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LOVESTAGE Jan 19. 2022

(연재3)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3. 코벤트 가든 버스커

SCENE THREE – 코벤트 가든 버스커

다렌의 방, 늦은 아침


장면 바뀌면 다렌이 거울을 보며 출근 준비를 한다. 잘 다려진 셔츠를 입고 정장을 차려 입는다. 늦은 듯 시계를 한 번 쳐다보며 거울을 향해 짧은 미소, 윙크, 손가락 총을 발사하곤 서류가방을 들고 나선다.


다렌                   

음.. 이 정도면 뭐.. 운도 오빠도 울고 가겠네. 


현관을 나선다. 2초후 다시 들어온다. 넥타이를 챙겨 나간다.


2배속 움직임- 런던의 코벤트 가든 거리. 시계를 보는 사람들, 앞만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간다. 


무대 한 쪽에서 여전히 크리스마스 캐럴 들린다.  구석 한 켠에 사과 상자 두 개 크기의 단상이 하나 보인다. 다렌은 코벤트 가든 거리 중앙에 멈춰 자리를 잡고 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목에 메곤 자켓과 함께 마치 바람에 날리는 듯 연출한다. (넥타이와 자켓 가장자리에 철심을 넣어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릴 수 있다.) 단상을 거리 가운데 두고 올라간다. 서류 가방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을 한 채 움직임을 멈춘다. 다렌은 거리의 ‘동상’이 된다. 사람들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바쁜 비니지스맨 버스커

다렌                  

아! 


서류 가방을 열어 깡통을 꺼낸다. 동전 여러 개를 담아 한 번 흔들어 보곤 바닥에 놓는다. 다시 서류 가방을 들고 달려가는 모습을 한 채 움직임을 멈춘다.


행인1이 지나가면서 동전 하나를 떨어뜨린다.


다렌이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마치 로보트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올려 세워주곤 다시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한 채 움직임을 멈춘다.


행인1                

뭐야? 이게 다야? 


사이. 


행인 사라지지 않자…


다렌                  

야, 여기 런던이야! .. 저리가!


행인1 사라지고 행인2 다가온다. 


행인2                

저기요, 저 여기 혹시 코벤트 가든 가려면 어떻게 가요? 


다렌은 기가 차서 말이 없다. 


아,,, 저기요, 여기 혹시 코벤트 가든 가려면 어떻게 가냐니까요? 


다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자 행인2 주머니에서 동전을 찾아 깡통에 떨어뜨린다. 다렌은 기다렸다는 듯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올려 세워주곤 힘을 풀고 말하기 시작한다. 


다렌                  

스마트폰 있어요? 구글 지도 열어보세요…


다렌 다시 말이 없다. 


행인2 동전을 깡통에 하나 더 떨어뜨린다. 다렌은 기다렸다는 듯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올려 세워주곤 힘을 풀고 말하기 시작한다. 


행인2                

아, 그거 안해도 되니까 그냥 말해주세요. 시간 없으니까. 


다렌                  

구글 지도 열어서 지금 어디 서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다렌 다시 말이 없다. 


행인2 동전을 깡통에 또 떨어뜨린다. 다렌은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올려 세워주곤 힘을 풀고 말하려 할 때, … 행인2 또 동전을 깡통에 떨어뜨린다. 


다렌은 또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행인2또 동전을 깡통에 떨어뜨린다. 


다렌은 또 입으로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행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행인2또 동전 하나를 깡통에 떨어뜨린다. 


다렌.. 기분이 좀 나쁘기 시작한다. 입으로 휘바람 소리를 기분나쁘게 내며 매우 천천히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행인2 이런 모습을 쳐다본다. 


다렌은 행인 2와 눈이 마주치자 함께 쳐다본다. .. 


사이. 


행인2 마지막 동전 하나를 꺼내 깡통위로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손을 뻗으면서 다렌을 쳐다보고 난 후 손가락에 힘을 푼다. 동전이 정확히 깡통에 들어가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다렌이 상자에서 내려오려고 하자..


행인2                

아 ~ 씨발! 여기가 코벤트 가든이네. 


하고 급하게 사라진다. 다렌은 사라지는 행인 2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뻑큐를 날린다. 


다렌                  

별 좆같은 새끼가 다 있네. . 


다시 자세를 고정하고 손님을 기다린다. 모자쓴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다가온다. 엄마가 초딩 아이에게 동전을 하나 쥐어준다. 아이가 그 동전을 받아 깡통에 떨어뜨린다. 


다렌은 휘파람 소리를 크게 내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양팔을 앞뒤로 천천히 흔들다가 꼬마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높이 올려 세워주곤 다시 급히 달려가는 모습을 한 채 움직임을 멈춘다.


아이엄마             

그러니까 엄마 말 잘 듣고 넌 열심히 공부 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저런 사람처럼 되는 거야. 


사이.


아이랑 함께 사라진다. 


다렌                  

아이 씨바,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니들도 한 번 해봐. 날씨 추운 날엔 이빨 부딪혀서 휘파람도 못 불지, 비오면 수입도 안 늘지, 졸라 자존심 상하지, 가끔 양아치 새끼들와서 삥뜯지..


갑자기 눈물이 고인다. 


아.. 씨 쪽팔리게 나 왜 우는거니? …  에이, 


단상에서 내려와 깡통에서 동전 꺼내 초딩 떠난 곳을 향해 던지며


가져가라 도로 가져가..이 더러운 동전 안받..… 가만 있어봐. 2파운드 짜리 아냐? 아이 씨발.. 나 왜 이러는 거니? (2파운드는 약 3,200원 가량됨)


동전 찾으러 쫓아간다. 


퇴장.


음악.   크리스마스 캐럴 불렀던 배우들이 마지막 부분 한 소절을 부르고 자리에 앉는다. 이화는 다시 아무일 없듯이 비니를 벗고 다음 장면으로 복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재2)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