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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Feb 03. 2022

배우들이 작품에 풀타임으로 전념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

영국 공연계 소식 

배우들이 공연 작업만을 풀타임으로 전념하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이유 없다    [ koweekly 기고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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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공연장 막간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어셔(Usher)들은 그곳을 벗어나면 모두 작품을 만들고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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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셔의 공식 포스터 이미지 | ILOVESTAGE IMAGE LIBRARY

 한때 영국 공연계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지목된 더 스테이지(The Stage)의 린 가드너(Lyn Gardner) 편집주간이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도 파트타이머로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고 항변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예술 작업을 풀타임으로 전념하지 않으면 진짜 예술가가 아니다는 편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시각은 일부 도도한(?)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주장되곤 하는데요, 정말 운 좋게도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는, 그리고 정규직으로 충분한 월급을 받는 예술가라 하더라도 누가 하루 24시간을 꼬박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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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항변하는 린의 공식 직업은 공연 평론가입니다. 이 업종에선 아주 유명한 인사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요즘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의 관객들은 더 이상 공연 평론가의 글을 읽고 봐야 할 공연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이제 평론가의 지위는 바닥에 떨어져 읽어주지도 않는 일간지에 영향력 없는 공연평을 써가며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이 나오지도 않으며, 이제는 이를 지원하는 유력 일간지도 “경비 절감”이라는 이유로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공연 비평이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공연을 대놓고 홍보하는 평론가의 탈을 쓴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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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깝지만 린은 지난 23년간 함께 했던 가디언(The Guardian)지에서 같은 이유(경비 절감)로 퇴출되었습니다. RSC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을 포함한 영국 공연계에선 성명서를 발표하며 한 목소리로 가디언의 결정이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지만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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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린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영국의 할머니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린은 여전히 공연 평론가로 인식되고 있고(더 스테이지에 재 취업), 1985년에 작고한 도서관 사서 일과 시 쓰기를 병행했던 필립(Philip Larkin)을 시인으로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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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낮이나 밤에 다른 직업을 가지면서 그들이 하고자 하는 공연예술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진짜 예술가라고 인식하지 않을까요? 린은 이것을 공연계 내부에 존재하는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를 분리해서 나누려는 거만한 태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내가 참여하는 작업에 돈을 많이 받고 또는 적게 받는 것을 근거로 점점 도도 해지는 우리 내부의 태도를 지적한 것인데요, 진짜 예술가를 결정짓는 이런 식의 잣대는 직업을 포트폴리오(portfolio- 살면서 거쳐가는 일자리의 목록) 정도로 가지는 이 시대에 이미 철 지난 논쟁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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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수저가 아니라면 많은 경우 예술가로서 시작하는 단계, 그리고 그 꿈을 계속 실현해가는 단계는 언제나 힘들기 마련입니다. 지금 런던 극장가 제작사에서 행정일을 하는 젊은 직원들이나 공연 막간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어셔(Usher)들은 그곳을 벗어나면 모두 작품을 만들고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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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는 너무 많아 모두 열거할 수 없으나, 어셔로 시작한 80년대 에든버러 프린지를 무대를 거쳐 RSC, 영국 국립 오페라단(ENO)의 연출자로 명성을 날린 데보라(Deborah Warner)가, 저녁에 극장 매표소에서 첫 직업을 시작해 2010년부터 줄곧 세계 공연계 영향력 1위 그룹인 엠배서더 시어터(ATG )의 공동 창업주로 우뚝 선 로즈메리(Rosemary Squire)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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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지쳐 예술작업에 에너지를 쏟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직업들은 꼭 극장 주변이 아니기도 합니다. 런던에서는 식당이나, 커피숍, 펍(Pub-선술집)에서도 공연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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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는 런던의 높은 생활비를 견디지 못하거나, 예술 지원금이 런던보다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을 찾아 떠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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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서 가상의 삶을 표현하기 전까지 현실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이 땅의 예술가들을 가볍게 바라보는 시각이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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