게 무슨 욕이야? 첫번째 결혼 땐 누나도 똑같이 해서 이혼 당한 거잖아. 다 주는 대로 받는거라구. “뻔히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오르가즘을 위해서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죄악을 저지른 파렴치한 여자입니다.” 어떻게 그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에일린               

니 누나가 한게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친구가 한 말이래잖니? 그리구 오르가즘이 아니라 쾌락이구.


다렌                  

최소한 누나 자신도 그런 과거가 있었으면 친구를 말렸어야지.…


이화                  

어떻게 뻔뻔스럽게 그걸 친구랑 대본을 쓰고 리허설을 했겠어요? 그 자리에서 감정이 격해져서 즉흥적으로 나온 말이겠죠. 그런데 이혼을 당한 입장에서는 통쾌한 오르가즘도 있긴 한 것 같아요.


에일린               

오르가즘이 아니라 쾌락이래잖니!.


헬렌 친구는 상황을 보고 다시 연기를 이어간다.


헬렌 친구            

아..아.. “저런 여자가 결혼을 한다니 저와 제 친구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입니다”


다시 현실


이화                  

어머, 어머,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다렌                  

그랬더니 보안 요원이 와서 친구와 누나를 제지 하더래요. 그러자 단상에 먼저 나와있던 신랑이 다가와서 괜찮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나봐요. 그리고는 신랑 되는 사람이 그 여자에게 다가가서..


신랑 되는 사람이 객석 맨 앞에 지목된 여자 관객에게 다가간다.


신랑                  

“오르가즘? 야, 넌 그런짓을 하고도 감히 나를 속이고 나와 결혼해서 잘 살려고 그랬니? 결혼식 하기전에 알아서 진짜 다행이다. 마음 같아선 침이라도 뱉고 싶은데 내 침보다 니가 더 더러워서 참는다”.


크리스               

아..  좀 안됐긴 한데.. 이거 얼마나 길어?  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 그래서?


다렌                  

그랬더니 그 여자가 신랑에게 잘못했다고 막 빌었대. 그랬더니 잘못은 검은색 상복 입고 나타난 헬렌 누나를 가리키며 이분에게 빌라고 했대. 그래서 그 여자가 ..


가족 모두 그 여자(객석 맨 앞 열)를 쳐다본다. 아무말을 하지 않으면, 배우중 한 명이 “언니 제 오르가즘이 잘못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시고 가주세요” 라고 대사를 알려준다.


관객(그 여자)       

“언니 제 오르가즘이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시고 가주세요.”


헬렌은 언니라는 말에 갑자기 폭발한다. 크리스 일어나서 마치 결혼식장 경비원인 듯 흥분한 헬렌을 저지하려고 애쓴다.


헬렌                  

“언니? 언니? 내가 니 언니냐? 어따가 언니래? 씨발. 난 너를 용서할 마음이 눈꼽만큼도 없어. 그러니까  너나 그만해 썅년아.. 그래도 넌 나보다 형편이 좋잖아. 오르가즘을 느껴두 난 이혼녀이지만 넌 아닐꺼니까. 얼마나 고맙니?” 이 씨발년!


다시 현실


크리스               

와~ 신랑도 대단하네.


2배속 움직임- 신랑이 헬렌과 친구를 그 여자에게 떼어놓고, 하객들에게 사과를 먼저 한 다음, 헬렌에게는 방법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째든 진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한다. 헬렌의 친구가 신랑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신랑은 괜찮다며 이제 더 할말이 없으면 가 달라고 한다.


다렌                  

그치? 이후에 신랑이 헬렌 누나와 친구를 그 여자에게 떼어놓고, 하객들에게 사과를 먼저 한 다음, 누나에게는 방법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째든 진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대. 누나 친구가 신랑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고, 신랑은 괜찮다며 이제 더 할말이 없으면 가 달라고 했대. 누나는 자리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그 여자에게


크리스 다시 일어나서 흥분한 헬렌을 저지하려하고 헬렌은  그 앞줄 관객을 사악하게 쏘아보며,


헬렌                  

야, 이년아. “어디 또 한번 결혼해봐. 그때도 또 이런 이벤트 해줄께. 기대해. 니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잔인한 거였는지 평생 느끼게 해줄꺼야” .. 카~ 악 퇘!.


헬렌이 친구에게


야. 가.


헬렌과 친구 퇴장한다.


다시 현실


다렌                  

아~ 이 대목에서 난 누나가 좀 무서워.


이화 자신도 모르게 퇴장하는 헬렌을 쳐다보며 서서히 박수를 친다.


에일린               

에휴~~ 참.. 내 딸이지만 그럴 땐 좀 우습지? 자기 잘못은 뉘우치지도 않으면서 당한 건 끝까지 따라가서 복수를 하니..


크리스               

누나는 엄마한테도 막 하는거 같던데..가족이라고 무조건 용사되는게 아니에요.


에일린은 화제를 돌리려 한다. 이화는 막 들었던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듯 보이지만 서로의 빈 와인잔을 보고 다시 채운다.


이화                  

세상에~, 자..자. 우리 용감한 헬렌을 위해서 한 잔 해요.


사이.


모두                  

용감한 헬렌을 위하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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